북한은 최근 핵 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해 방북했던 미국 의회 관계자들에게 핵 신고와 관련, 미국 측에 인내를 당부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미 의회 방북단은 이에 대해 올해는 미국 대통령 선거 때문에 의회 차원에서 북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는 데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며 북한 측의 조속한 핵 신고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손지흔 기자가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주도로 이뤄진 미 의회 관계자들의 최근 방북은 북한 핵 문제와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사망 또는 실종된 미군병사 유해발굴 재개, 미국 내 한인들의 북한 내 가족상봉 문제 등에 관한 북한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군사위의 민주당 소속 칼 레빈 (Carl Levin) 위원장의 보좌관인 에블린 파커스 (Evelyn Farkas)씨와 외교위원회의 민주당 소속 조셉 바이든 (Joseph Biden) 위원장의 보좌관인 프랭크 자누지 (Frank Jannuzi)씨는 지난 달 18일 부터 22일까지 북한을 방문해 영변 핵 시설을 둘러봤습니다.

이번 방북에 정통한 미 상원 군사위 관계자는 31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방북단은 올 11월 미 대선 때문에 의회 회기가 예년에 비해 짧은 만큼 북 핵 문제 해결 관련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음을 북한 측에 설명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방북단은 “핵 불능화 작업과 다음 단계인 핵 폐기를 위한 계속적인 자금 제공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법안을 채택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의회 일정이 짧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방북단은 미국이 맡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북한이 조속히 완전한 핵 신고를 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 측은 미국에 인내를 당부했으며, 북측은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현재 뭔가를 협의 중인 것처럼 들렸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습니다. 그러나 북한 측은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습니다.

군사위 관계자에 따르면, 상원 보좌관들은 북한에서 판문점 대표부 대표인 리찬복 북한인민군 상장과 외무성의 리영호 대미 관계 담당 부상, 리근 미국 국장 등 군부와 외무성, 무역성, 교육성 관리들, 그리고 세계식량계획 WFP 관계자들을 만났습니다. 방북단은 영변 핵 시설도 방문해 불능화 작업 현황을 점검했습니다.

특히, 방북단이 북한 군부와 면담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눈길을 끕니다. 앞서, 힐 차관보와 지난 2월 방북했던 또다른 의회 조사단도 군부와의 만남을 요청했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북한 군부는 방북단이 지난 2005년 이후 중단된 미군병사 유해발굴 작업 재개 문제를 제기하자, 이 문제가 인도주의적 문제라는 점에 동의하며, 열린 입장을 보이는 듯 했다고 군사위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방북단은 또 레빈 군사위원장의 지역구인 미시건 주 출신인 한국전쟁의 미군 포로와 실종자 명단을 북한 측에 전달했습니다.

이와 함께, 방북단은 미국과 북한 간 관계 정상화가 이뤄지면 양국 간 군사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며, 이와 관련한 버웰 벨 (Burwell Bell) 주한 미군사령관의 최근 미 의회 청문회 발언 내용을 소개했다고 군사위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벨 사령관은 지난 달 11일 열린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미국과 북한은 과거 수년 간 판문점에서 장성(general officer)급 군사회담을 했지만 이제는 북한이 이를 허용하지 않아 대령 (colonel)급 접촉만 벌이고 있다며 유감을 나타냈습니다. 벨 사령관은 이어 앞으로 다시 고위급 군사회담을 재개하는 방안을 외교적 차원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손지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