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북한의 한국 정부에 대한 강경 행동과 발언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 수정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남북관계 경색이 지속되면 더욱 손해를 보는 쪽은 북한이고, 북한의 군사력은 한국에 뒤처진다며, 북한의 대남 공세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현재 이명박 정부의 상호주의 대북정책을 수정하기 위해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미 의회 산하 의회조사국(CRS)의 아시아 전문가인 래리 닉쉬 박사는 31일 ‘미국의 소리’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이명박 대통령의 새로운 한국 정부가 전임 정권이 취했던 대북 포용정책으로 돌아가도록 현재 전방위적인 위협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7일 개성공단에서 한국 측 당국자들을 추방하고, 28일 서해상에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29일에는 김태영 합참의장의 핵 공격 대비 발언에 대해 비난과 함께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북한은 이어 30일 “우리 식의 앞선 선제타격이 일단 개시되면 불바다 정도가 아니라 모든 것이 잿더미로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한국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습니다.

닉쉬 박사는 그러나 북한의 잇단 강경 행동과 발언들은 단순한 위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며 “북한의 군사력은 갈수록 제한되고 있으며, 한국을 침략할 능력이 더 이상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닉쉬 박사는 따라서 "북한이 대남 공세로 취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은 제한돼 있으며, 그마저도 지난 며칠 간 북한이 모두 행동으로 옮겼다”고 말했습니다.

닉쉬 박사는 “북한이 개성공단 등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중단할 수는 있겠지만 경협 중단시 더욱 고통받는 쪽은 한국이 아니라 북한”이라고 지적하고, “더욱 시급한 문제는 당면한 식량난 해결인데, 한국에 대한 강경책을 계속 구사하다가는 올해 분 식량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의 데릭 미첼 선임 연구원은 “최근 이명박 정부 당국자들이 지난 10년 간 볼 수 없었던 북한 관련 발언들을 한 데 대해 자존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북한으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반응해야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첼 연구원은 그러나 “남북관계가 경색될 경우 더 손해를 입는 쪽은 북한인 만큼, 북한 당국이 고작 택할 수 있는 대남 공세는 사람들을 쫒아내고 소란을 피우는 정도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미첼 연구원은 “북한은 현금을 조달해주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과 같은 남북 경협을 계속 이어갈 것이며, 특히 군사적 대치상황까지는 원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남북관계에서 서해상의 국지적인 군사적 마찰 이상의 심각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첼 연구원은 “북한의 최근 대남 도발은 한국에서 논란거리로 부상할 것이며 특히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하는 진보 정당에서 격론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미첼 연구원은 “앞으로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대립을 감수하고라도 상호주의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할 것인지는 총선 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정부의 대응과 관련해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한국 정부는 이번 기회에 대북 지렛대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플레이크 소장은 “지난 10년 간 북한은 한국의 경제적 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아졌지만 그럼에도 한국은 대북 협상에서 지렛대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남북경협 중단을 더욱 두려워한 쪽은 한국 정부였고, 지금까지 기 싸움에서는 항상 북한이 이겼다”고 말했습니다.

플레이크 소장은 “결국 도움이 필요한 쪽은 북한이고, 한국은 지렛대를 쓸 마음만 있으면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현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플레이크 소장은 “지금까지 한국은 북한에 대해 군사적 억지력을 꾸준히 갖고 있었으며, 군사적으로 열세인 북한이 한국에 대해 공격을 감행할 수 없다”며 북한의 도발이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한편 의회조사국의 닉쉬 박사는 “현 시점에서 한국 정부가 새로운 대북정책을 다시 한번 검토해 볼 필요는 있다”며 “북한 측에 당국 간 협상을 되살리는 제안을 하는 한편 인권 문제와 같이 일부 대북정책의 수정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