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해 지난 1990년대 중반의 대기아 사태 이후 최악의 식량난을 겪을 것이라는 유엔 등 국제기구와 민간 지원단체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만성적인 식량난에 지난 여름 큰물 피해와 국제 곡물가격 급등 등 악재가 겹쳐 북한의 올해 식량 부족분이 적게는 1백만t에서 많게는 1백60여만t에 이를 것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오늘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북한 식량난의 실태와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특집시리즈를 보내드립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순서로 최근의 북한 식량난 실태를 살펴봅니다. 김영권 기자입니다.

“지금 난리가 났습니다. 식량 값이 많이 오르고 저기 중국에서 식량을 차단해 못 건너가고 있잖아요. 중국이 문 닫히면 그 쪽에는 형편 없거든요.”

북한의 한 도시를 오가며 대북 사업을 하는 조선족 손명자 씨. 지난 몇 년 동안 두 달에 한번꼴로 북한에 들어가고 있지만 북한주민들이 이렇게 힘들어 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고 말합니다.

“괜찮다는 말 삼가세요. 괜찮을 수가 없어요. 100의 10 퍼센트는 괜찮겠죠. 그러나 나머지는 말이 아니예요.”

북한 무역회사와 보따리 장수들을 상대로 20년째 사업을 하고 있는 중국인 마영주 씨는 요즘 북한 측으로부터 빗발치는 전화를 받고 있습니다.

“쌀 전분 이 때는 그렇게 많이 요구 안해요. 5, 6 월이 되면 많이 요구하는데, 지금 설부터도 막 쌀이 없고 지금.”

마 씨는 요즘 북한에서는 쌀과 밀가루 뿐아니라 콩기름과 설탕도 하늘의 별따기 만큼 구하기 어렵다며, 자신도 배로 몰래 식량을 보내고 있다고 말합니다.

“중국에는 (쌀, 밀가루) 수출하는 것 계획이 없어요. 수출허가증이 안나왔어요. 그래서 모두 배로 나가요. 네, 몰래 보내줘요.”

최근 국제 구호기구와 관련 단체들은 북한의 식량 상황을 우려하는 보고서들을 속속 발표하고 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긴급 보고서에서 북한의 지난 해 곡물 수확량을 3백만t으로 추정하고, 적어도 최소 필요량에서 1백66만t이 부족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FAO의 압둘레자 아바시안 곡물담당 처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경제력 약화와 치솟는 국제곡물 가격으로 북한의 수입량이 큰 제한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 전체 인구의 25%인 6백여만 명이 심각한 식량난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식량난은 지난 해 큰물 피해와 겨울 가뭄, 정부의 장마당 규제 등 내부요인과 국제 곡물값 상승으로 인한 중국의 식량수출 규제, 한국과 국제사회의 지원 감소 등 여러 악재들이 겹쳐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이런 식량난은 주요 도시의 장마당 풍경과 물가를 통해 일부 입증되고 있습니다.

“시장에 가봤는데 여기 쫓기고 저기 쫓겨다니고  말이 아니예요. 장사를 근본 하지도 않고 답답해요 너무 너무 가슴이 아파요. 어이구 참!”

2주 전 북한 A 시의 시장을 방문했던 조선족 손명자 씨. 북한 당국이 장사할 수 있는 나이를 50살 이상으로 규제하자 장마당 안팎에서는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시어머니 엄마 70-80 살 되는 노인들을 안에 내려다 앉히고 밖에서 서서, 안에 들여왔다 뛰어 나왔다 하며 파는데 붙잡히면 막 욕 먹고 지금 말이 아니예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평양의 쌀과 밀가루 가격이 지난 해 초와 비교해 두 배나 오르고 배급량도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선임 연구원은 타지역에 비해 곡물 가격이 낮았던 황해도 곡창지대에서 가격이 더 오르는 기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 심각한 것은 소위 곡창지대에서 식량이 심각합니다. 특히 곡창지대는 가격이 낮은 것이 일반적인 현상인데 금년에는 곡창지대가 값이 더 비싸요.”

권 연구원은 군대에서 식량을 많이 가져간 것 같다며 북한 당국이 농민들에게 분배를 줄여, 이제는 농민이나 일반 주민이나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일부에서는 북한이 다시 대량 아사자가 발생했던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에 정통한 중국의 한 소식통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현 상황이 1996년 초기와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대충 그저 96년 그 때쯤 하고 비슷할 것 같아요. 지금은 아마 시작인 것 같습니다.”

이 소식통은 북한 당국의 태도는 예전과 달라진 게 없고 장마당은 외부에서 식량이 못 들어와 얼어붙고 있다며, 북-중 국경 경비 강화로 북한주민들은 먹을 것을 찾아 외부로 나가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현 식량난이 고난의 행군 시절 같은 대량 아사자가 발생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한국내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김광진 선임연구원의 말입니다.

“고난의 행군처럼 그렇게 확 닥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그런 경험을 겪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식량을 좀 비축하고 있었고, 또 작년까지는 상황이 좋지 않았어요? 경제상황도. 그러니까 국가적 상황도 비축미를 갖고 있겠죠 현재.”

북한 출신의 경제 전문가인 김 연구원은 올해는 고난의 행군 2단계 전으로 보인다며 양양실조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생산활동이 저하되며, 직장생활이 일부 마비될 것이지만 아사자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민통제가 안되고 사람들이 식량을 구하러 이동하며, 꽃제비가 크게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야 고난의 행군 전 단계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조명철 동북아경제협력센터 소장도 같은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시장 시스템에 이제 적응된 주민들이기 때문에 그 전에 비해 당국의 식량 보유량이 적으면 대처하는 능력은 올라갔다. 그러나 절대량이 모자라면 모두가 고생하게 돼 있다. 그 때처럼 대량 아사는 당장 나오지 않겠지만, 그러나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다 이렇게 봅니다.”

북한 김일성대 교수 출신의 경제 전문가인 조명철 소장은 시장은 가진 자들이 거래하는 곳이기 때문에 취약계층은   하루 세 끼를 두끼, 한끼 반으로 줄이며 추수 때까지 매우 힘겨운 생활을 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북한 상황에 정통한 마영주 씨 역시 올해는 식량 위기를 알리는 첫 신호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합니다.

“고난의 행군은 첫 해가 아니고 연거푸 3년 동안 그래됐으니까 그렇게(아사자가) 많이 나타났지만 이제 1년이니까. 글쎄 그렇지만 있는 것(비축량)을 꺼내면 몰라도 작년도 양식(수확량) 가지고는 택도 없어요. 양식이 거의 없어요.”

북한 정부가 비축한 곡식을 얼마나 주민들에게 푸느냐에 따라 위기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북한 정부가 정확한 통계를 발표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 식량의 현주소를 가늠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지난해 북한 곡식수확량 추정치가 무려 100만t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은 이 같은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북한 정부는 그러나 식량위기설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기근의 시작단계 였던1994. 북한 당국은 식량난을 부인하며, 서방언론의 관련 보도에 대해 `공화국의 이미지에 흠집을 내려는 사악한 시도'라고 공격한 바 있습니다. 

이제 북한에서 가장 힘든 시기라는 춘궁기가 다가옵니다. 북한 당국이 이 중요한 시기에 어떤 조치를 취할지 주목됩니다.

미국의 소리 김영권 입니다.

지금까지 북한 식량난 특집시리즈, 그 첫 번째 순서로 식량난의 실태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