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내부에서 경제강국 건설을 위해 무역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주목됩니다. 북한의 계간 경제전문지 ‘경제연구’ 최신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을 인용해, ‘자본주의 시장을 주로 상대해야 하는 현실적 조건에 맞게 무역 방식을 새롭게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경제 전문가들은 북한이 동북아 지역에 걸맞는 선진 경제를 갖추려면 무역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면서도, 그러기 위해서는 개혁과 개방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근삼 기자가 좀 더 자세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북한 정부가 지난 해부터 경제강국 건설을 강조해온 가운데, 최근 북한 내부에서는 자본주의 시장에 맞게 무역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북한의 계간 경제전문지인 ‘경제연구’ 2008년 최근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을 인용해, “자본주의 시장을 주로 상대해야 하는 현실적 조건에 맞게 사회주의 시장을 기본으로 하던 지난 날의 무역방식을 우리 식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경제연구’는 이어 “원료를 그대로 팔지 말고, 세계시장에서 인기 있는 수출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방향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의 이런 주장은 북한 당국이 갈수록 악화되는 경제난과 식량난을 극복하기 위해 무역을 통해 자본주의 시장으로의 부분적인 이행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을 연구해온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움직임을 외부의 자본과 기업을 과감히 수용함으로써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는 중국이나 베트남식 개혁 의지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한국 삼성경제연구소의 동용승 북한연구팀장은 북한의 조치는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기 위해 무역구조를 전면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최근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원재료 반출을 줄이고 무역으로 인한 내부적 부패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최근들어 무역을 더욱 강조하는 이유를 보면 수출이 중요시되는 데 반해 경제난으로 이것저것 내다파는 사례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원료를 그대로 팔지 말고 가공해서 내라는 일종의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았나. 또 내부적으로 보면 최근 부패척결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이러한 것들이 사실상 무역을 통해 부패 구조가 형성돼 왔거든요.”

동용승 팀장은 이어 “‘경제연구’를 보면 북한식 사회주의 건설을 위한 방법론으로 자립적 민족경제의 토대에 의거해  수출입 구조를 개선할 것을 주장한다”면서 “북한은 여전히 북한 방식의 사회주의 원칙을 바꾸려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김영윤 선임 연구위원은 “김정일 위원장이 ‘개선’을 지시했다는 내용만 갖고 북한이 새로운 정책을 추진한다고 보기는 힘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은 특히 북한이 의미하는 ‘개선’은 변화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당 지시사항이 제대로 이행되도록 하려는 취지라고 말했습니다.

“교역하는 데 있어서도 당에서 원하고 국가가 원하는 방향으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 많습니다. 그런 것을 바로잡겠다는 것이 ‘개선’이죠. 그래서 당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교역이 이뤄지고, 그것을 통해서 원자재 확보라든지, 대금결제 문제라든지 이런 것들이 원만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개선’이고 ‘바꿈’이고 ‘변화’라고 저는 봅니다.”

‘경제연구’는 무역 개선을 강조하면서도 “‘자유화’ ‘개혁’ ‘개방’의 자그마한 요소도 허용함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워싱턴 소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랜드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이런 주장은 모순이라면서,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해외무역을 활성화할 수 있는 구조적 개혁과 해외자본에 대한 개방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놀랜드 연구원은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이미 18년 전에 붕괴한 상황에서 북한이 자본주의 시장을 상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북한이 한국과 중국, 일본 등 3국에 인접한 지정학적 이점과 우수한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을 이루지 못한 것은, 해외 무역과 투자에 대한 개방을 주저해온 북한 정부의 태도와 미국과 일본 등이 북한과의 무역을 금하는 정치적 상황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놀랜드 연구원은 이어 “북한은 가공품 수출을 늘이기 위해서도 해외자본에 대한 개방이 필요하다”면서, “외부의 자본과 기술을 유치함으로써 해외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고 또 이를 해외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김근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