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지난 해 제정된 `납북피해자의 보상과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다음 달부터 피해위로금 지급이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납북자 가족단체들은 이번 시행령이 피해가족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일방적인 조치라며 개정을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됩니다. 서울 VOA 김은지 기자가 자세한 내용 전해드립니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한국전쟁 이후 납북된 사람의 가족들이 피해위로금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은 24일 “납북피해자 인정과 위로금 액수를 심의하는 ‘납북피해자 심의위원회’의 구성이 이달 안에 끝나고, 다음 달 중으로 첫 심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해 10월, 전후 납북피해자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과 시행령이 공포됐지만, 그동안 심의위원회 구성이 늦어져 피해보상이 지연됐습니다.

김 대변인은 “심의위원회 위원 9명 가운데, 마지막으로 납북피해자단체 추천 몫의 위원이 선임됐다”며 “이번 주 내로 총리의 최종 재가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앞서 정부는 납북피해자 보상법 시행령에 따라, 지난 해 11월부터 납북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지원 업무를 담당할 ‘납북피해자 지원단’을 설치했습니다.

지원단은 통일부와 행정자치부, 해양수산부, 경찰청 등 관계 부처에서 파견한 11명의 실무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납북피해자 가족이 납북피해자 지원단에 보상을 신청하면, 지원단이 1차적으로 신청서류를 심사한 뒤 심의위원회가 보상금의 규모와 지원 범위를 결정하게 됩니다.

납북피해자 보상법 시행령에 따르면, 납북자 가족에게 지급되는 피해위로금은 최대 2천7백72만원, 귀환 납북자에게 지급되는 정착금은 최대 1억4천만원으로 확정됐습니다. 피해보상 신청은 법 시행 후 3년 이내에 하도록 돼 있습니다.

납북피해자 지원단이 지난 해 11월 5일부터 피해자 보상신청을 받은 결과, 24일 현재 1백33건이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일부 납북 피해가족들은 “책정된 위로금이 연좌제로 피해를 당한 가족들에 대한 보상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 해 납북자지원법에 ‘납북자의 생사확인과 송환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했지만, 이에 대한 노력을 등한시한 상태에서, 피해 가족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시행령과 위로금 규모를 정했다는 겁니다.

전후납북자가족협의회 이옥철 회장은 “납북 당시 진상규명이나 가족들의 연좌제 피해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위로금 수령을 거부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전후납북자가족협의회 이옥철 회장: “저는 진상규명이 되기 전까진 돈을 받을 수 없습니다. 아버지가 왜 돌아오지 못하고 있으며 납북 당시 무슨 일이 생겼는지, 하나도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이 이명박 정부에서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시행령이 잘못됐다는 부분으로, 저희들 입장은 위로금을 받지 않는다는 겁니다.” 

또 다른 납북자단체인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도 “납북자 가운데 북한에서 사망했거나, 한국으로 오지 못하는 납북자들에 대해서도 귀환자와 동일하게 대우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시행령 개정에 모든 가족이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 “우리 가족모임이 10년 간 고령자(할머니)들과 제가 이 법을 만들기 위해 촉구했는데 왜곡된 법이 됐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새 정부에 간곡히 부탁하고 호소하고 싶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개정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는 “이번 시행령은 가장을 잃고 어렵게 살아온 피해 가족들에 대한 실질적인 위로나 보상책이 되지 못한다”며 “납북자 가족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대표: “법의 내용들이 남은 납북자 가족들의 아픔들을 치유하는 법이 돼야 함에도 미흡한 것이 사실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남아있지만, 이 시행령 안에 납북자 자신의 의견이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배제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납북자 가족들을 두 번 죽이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납북피해자 지원단의 서상호 단장은 납북 가족단체들의 불만에 대해 “개정 논의는 추후 정책적으로 뒷받침돼야 할 부분으로, 개정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논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일부 개정 가능성을 열어두었습니다.

이와 관련 김귀옥 한성대 교수는 “납북자 문제는 과거사 문제이자 동포애적 차원에서 적극 해결돼야 하는 사안임에도 그 동안 소홀히 해 왔다”며 “이명박 정부에서 납북자 문제를 남북 관계에서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꼽은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귀옥 한성대 교수: “저는 이제 법이 하나 만들어지면 근거가 생긴 것이므로 앞으로 개정안들을 현실적인 방안에서 해결할 수 있고, 만들어나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이번 정부가 이를 해결한 것은 이전 정부가 손 놓고, 납북자 가족들을 직간접으로 핍박을 준 것을 생각하면 그나마 죄를 용서받을 수 있는 법적인 행위를 한 거라고 봅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으므로 현 정부에서 보다 실질적인 해법을 도출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며 “납북자 생사확인과 송환 등 전반적인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 연구소 교수는 “연좌제 등 납북 가족들이 겪은 피해를 객관적으로 수치화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며 “특히 피해보상을 위한 재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납북 가족단체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