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한국의 이명박 새 정부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에 나섰습니다. 보수성향의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가급적 직접적인 비난은 자제해 왔던 북측이 한국 정부의 북한 인권 문제 제기를 빌미로 과거 남북 대결시대의 비난용어들을 다시 꺼내 쓰고 있습니다. 서울 VOA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조평통)는 어제 대변인담화를 내고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한국 정부가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북한의 적절한 조치를 촉구한 데 대해 “보수집권 세력의 극악한 망언”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조평통은 이와 함께 이명박 정부에 대해 “지난 시기 세인을 경악케 하는 파쇼통치로 남조선을 참혹한 인권의 불모지로, 민주의 폐허지대로 만들었던 ‘독재정권의 후예들’”이라고 비난 수위를 더욱 높였습니다.

북한 당국이 한국의 이명박 정부에 대해 이 같은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표현을 동원해 공식 비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담화문은 또 “남조선 보수세력은 집권 이전부터 미국 강경세력의 반북 인권 소동에 동조했으며, 우리의 체제와 제도를 중상모독하는 엄중한 망언까지 지껄이고 있다”며 “현실은 남조선 보수 집권세력이 ‘우리민족끼리’를 기본이념으로 하는 6.15 공동선언과 북-남 관계를 호상 존중과 신뢰의 관계로 전환할 데 대한 10.4 선언의 정신을 거역해 나서고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 내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한국 새 정부에 포문을 연 이유를 인권 문제의 특수성에서 찾고 있습니다. 조평통 담화문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인권 문제가 북한의 수령유일체제를 위협하는 직접적인 원인인데다 국제사회의 가중되는 압박에 한국 정부가 동조하고 나선 것으로 본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통일연구원 김수암 연구위원입니다.

“북한으로선 그렇게 해석했을 수도 있겠죠, 국제사회의 개선 요구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는 요구에 대해서 남한 정부가 국제공조를 통해서 북한인권 문제를 계기로 북한을 압박하는 데 국제공조에 동참했다, 그리고 동참하면서 적절한 조치라는 용어를 사용해 자신들을 압박해왔다 이렇게 해석했을 수도 있겠죠”

김 연구위원은 인권 문제의 민감성 이외에도 이번 유엔 인권 발언이 대북정책과 관련한 이명박 정부의 구체적인 첫 입장 표출이었다는 점도 북한을 자극한 요인으로 지적했습니다.

세종연구소 송대성 수석연구위원은 조평통의 비난 담화문을 한국의 4월 총선을 앞둔 일종의 심리전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이렇게 된다 하는 일종의 책임전가를 하기 위한, 특히 선거정국에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으로 접어들고 대화가 중단된다 하는 이런 것을 어떤 면에선 야권에 호재로 주기 위한 뜻도 있을 것이고 저는 복합적인 의미라고 봅니다”

북한 인권 문제를 둘러싼 향후 남북관계 전망과 관련해 김 연구위원은 “조만간 있을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성사 여부가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또 한국 정부의 대북 인권 압박이 전략적 차원의 완급조절은 있겠지만 국제기구 등을 통한 우회적인 방식으로, 이전 정부보다 보다 능동적인 입장 표명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통일부 내 북한 인권과 인도주의적 사안을 전담하는 인도협력기획과가 신설된 점 또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새 정부의 변화된 태도를 보여주는 실례로 지목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하지만 “신설 기구의 명칭에 북한인권이라는 용어가 포함되지 않은 점으로 미뤄 보수성향의 새 정부도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선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듯 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인권 문제와 관련한 북한의 향후 대응과 관련해서 세종연구소 송 수석연구위원은 “인권 문제가 불거질 때 마다 북측은 이를 내정간섭으로 몰아부치곤 했다”며 국제사회에서 비슷한 비난을 받고 있는 중국과의 공조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 간 예를 들며 “정책 수립 또는 실행단계에 들어서면 인권 문제는 정치, 경제, 군사적 문제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마련”이라며 “남북관계나 미북관계의 본질적 변수는 인권 문제가 아니라 역시 핵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비핵화의 진전 여부에 따라 인권 문제의 부각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비핵화가 어떻게 되느냐 이게 관건입니다. 비핵화가 상당히 긍정적 국면으로 흘러간다면 이 정도의 인권 문제 제기는 소위 논평의 수준에서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 정도로 작용할 것이고, 남북관계 경색의 본질적인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거죠. 그렇지만 만약에 비핵화가 제대로 진전되지 않으면 이런 인권 문제가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는 핵심 명분으로 작용하는 그 두 가지 차원으로 나눠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