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두 차례의 북 핵 위기를 거치면서 지난 15년 간 벌여온 협상을 평가하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이 보고서는 6자회담의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미국은 양자와 다자 협상을 적절히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6자회담을 교착상태에 빠뜨린 북한의 핵 신고서가 합의문에 명시된 것보다 정확성이 훨씬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손지흔 기자가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 소재 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연구소 (Center for International Security and Cooperation)의 존 루이스 (John Lewis) 교수와 로버트 칼린 (Robert Carlin) 객원 연구원은 최근 “북한과 협상하기 (Negotiating with North Korea)”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 NPT 탈퇴 선언으로 1차 북 핵 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1992년부터 2007년까지, 15년 간의 북 핵 협상을 진단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과거에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북한과의 협상에는   양자와 다자 협상을 병행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 CIA와 국무부 분석관으로 30년 넘게 북한 문제를 다뤄온 칼린 연구원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양자와 다자 협상은 각각 장.단점이 있다며, 둘을 병행하면 각각의 단점을 보완해 준다고 말했습니다. 칼린 연구원은 북 핵 6자회담은 그동안 필연적으로 발전 (evolve)해 현재 현실과 보다 잘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습니다.

칼린 연구원은 6자회담은 “모든 일을 6자회담에서 다뤄야 한다는 고정개념에서 지금은 일의 상당 부분이 

미-북 간 양자협상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개념으로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나머지 참가국들은 대북 지원 제공 등, 각기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현안이 떠오를 때 적절히 참여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부시 미 행정부는 집권 1기 때는 북한과의 직접대화를 전면 거부했지만 2기에 들어서서는 대북정책을 크게 바꿔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북한과의 양자회담을 활발히 추진해왔습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협상 지렛대는 미국이 북한과 공존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북한 측에 설득시키는 능력입니다. 즉, 미국이 북한의 체제와 지도부를 받아들이고 동북아시아 지역의 미래상에 북한도 설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입니다.

칼린 연구원은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개인적인 유대관계를 갖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공존 문제에 있어서 클린턴 행정부와는 많이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칼린 연구원은 미국은 “북한과 어느 정도 공존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이 북한의 존재를 인정한다고 해서 북한에 호의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결과를 생산하기 위해 북한을 포용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칼린 연구원은 이어 현재 6자회담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이유는 협상과 합의 이행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칼린 연구원은 “외교관들은 합의 이행단계가 어떤 모습을 띄고, 어떻게 진행되고, 또 차기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10.3 합의에 따라 지난 해 말까지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신고하기로 약속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 신고를 이미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아직 완전한 핵 신고서를 받지 못했다는 입장입니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합의이행이 평탄치 않고 (uneven), 북한의 신고가 합의서 내용보다 정확성이 훨씬 떨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6자회담 참가국들은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칼린 연구원은 “북한이 지금 핵 신고서를 제출하면 미국은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협상 과정을 계속 이어나가되 우려와 의혹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부분들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이 점점 더 나은 핵 신고서를 제출하게 될 것이고 협상 과정도 끊기지 않을 것이라고 칼린 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