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6일 성공리에 개최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역사적인 평양 공연은 외부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북한사회를 제한적이나마 엿볼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뉴욕 필의 공연을 취재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한 서방 세계 기자들에게 북한은 개방의 전조가 보이면서도 여전히 모순되고 이상한 사회로 비쳐졌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역사적인 평양 공연이 끝나면서  공연을 취재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했던 서방 언론인들의 눈에 비친 북한사회에 관한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 뉴욕 필 공연과 관련해 서방 언론인 80명의 방북을 허용했습니다. 

북한은 이들 기자들에게 입국이나 세관 심사를 하지 않고, 평양 시내 관광과 사진촬영을 허용하는가 하면, 이례적으로 자유로운 인테넷 접속과 국제전화 사용을 허용했습니다. 일부 기자들은 북한 안내원의 감시가 있기는 했지만 거리에서 주민들을 인터뷰할 기회도 가졌습니다. 따라서 뉴욕 필의 평양 공연은 그동안 외부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북한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시사주간지인 ‘뉴스위크’는 북한사회가 개방정책을 도입했던 1970년대 중국사회와 매우 유사하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위크’의 멜린다 리우 기자는 이번 공연 중 연주됐던 거슈윈의 '파리의 미국인'에 빗댄  '평양의 미국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리우 기자는 눈덮힌 평양 순안공항의 활주로에 도착하면서 받은 첫 인상을 기술하면서, 거대한 붉은 글씨로 쓰여진 ‘평양’이라는 이름과 텅빈 공항의 을씨년스러운 겨울 모습이 30년 전 중국의 베이징과 놀랄만큼 비슷했다고 전했습니다.

리우 기자는 그러나 무엇보다도 평양 시내 한 복판을 활보하는 여성들의 옷차림에서 1970년대 개방정책을 도입했던 중국의 베이징과 비슷한 면모를 발견했다고 전했습니다. 회색이나 검정색, 군청색 등 동계 군복과 같은 옷을 입고 자전거를 밀거나 터벅터벅 걸어가는 북한주민들이 겨울의 풍경 속에 묻혀버린 것과는 대조적으로, 분홍색 점퍼를 입고 무리지어 걸어가는 평양 시내 젊은 여성들은 확연히 눈길을 끌었다고 리우 기자는 말했습니다. 마치 70년 대 후반 중국 베이징에서 감각이 뛰어난 여성들이 붉은색 스웨터와 연보라색 발목 양말을 신고 다녔던 것과 아주 유사한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의 블레인 하든 기자는 평양 시내 관광을 통해 본 북한은 아주 이상한 사회였다고 전했습니다.하든 기자는 지난 29일 ‘정도가 지나치도록 이상한 북한사회 (In North Korea, Eccentricity well off the scale)’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북한의 토지 이용은 과거 독재정권 치하의 알바니아나 루마니아보다 훨씬 더 이상했다고 밝혔습니다.

하든 기자는 북한의 경우 지난 1948년 북한을 창건한 김일성과 1994년 권력을 이어받은 김정일이 자신들을 기리기 위해 어마어마한 구조물들을 건축하는 등 부자 권력세습 60년 동안 알바니아와 루마니아를 능가하는 극도로 이상한 토지 이용이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하든 기자는 그 예로 수도 평양을 내려다보는 언덕의 광대한 콘크리트 광장에 서있는 충격적일 만큼 거대한 김일성 동상과 평양 시의 한 구역을 다 차지하는 인민대학습당을 소개했습니다. 특히 '결혼식 케이크' 모양의 인민대학습당을 방문했을 때는 안내원들이 '3천만 권의 책이 소장돼 있다'는 등 온갖 수치를 들먹이며 안내했다고 전했습니다.

‘뉴욕타임스’ 신문은 지난 27일 북한이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평양 시내 관광은 ‘감시관광’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이 신문은 인민대학습당 방문 때 컴퓨터 실에는 말쑥하게 차려입은 채 수십대의 컴퓨터 모니터를 응시하는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기다리는 사람이나 오가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며, 이들은 선전을 위해 동원된 사람들로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또 언론인들은 그 곳에서 예정에 없던 방에 들어섰을 때 최소한 한 곳은 난방이 되지 않았고 북한 측 안내원들로부터 나가달라는 말을 들었다며, 많은 공공 건물들 내부는 추웠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유미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