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을 관람한 뒤 한국을 방문한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대사 등 미국 측 주요 인사들은 오늘 서울에서 기자회견 등을 통해, 이번 공연이 미-북 관계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서울 VOA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에번스 리비어 코리아 소사이어티 회장은 오늘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서울 남산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주최한 내외신 간담회에서 “이번 뉴욕 필 평양 공연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하진 않지만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공연 성사에 막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리비어 회장은 “공연 성사를 위해 일을 진행하는 동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지와 도움이 있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내부 행사도 생방송하지 않는 북한이 이번 공연을 생방송한 것이 그 예”라고 말했습니다.

리비어 회장은 또 “처음 평양 공연 얘기가 나왔을 때 평양에 콘서트 홀이 있을지 등 많은 의문이 떠올랐다”며 “결과적으로 양측의 과감한 결단으로 이번 공연이 가능했다”고 감회를 밝혔습니다.

공연 관람차 평양을 방문했던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도 이 간담회 자리에서 “북한이 미국과의 외교에서 ‘관계개선’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면서 “오히려 북한은 미국의 대화가 너무 느리다고 표현할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그레그 전 대사는 또 이번 방북 중 북 핵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의 북 핵 문제와 관련한 대화 내용도 전했습니다.

그레그 전 대사는 “김 부상에게 왜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느냐고 묻자 김 부상은 미국 측이 중유 공급 등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른 조치들을 너무 느리게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레그 전 대사는 “김 부상과는 지난 2002년부터 지속적으로 만나왔기 때문에 논리적 반박에 익숙한 그의 대화 습관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런 김 부상도 이번 만남에서 북 핵 문제 타개를 위해 조속한 행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침묵으로 표시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레그 전 대사는 “우리가 빠르게 움직이는 게 왜 중요한가를 주제로 이야기했을 때 특히 맥케인 혹은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섰을 때 현재보다 어떻게 더 어려운 상황이 닥칠 것인가에 대해 토론했을 때 김 부상은 별 반박을 하지 않았다”며 “김 부상의 침묵은 우리가 전달한 내용의 타당성을 북측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다는 징표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뉴욕 필 자린 메타 사장도 오늘 오전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공연 전 기자회견을 갖고 “뉴욕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이 북한 전역에 생방송됨으로써 미국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메타 사장은 “이번 공연으로 미국과 미국인에 대한 북한 사람들의 인식이 좋아졌을 것”이라고 자평하면서 “다른 부분은 양국 정부와 정치인에 달려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메타 사장은 또 방북 소감을 묻자 “단지 미국인이 아니라 북한인이 아닌 관점에서 봤을 때 도시가 광활하고 깨끗했다”고 밝혔습니다. 메타사장은 “하지만 페인트칠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어 가난한 나라라는 느낌을 가졌다”며 “북한이 좀 더 경제적으로 개방됐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평양 공연을 위해 미국적 색채의 작품들을 선곡한 데 대해선 “뉴욕 필의 공연이 북한에 알려진다는 점에서 미국의 특성을 나타낼 수 있는 음악, 즉 ‘신세계’에서 온 작품을 연주하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메타 사장은 평양에 이은 오늘 서울 공연에 대해 “음악적 의미 외에 정치적으로도 특별한 의미를 담은 공연”이라고 밝혔습니다.

뉴욕 필은 오늘 오후 1시 30분 예술의 전당 콘서트 홀에서 공연을 가졌습니다.

뉴욕 필은 이 공연에서도 평양 공연에서처럼 한국의 애국가와 미국 국가를 연주했습니다. 이에 대해 메타 사장은 “오늘 공연에 국무총리 후보자가 참석한다는 사실을 알고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오늘 연주된 베토벤의 ‘운명’에 대해선 “가장 훌륭한 곡이기도 하고 현재의 상황에 딱 맞아 떨어져서 선곡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공연을 접한 북한주민들의 충격도 한국의 일부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평양 현지에서 시민들과 가진 인터뷰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 30대 평양 시민은 ”공연 장면이 TV를 통해 반복적으로 방영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합뉴스는 “뉴욕 교향악단이 조국에 온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는 한 40대 남성의 반응과 함께, 많은 시민들이 이번 공연에 대해 “정말 대단하다”거나 “너무 멋있었다”는 말로 소감을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에 대한 질문에 20대 여성은 “위에서 결정하면 우린 따릅니다”라는 경직된 답변이 돌아왔다고 전했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