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역사적인 평양 공연이 성공리에 끝난 가운데, 이제 관심은 그같은 문화교류가 미국과 북한 간의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일단 이번 공연에 대한 지나친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교향악단들은 과거 냉전시절에 외교의 역할을 보완하면서 미국이 소련, 중국 등과 관계를 개선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 드립니다.

북한 수도 평양에 미국 국가가 울려 퍼졌습니다.

뉴욕 필의 역사적인 평양 공연 이후 미국은 대북 문화교류 확대를, 북한은 미국 답방 공연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양측의 문화적 해빙기류가 완연합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뉴욕 필의 이번 평양 공연을 '싱송(sing song) 외교'로 표현했습니다. 지난 1971년 미국과 중국이 탁구 교류를 통해 관계 개선을 이룬 '핑퐁 외교'에 빗댄 말입니다. 이밖에도 이번 공연은 '음악외교, '오케스트라 외교'로도 불렸습니다. 이 모든 표현들은 뉴욕 필의 이번 공연이 단순한 음악회를 넘어 미-북 간 관계 개선을 위한 촉매로서의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나온 말들입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오케스트라들은 과거 냉전시절에도 적대국과의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외교관계를 개선하는데 기여했습니다.

52년 전인 지난 1956년 9월, 미국의 보스톤 심포니가 서방 오케스트라로는 사상 처음으로 소련을 방문했습니다. 소련 지도자 요시프 스탈린이 1953년에 사망한 후 집권한 니키타 흐루시초프 공산당 서기장이 평화공존을 내세우면서 미국과 소련 간의 해빙무드가 막 싹트던 때였습니다. 당시 미 국무부는 세계 최고의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모든 경비를 부담했으며, 공연실황은 소련 전역에 라디오로 생중계 됐습니다.

미국과 소련은 이후 2년 뒤인 1958년에 문화교류 협정을 체결한 데 이어 1959년 8월에는 세계적인 지휘자 레오나드 번스타인이 이끄는 뉴욕 필하모닉이 소련을 찾았습니다. 미 국무부 국제문화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이었습니다.  

현재 뉴욕 필의 지휘자인 로린 마젤은 이번 평양 공연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1959년 소련에서 이뤄진 뉴욕 필 공연은 소련 국민들이 정부가 해 온 말들에 대해 회의를 품도록 만드는데 기여했다면서, 결과적으로 소련 정권의 붕괴를 초래한 과정의 일부분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뉴욕 필의 소련 공연 직후, 흐루시초프 서기장이 소련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당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보편적이고 지속적인 평화가 미국과 소련 두 나라의 공동목표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1960년에는 소련 국립교향악단이 사상 처음으로 미국에서 공연하는 등, 냉전 완화의 분위기를 타고 시작된 오케스트라 방문 연주회는 결과적으로 양국의 정치적 화해 분위기를 더욱 증진하는 데 한 몫을 담당했습니다.

1971년 4월, 미국 탁구팀이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이른바 핑퐁 외교로 전 세계적 관심을 모은 이 행사는 20년 이상 막혔던 미국과 중국 간 교류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그 해 7월에 헨리 키신저 당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극비리에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그 다음 해인 1972년 2월에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고, 곧바로 두 나라 간의 외교관계 수립의 지침이 되는 '상하이 성명'이 발표됐습니다.

그러나, 상하이 성명으로 양국 관계 정상화가 급진전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1973년 북베트남의 춘계 대공세와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 중국 내 권력투쟁 심화 등으로 미-중 관계 정상화는 좀처럼 진척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중국을 방문한 것은 바로 이 무렵이었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에 상호연락사무소 설치가 합의된 지 4개월 뒤인1973년 9월, 미국 오케스트라로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는 베이징과

상하이 두 곳에서 공연하면서, 두 나라 간 국교정상화의 윤활유 역할을 했습니다. 닉슨 미국 대통령은 중국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유진 올만디에게 미국과 중국의 우호와 상호이해 증진에 기여했다고 치하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합의가 2단계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로 주춤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열린 뉴욕 필의 이번 공연도 같은 맥락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뉴욕 필의 지휘자인 로린 마젤은 이번 공연에서 미국 작곡가 조지 거슈인의 `파리의 미국인'이라는 곡을 소개하면서, 언제가는 `평양의 미국인'이라는 곡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말해 청중들의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뉴욕 필의 성공적인 평양 공연으로 미-북 간 문화교류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양국 관계가  당장 급진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미-북 간 최대 현안인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