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이번 평양 공연이 미-북 간 화해 분위기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면서도, 그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정책 방향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고, 미-북 간 현안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간 문화교류가 가시적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입니다. 조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이 미국과 북한의 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 재단 선임연구원은 25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1970년대 미국과 중국이 탁구 교류로 정식 수교의 물꼬를 튼 ‘핑퐁외교’를 교훈 삼아 북한이 이번 뉴욕 필 공연을 허락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북한은 과거 ‘핑퐁외교’의 선례를 면밀히 검토한 뒤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뉴욕 필의 공연을 허락했을 것이며, 이는 북한 당국이 미국과 관계 개선을 원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문화교류는 상대 국가에 대한 견해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전제하고, “일반 미국인들은 현재 북한이라고 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핵무기를 떠올리지만, 뉴욕 필의 공연과 같은 문화교류를 통해 미국인들이 북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면 앞으로 미-북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 의회 산하 연구기관인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쉬 박사도 “현재 미-북 간 외교적 접촉은 회수나 내용에서 제한돼 있지만, 뉴욕 필의 이번 공연을 계기로 양측의 외교접촉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닉쉬 박사는 “북한의 엘리트 특권계층이 이번과 같은 음악회를 통해 서방인들을 직접 접촉하게 되면 장기적으로는 북한 당국의 정책도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닉쉬 박사는 뉴욕 필 공연으로 인한 단기적인 미-북 관계 급진전은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닉쉬 박사는 “핵을 포함한 다양한 문제에 있어 북한 정권의 정책은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일관성을 보여왔으며, 음악회 한번으로 북한 정권의 정책이 변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박사는 또 “70년대에 ‘핑퐁외교’가 성과를 낸 것은 당시 소련과 관계가 악화되고 있던 중국이 대대적인 정책 전환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북한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시아 재단의 스콧 스나이더 연구원도 “뉴욕 필 공연으로 미-북 간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더라도 두 정부가 민감한 정치적 현안들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가시적인 관계 진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뉴욕 필의 공연은 미-북 간 위협적인 분위기(sense of threat)를 줄이고 보편적 인류애를 공감할 수 있을 것이며, 미국도 북한과 관계 개선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린 연구원은 그러나 미-북 간 이러한 우호적 분위기가 북한에 의해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뉴욕 필 공연을 이용해 미-북 관계 진전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이러한 해빙 분위기가 어떠한 제재나 긴장 국면으로 인해 방해되지 않아야 함을 강조할 것”이라며, “교착상태에 있는 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미국이 압박수위를 높이지 않기를 바랄 것”이라고 그린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그린 연구원은 “북한이 핵이나 인권 문제와 관련해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뉴욕 필 공연에 대해 지나친 흥분과 기대가 조성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의 소리,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