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와 국제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알기 쉽게 풀어드리는 뉴스 초점 시간입니다. 오늘도 최원기 기자가 나와있습니다.

엠시)최 기자,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을 봤습니까? 오늘은 미국과 북한 관계에 큰 획이 그어진 날이었습니다. 지난 반세기간  미국을 ‘백년 숙적’으로 간주해왔던 북한 땅에 뉴욕 필하모닉의 선율이 울려 퍼지고     미국 국기가 게양됐고, 미국 국가가 연주된  날이었는데요. 동시에 우리가 현실을 무시한 채 이번 뉴욕 필의 평양 공연을 너무 감성적인 측면에서만 봐서도 안된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오늘은 먼저 평양 공연 내용을 살펴보고 그 의미를 짚어보죠. 뉴욕 필이 첫번째 연주한 곡이 북한의 애국가와 미국의 국가였다면서요?

최)네, 북한의 수도 평양에 25일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미국 국가가 울려 퍼졌습니다. 뉴욕 필의 지휘자 로린 마젤이 이끄는 뉴욕 필 단원 1백5명은 이날 6시6분 평양 동평양 대극장에서 북한 애국가 연주로 역사적인 평양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이어 뉴욕 필은 미국 국가 ‘성조기여 영원하라’를  연주했습니다. 미국과 북한 국가가 연주될 때 북한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국가에 경의를 표했습니다. 무대 위에는 미국의 성조기와 북한의 인공기가 좌우에 걸려있었습니다. 이날 연주는 바그너의 로엔그린 3막 서곡과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 그리고 파리의 미국인 순서로 이어졌습니다. 북한 관객들이 큰 박수로 앙코르를 청하자 뉴욕 필은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와 캔디스 서곡, 그리고 한국의 전통민요 아리랑으로 답례했습니다.  북한 관중들은 처음에는 다소 긴장되고 서먹한 분위기였으나 공연이 이어지면서 큰 박수와 함께 앙코르를 요청하는 등 좋은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엠시) 이날 공연에서 하이라이트-가장 빛나는 대목-은 아리랑을 연주할 때가 아니었나 싶은데, 어땠습니까?

최)큰 박수가 두 번 나왔는데요. 한번은 공연 후반에 뉴욕 필이 앙코르 공연으로 번스타인의 오페라 캔디드 서곡을 연주하자 큰 박수가 나왔습니다. 당초 북한 관객들은 앉아서 박수를 쳤으나 외국인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치자 따라서 기립박수를 쳤습니다. 또 마지막 앙코르곡인 아리랑 연주가 끝나자 북한 관객들은 모두 일어나 큰 박수를 쳤는데요. 여기서 한번 뉴욕 필의 아리랑 연주를 잠시 들어보시죠.

엠시)뉴욕 필의 원로 지휘자죠? 로린 마젤의 유머 감각도 이날 공연을 돋보이게 만들지 않았나 싶어요. 로린 마젤이 한국말도 했다죠?

최)네, 처음 공연이 시작되자 북한 관객들은 다소 긴장되고 서먹한 분위기인 것 같았는데요. 뉴욕 필의 지휘자인 로린 마젤이 파리의 미국인을 소개하면서 ‘앞으로 언젠가 평양의 미국인 이라는  음악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말해 북한 관객들을 웃겼습니다. 또 지휘자 마젤은 신세계 교향악을 연주하기에 앞서 곡을 설명하면서 서툴게나마 한국말을 하자 북한 관객들은 박수를 치면서 반기는 등 분위기가 한결 풀어졌습니다. 여기서 지휘자 마젤이 한국말을 하는 대목을 한번 들어볼까요?

///마젤-좋은 시간되세요///

엠시) 이제는 뉴욕 필 평양 공연의 의미를 짚어봐야 할 차례인데요. 이번 공연에 대해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음악 정치다’ 또는 ‘미-북 관계 개선의 신호탄이다’라는  다양한 시각이 있는 것 같은데, 미국 전문가들은 이번 공연의 정치적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면서요, 아무래도 북한 핵 문제 때문이겠죠?

최)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뉴욕 필의 평양 공연 의미를 문화적 의미와 정치적 의미를 나눠서 평가하고 있습니다. 즉, 문화적 차원에서 이번 공연은 미국과 북한 간의 경색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효과는 있겠지만 정치적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것입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소인 아시아 재단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 연구원은 북한이 지난 70년대 미-중 간 핑퐁 외교를 교훈 삼아 이번 뉴욕 필 공연을 추진했을 것이라면서, 이번 공연은 평양이 워싱턴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엠시)뉴욕 필 공연의 의미를 다소 평가절하하는 시각도 있죠?

최)네, 워싱턴에서는 북한이 핵 신고를 하지 않은 채 뉴욕 필 공연을 추진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평화 공세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북한이 진정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싶으면 먼저 핵 문제를 풀고 관계를  개선해야지, 핵 신고는 하지 않은 채 평양 공연을 추진한 것은 순서가 잘못됐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 과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 국장 출신인 마이클 그린 씨는 미국의 소리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이번 뉴욕 필 공연을 통해 자신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지 않기를 바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을 연주한다고 해서 북한이 달라지지 않을 것 이라며 북한은 북한일 뿐’ 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 서울에 있는 일부 탈북자들도 “음악 외교라고 하지만 결국 북한에 끌려가는 셈’이라며 “북한주민들은 사전에 당으로부터 철저한 통제와 지시를 받고 이번 공연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위대성 덕분에 이뤄졌다고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욕 필의 이번 평양 공연이 갖는 역사적 의미는 좀더 시간이 흘러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엠시) 뉴스  뉴스 초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