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북 핵 6자회담 당사국들이 북한의 합의 이행에 따른 상응조치만 취하면 비핵화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미국의 핵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헤커 (Siegfried Hecker) 박사가 말했습니다. 지난 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헤커 박사는 현재 교착상태에 빠진 6자회담과 관련해, 겉으로 보이는 긴장감과는 달리 북한 내 분위기는 긍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손지흔 기자가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미국의 로스 알라모스 국립 핵연구소장을 지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20일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소재 스탠포드대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방북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헤커 박사는 6자회담 10.3 합의에 따른 핵 시설 불능화 작업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12일 부터 16일까지 북한을 방문해 영변 핵 시설을 둘러보고 왔습니다.

헤커 박사는 현재 6자회담 합의사항 이행을 놓고 당사국들 간에 “누가 먼저 무엇을 하느냐를 놓고 협상 과정이 적대적 (adversarial)이지만, 북한 내에서는 과거에 본 것에 비해 긴장감이 적었다”고 말했습니다.

헤커 박사는 “북한은 미국이 핵 불능화 작업에 대한 상응조치를 취하면 비핵화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가 돼 있다고 구체적으로 단언했다”고 말했습니다.

헤커 박사는 앞서 방북 직후 중국 베이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될 때까지 완전한 핵 프로그램 신고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었습니다. 또, 북한은 다른 6자회담 당사국들이 대북 중유지원 등, 의무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어서 불능화 작업의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정부 관리들은 이같은 논쟁이 정치적이 아닌 기술적 문제들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고 이번 방북에 동행한 조엘 위트 (Joel Wit) 워싱턴 소재 존스 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 (SAIS)의 객원 연구원은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 북한 담당관을 지낸 위트 연구원은 “북한은 불능화 작업의 12개 조치들 가운데 10개를 완료했다”며 “이는 북한이 그만큼 불능화를 이행할 의지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20일 ‘미국의 소리’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위트 연구원은 북한이 불능화 작업의 속도를 늦춘 상황에서 미국은 북한과 계속 협상할 수 밖에 없다며, 인내심을 갖고 협상 과정을 지켜볼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위트 연구원은 그러나 “모든 현안들이 결국 해결되리란 법은 없고, 북한이 핵 신고 문제에서 미국이 원하는 사항들을 모두 신고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방북에서는 특히 영변 핵 시설 현장에 나가 있는 미국과 북한 측 핵 기술팀들의 좋은 협력관계가 두드러졌다고 헤커 박사는 밝혔습니다.

헤커 박사는 “양측 기술자들 모두 함께 일을 잘 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이는 지난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 때 양국 기술자들의 협력관계가 좋지 않아 적대적인 상황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헤커 박사는 또 미국 기술자들은 6명이 한 팀을 이뤄 2주마다 교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은 실제로 매일 현장에 나가 북한 기술자들과 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헤커 박사는 이밖에 북한의 핵폐기시 실직하게 될 현지 핵 전문가들의 재교육과 재취업 문제를 북측과 논의했다며,

영변 핵 시설 내 기술 책임자들은 특히 경수로 기술 관련 핵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기술자들의 재교육 문제에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6자회담 당사국들이 합의사항을 제대로 이행하고 불능화 단계가 마무리될 때 까지 이 문제를 논의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헤커 박사는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존스 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의 위트 연구원은 “북한은 현시점에서 이 문제에 관한 미국의 전반적인 접근법에 대해 더 이상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위트 연구원은 “북한은 이제 구체적인 제안들을 원한다”며,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논의를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위트 연구원은 북한의 고급 기술인력을

북한의 경제발전에 활용하는 접근법을 한 예로 소개했습니다.

한편, 위트 연구원은 이번 방북 중 영변 핵 시설 외에도 평양의 외국어학교를 방문하고 북한 교육성과 보건성 관리들과도 만났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