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발도상국과 전환기 국가 1백25개국을 대상으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의 발전 정도를 측정한 독일의 한 비정부기구의 조사에서 최하위권인 1백22위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버마와 함께 정치체제와 시장경제로의 전환 등에 있어 발전의 기미가 전혀 없는 국가로 평가되는 불명예를 얻었습니다. 서지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개발도상국과 민주주의 체제로의 전환기 국가 1백25개국 가운데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발전 정도가 최하위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독일의 비영리 기구인 베텔스만 재단은 '2008 베텔스만 변혁 지수'(Bertelsmann Transformation Index 2008), 이른바 BTI 를 측정한 결과, 북한은 정치 상황과 시장경제로의 전환 분야에서 10점 만점에 2.46점을 얻어 1백25개국 가운데 1백22위를 차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 2006년 발표된 같은 조사 때보다 6계단이나 하락한 것입니다. 

베텔스만 재단의 호크 하프만BTI 연구사업 국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폐쇄된 사회이자 반대파를 용인하지 않는 전제주의 국가이므로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며, 특히 북한은 국민의 정치 참여나 법규, 체제 등 5가지 민주화 기준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977년 독일에서 설립된 베텔스만 재단은 지난 2003년부터 2년에 한 번씩 개발도상국과 전환기 국가를 대상으로 민주화와 시장경제 발전 정도, 지도자의 국가 경영 능력 등의 분야에서 '베텔스만 변혁지수'를 개발해 발표해 왔습니다.  

북한은 이번 조사에서 민주화 정도에서는 10점 만점에 2.7점, 시장경제 변혁 분야에서는 그보다 낮은 2.21점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프만 국장은 북한은 시장경제 발전 척도의 7개 평가 항목에서 모두 최하위권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하프만 국장은 대부분의 나라들은 세계 경제가 지난 조사 때보다 성장함에 따라 가외 이익을 얻었지만 예외도 있었다며, 북한이 이같은 예외국들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은 또 국가 지도자의 능력을 측정하는 국가경영 지수에서도 종합점수가 1.9점에 그쳐 최하위 기록을 면치 못했습니다.    

세부 항목으로는 '국가 경영의 성과' 2.04점, '대중 합의 형성' 1.5점, '국제협력' 1.3 점 등으로 특히 낮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베텔스만 재단은 보고서에서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에서는 지난 조사에 이어 한국과 대만이 지도자의 국가 경영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으며, 버마와 북한은 개혁의 신호가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습니다.

북한은 내전 상태가 심각한 차드나 수단, 르완다, 콩고 등의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민주화와 시장경제 발전 척도에서 낮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조사 대상국가 가운데 북한보다 순위가 뒤쳐진 국가는 버마와 아프리카의 에리트리아, 소말리아 등 3개국 뿐이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정치, 경제 변혁 정도' 분야 1위는 10점 만점에 9.56점을 얻은 체코가 차지했으며, 슬로베니아, 에스토니아, 헝가리,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휩쓸었습니다.

'국가 경영' 분야에서는 국제협력 항목에서 특히 높은 점수를 얻은 칠레와 에스토니아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으며 한국과 대만이 각각 6, 7위로 상위권을 기록했습니다.

하프만 국장은 북한이 더 나은 BTI 순위를 얻기 위해서는 시장경제에 맞는 국가 체계를 새로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현재의 전체주의적 경제로는 세계 시장경제에 절대 편입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하프만 국장은 북한이 특히 전환기 이전의 동유럽 국가들의 사례에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북한의 상황은 정치와 경제 등 전체적인 전환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면에서 과거 동유럽 국가들의 전환기 전 상황과 비슷하기 때문에 배울만한 것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프만 국장은 그러나 하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며, 동유럽 국가들은 너무나 빨리 경제체제를 전환해 사회전체가 충격을 받아 사회적 비용이 너무 많이 소모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같은 사회적 충격을 덜기 위해서는 전환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프만 국장은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