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가 올해 업무계획에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정책활동 강화’를 6대 중점과제 중 하나로 포함시켰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공식 과제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동안 북한 인권 문제를 사실상 외면해온 점에 비춰볼 때 뒤늦었지만 다행스런 결정이라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전시 행정’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서울 VOA의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는 어제 북한 인권 개선에 대한 활동 내용을 담은 ‘2008년 주요 업무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인권위는 ‘올해 주요 업무계획 설명회’에서 “한반도 평화와 공존을 위해 북한 인권 개선은 중요한 사안”이라며 “탈북자 문제만이 아니라, 국군포로와 납북자 관련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인권위는 지난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인권 증진’을 중점과제로 삼은 적은 있지만, 북한 인권 문제 전반을 공식 과제로 포함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인권위는 ‘북한 인권개선’을 위해 이행해야 할 구체적인 내용으로, 탈북자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는 한편, 납북자와 국군포로 송환 방안을 모색하고, 북한주민의 인권상황을 모니터링한다는 계획 등을 꼽았습니다.

인권위 관계자는 “남북한의 특수한 상황뿐 아니라, 국제인권 규범에 근거해 북한 인권상황을 예의주시하고,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과 몽골, 캄보디아 등 재외 탈북자의 인권 현황을 파악하고 탈북자 강제송환 문제에 대해 검토하겠다”며 “탈북자들의 지위문제와 국내 입국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문제도 면밀히 살펴볼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정착 탈북자 문제와 관련해선, “정착 과정과 직업, 자녀 교육에 대한 실태와 인권 상황을 조사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인권위는 지난 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제출한,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10대 인권과제’에도 북한인권 문제를 포함시켰었습니다.

이에 대해 대북 인권단체와 시민단체들은 “인권위가 늦게나마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기울인 것에 환영한다”면서도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정치적 계산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냈습니다.

김윤태 북한 민주화네트워크 사무총장은 “늦은 감은 있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인권기관이 지금이라도 북한인권 문제를 주요한 과제로 다루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김 사무총장은 “최근 수년 간 인권위는 북한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와 인권단체들의 요구에 침묵할 수만은 없었을 것”이라며 “인권위의 이번 발표도 이 같은 배경이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김 사무총장은 “북한 인권 문제를 정부 차원의 주요 의제로 다루겠다는 것은 중요하다”면서도 “인권위의 정책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평가를 유보했습니다.

북한민주화네트워크 김윤태 사무총장: “지금까지 인권위는 초기엔 북한 인권에 대해 시민단체나 탈북자들에 의한 문제제기에 대해 거의 무대응이나 회피성 이런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그러나 인권단체와 국제단체의 노력에 의해 북한 인권에 대해 침묵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다보니깐 그나마 최근 몇 년간 형식적으로 국내 정착 탈북자 문제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듯한 제스처를 취해왔던 것 같습니다. 과거에 인권문제에 대해 소극적이고 미온적이었던 인권위원회가 과연 이것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고, 약속이 얼마나 지켜질지에 대해 가시적인 모습이 어떻게 될 것인지 예의주시하고 지켜봐야 할 상황인 것 같습니다.”

이영환 북한인권시민연합 조사연구팀장은 “인권위 내부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의 중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있어 왔지만 정책에 반영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인권위가 독립성을 운운하면서 정작 중앙 정부의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팀장은 인권위의 세부 정책과 관련해, “탈북자 인권 조사 등과 같은 자료 수집이나 관리는 인권단체들로부터 비판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면서 “지금부터라도 소극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진정구제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영환 북한인권시민연합 조사연구팀장: “국가인권위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다루지 않을 수는 없고 여론에 밀려 억지로 떠밀려 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다’라는 그런 시늉을 내기 위해서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자료를 모아서 인권위 웹사이트에 올린다든지 출판을 해서 자료를 국민들이 볼 수 있게 한다든지 소극적이면서도 비판 여론을 피할 수 있는 그런 손쉬운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것이죠. 보호를 받도록 해주는 적극적인 진정구제기관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북한 인권 문제에 있어서도 좀 더 현장을 뛰어다니면서 적극적인 사실을 발굴하고 수집하는 일들을 하길 바랍니다.”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출범 이후 7년 동안 북한 인권과 탈북자 문제를 외면해온 인권위가, 새 정부의 출범에 맞춰, 갑자기 태도를 바꾼 배경에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 “과거 정부가 정권을 그대로 잡았다면 인권위가 그렇게 발표를 했을 것이냐 하는 생각이 들고, 우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니깐 인권위가 북한 문제에 대해 강력히 무엇인가를 하는 것처럼 발표를 하는데 이에 대해선 우선 유감입니다. 왜냐하면 과거 10년 전부터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 있는데, 인권위가 제대로 한번도 발표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선 몰라라한 것이 사실입니다.” 

최 대표는 “며칠 전에도 인권위원회를 방문해, 항의 시위를 가졌다”며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인권위원장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납북자 생사확인과 피해 보상 방안 등을 적극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최 대표는 인권위가 발표한 납북자와 국군포로 송환 방안과 관련해, “정책발표로 끝날 게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며 “먼저 북측에 공식입장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 김수암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인권위의 발표는 북한 인권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북한 인권과 관련된 정책은 인권위뿐 아니라 정부와 시민단체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수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인권위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표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거기에 담길 구체적인 정책이나 내용들은 인권위 만이 아니라 각 부처나 시민단체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시스템의 조정이나 재정비 차원에서 역할조정 속에서 인권위의 역할이 정해질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