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의 외교전문가들이 참석한 한미전략포럼에서 한미 동맹이 전통적 안보동맹에서 벗어나 에너지와 기후변화, 반 테러 등 이른바 ‘다중적 임무’를 수행하는 새로운 동맹으로 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한미 양국의 안보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한 이번 세미나는 양국의 향후 한미동맹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자세한 소식 서울 VOA의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과 미국이 상호방위에 주력하는 동맹관계를 넘어, 다자임무를 수행하는 동반자적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미국의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교수와 한국의 문정인 연세대 교수 등, 한미 관계 전문가들은, 오늘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미전략포럼에서 “최근 국제정세의 변화는 반세기 간 지속돼온 한미동맹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제 성장에 따른 외교노선의 독립과, 중국의 대북 영향력 증대, 그리고 초국가적 과제의 부상 등이 한미동맹의 변화를 요구하는 주요 환경요인으로 꼽았습니다.

문정인 연세대학교 교수는 “지금까지의 한미 동맹은 ‘북한’이라는 공동의 적을 두고, 군사안보 차원에서 협력을 강조한 측면이 많았다”며 “앞으로의 한미동맹은 안보 동반자적 관계를 넘어선 ‘다자적 동맹 관계’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문 교수는 한미 양국이 수행해야 할 다자 임무의 예로, 대 테러전과 에너지 안보, 기후 변화 등에 대한 공동 대처를 꼽은 뒤, 이 같은 문제들을 다룰 수 있는 한미간 공동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문정인 교수> “참여정부 5년간 가장 큰 문제점은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이고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있어서 워싱턴과 서울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컸었던 것입니다.

‘인간안보’ ‘초국가적 안보’ 등이 많은데 한국과 미국이 동맹의 틀 안에서 협력하는데 북한이라는 위협에만 집중하는 게 아닌, 이를 넘어서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적극 협력해 나가자는 것입니다. 현재의 ‘동맹’이라는 것이 북한에만 관심을 두는 것은 북한에 무슨 변화만 있으면 동맹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잖습니까? 따라서 한반도를 떠나서 전세계적으로 한국과 미국은 동맹의 틀 안에서 할 일이 상당히 많다는 데 합의를 봤습니다.”

문 교수는 중국의 대북 영향력과 관련해 “6자 회담에서 중국이 긍정적인 역할을 해온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비핵화의 과정이 중단될 경우, 중국은 북한의 현상유지를 수용하면서 그 대신, 대북 영향력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문 교수는 이어 중국의 대북 투자 선점현상에 대해 “제조업과 광산업, 서비스업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이뤄지고 있는 만큼, 한미 양국이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존 아이켄베리 프리스턴대 교수는 “과거 한미 동맹은 많은 일을 해왔지만, 향후 한미 동맹관계는 더욱 중요해 질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한미 양국은 초국가적이고 지역적인 과제들을 수행하는 ‘다중 임무 협력체’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존 아이켄베리 프리스턴대학 교수-1>

아이켄베리 교수는 “과거 한미 동맹 관계가 보호와 피보호의 관계였다면 미래에는 지속적이고 대등한 관계로 정립돼야 한다”며 “차기 정부에선 경제, 사회, 문화 등 비군사적 차원에서 양국관계가 더욱 공고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아이켄베리 교수는 특히 “전략적 우선순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은 진정한 ‘동맹관계’라고 볼 수 없다”며 “미국은 한국의 안보에 대한 공약을 재확인하고, 주한미군의 규모를 2만 5천명 수준에서 유지할 것을 공약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이켄베리 교수는 “북핵 문제를 다루는 한미일 3국의 협력기구를 부활시켜야 한다”며 이는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와 같은 예민한 문제를 해결하고 6자 회담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아이켄베리 교수는 “이들 국가간 회담이 부활한다고 해서, 북한이나 중국에 위협이 된다고 보진 않는다”고 못박은 뒤, “한미일 3국간 회담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지역 안보 공동체를 위한 첫 걸음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첼 리스 윌리엄 앤 메리대학 부학장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핵 포기를 유도하기 위해 미리 뇌물을 줄 필요가 없다”면서 “한미 양국은 자신감을 갖고 대처해야 하며 북한 인권에 대해서도 우리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 리즈부학장-1>

리즈 부학장은 “북한이 2.13 합의 이행을 순조롭게 이행할 지에 대해선 불확실하다”며 “만일 북한이 핵 폐기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한미 양국은 북한의 위협적인 행동을 억제하고 고립시키는 ‘전략적 인내심 정책’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지난 수 년간 한미 양국이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공동의 접근법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어온 것은 사실”이라며 “상호주의에 입각해, 북한 당국의 인권 침해에 대처하고, 필요하다면 대화에도 직접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리즈 부학장은 차기 정부의 대북 정책과 관련, “북핵과 인권문제를 대북 지원과 연계한 이명박 당선인의 ‘비핵 개방 3천 구상’은 미국의 대북 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한국에선 차기 정부의 비핵 개방 3천 구상을 두고 과거 부시 1기 행정부의 강경한 대북 정책과 유사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며 “경제와 안보 현안을 연계시키는 그 같은 제안을 북한이 받아들일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미간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참가한 한미전략포럼의 이번 보고회는 2005년부터 모두 네 차례에 걸친 회의의 중간 결산회의로, 한미 양국의 정권교체기의 한미 동맹 방향을 가늠해 볼 지표가 될 전망입니다. 

한미전략포럼에는 한국에서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장관과 하영선 서울대교수, 이수훈 동북아시대위원장 등 스무 명의 학자와 전문가, 미국 측에선 아론 프리드버그 프린스턴대 교수와,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 등 9명이 참석해왔습니다.

서울에서 미국의 소리 김은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