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신고를 둘러싼 교착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은 이미 북한에 넘어갔으며, 미국 정부는 더 이상의 양보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에 더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장기 교착 상태에 빠진 6자 회담의 동력을 살리기 위한 미국 정부의 역할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존 울프스탈 선임연구원은 15일 ‘미국의 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재의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추가적인 행동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울프스탈 연구원은 “현재 워싱턴 정가에서의 일반적인 견해는 미국으로서는 북한에 중유를 제공하는 등 6자 회담 합의를 잘 지키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북한이 이행 사항을 지킬 차례라고 생각한다”며 “부시 행정부가 현 시점에서 북한의 올바른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추가 조치를 도입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울스프탈 연구원은 “북한은 이미 핵신고를 하기로 약속을 했으며, 이것을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등의 보상과 연결해 북한과 미국 중 누가 먼저 행동을 취할 것인지 따질 근거가 약하다”고 말했습니다.  울프스탈 연구원은 “북한은 자신의 의무 사항을 지키기 전에 미국으로 부터 더욱 많은 양보, 추가적인 양보를 받아내려 작심한 것으로 보이며 6자회담 참가국들의 의지를 시험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워싱턴의 정책연구소(Institute for Policy Studies)의 존 페퍼 외교 정책 국장도 부시 행정부가 더 이상의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기에는 정치적인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점에 동의했습니다.

페퍼 국장은 “부시 행정부는 아무런 반대 급부(quid pro quo)없이 북한에 보상만을 해준다는 인식이 퍼지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며, “부시 행정부는 정부 안팎의 강경파로부터 이러한 지적을 받을 여지를 주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페퍼 국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점에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정국 명단에서 삭제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북 핵 문제에 상당한 진전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페퍼 국장은 또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되기 위한 법률적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국무부가 이미 밝혔고, 이 사안을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도 별개로 처리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기 때문에 현재로서 유일한 장애는 미국 강경파들에 대한 정치적인 부담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국이 북한 군부에 적극적으로 다가서야 현 교착 상황을 타개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미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쉬 박사는 “현재 북한 군부는 핵무기 폐기 문제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고 이러한 기류가 핵 신고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로 부상했다”고 지적하며, “미국 정부도 이 부분을 알기에 국무부가 군부와 직접 대화 의사를 밝혀왔고, 6자회담에서도 간접적으로 의사 표명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닉쉬 박사는 “하지만 미국 정부의 이런 접근 방식으로는 북한 군부의 우려를 잠재우기 힘들다”며 “지난해 7월 북한이 제안한 북-미 군사회담을 미국 정부가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으며, 평화체제 협상을 이른 시일 내에 시작할 의사가 있고, 주한미군의 지위에 관해서도 협상할 뜻이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군부의 우려가 완화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의 소리,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