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북한을 통한 동해 진출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공을 들여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 두만강에서 가까운 중국 훈춘과 북한의 라선 시를 도로로 연결하고, 북한 라진항에 외국기업 공단과 보세구역을 건설하는 이른바 '훈춘-라선 일체화' 계획이, 최근 북한과 중국 두 나라 정부의 공식 경제협력 의제로 상정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중국 베이징 현지를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중국 훈춘과 북한의 라선 시를 하나로 묶는 계획이 북-중 양국 정부의 경제협력 의제로 상정됐다구요? 자세한 소식 전해주시죠..

답: 네, 오늘(14일) 중국 훈춘시 정부는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중국-북한 도로 및 항구 일체화 계획’으로 불리는 훈춘-라선 일체화 계획을 처음 공개했습니다.

이 계획은 지난해 9월 4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3차 북한-중국 경제무역과학기술협조위원회 의제로 상정됐고, 현재 중국 상무부에서 이 계획의 실현을 위해 북한측과 협상을 적극적으로 준비 중이라고 훈춘시 정부는 밝혔습니다.

이 계획이 북-중 두 나라 정부의 공식 경제협력 의제로 상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문: ‘훈춘-라선 일체화 계획’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어느 쪽에서 먼저 제안했나요?

답: ‘훈춘-라선 일체화’ 계획은 중국이 처음 입안했습니다. 먼저 이 계획은 두만강에서 가까운 중국 훈춘에 있는 취안허 세관 맞은편에 자리잡은 북한 원정리 세관에서 라선시까지 새 연결도로를 건설하는 한편, 북-중 두 나라가 공동 투자해 북한 라진항 부두를 보수 및 증설하고, 라진항만 주변에 중국 등 외국기업이 입주하는 공업단지와 보세구역을 설립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 동안 중국의 일부 민간기업들이 북한측과 투자의향서 수준의 계약을 체결하고 도로건설과 항만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자본부족과 북한 핵문제 등 외부변수로 실행이 지지부진했는데요, 하지만 이번 ‘훈춘-라선 일체화’ 계획이 북-중 두 나라의 경제협력 의제로 공식 상정됨에 따라, 게획 추진에 상당한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 중국이 먼저 나서서 북한 라선 시와의 일체화 계획을 추진하는 이유는 뭔가요?

답: 중국은 숙원사업이라 할 만큼 동해로 나갈 수 있는 출구를 마련하기 위해 그 동안 많은 공을 들여 왔는데요, 특히 이번 ‘훈춘-라선 일체화’ 계획은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길림(지린)성이 동해로 연결되는 해상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이른바 ‘항구를 빌려 동해 바다로 나아간다’ 뜻의 '차항출해’ 전략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서 중국은 동해로 나갈 수 있는 해상통로 마련을 위해 북한 나진항 부두 운영권을 틀어 쥐었는데요, 2년 전 훈춘시 동린무역공사와 훈춘국경경제협력지구보세공사는 북한의 라선시 인민위원회와 50 대 50으로 자본금을 출자해 라선국제물류합영공사를 세우고, 북한 나진항 3부두와 4부두를 앞으로 50년간 독점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습니다.

문: 앞서 지난해 하반기 북한주재 중국대사가 북한 라진·선봉 경제무역지대를 방문해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이번 계획에는 중국 측이 두만강 지역을 포함한 동북지역 개발을 위해 북한을 끌어 들이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은데요..

답:그렇습니다. 이번 ‘훈춘-라선 일체화’ 계획에는 중국 측이 두만강지역을 개발하려는 전략도 포함돼 있습니다.

실제 지난해 9월 초 중국 창춘에서 열린 제3회 동북아투자무역박람회에서 중국측이 북한 정부대표단에 두만강지역 개발계획을 포함한 동북진흥계획에 참여해줄 것으로 강력히 요청했었습니다.

또한, 류샤오밍 북한주재 중국대사는 지난해 9월 중순 두만강지역 개발계획의 중심도시인 중국 도문(투먼)과 훈춘 등 접경도시를 둘러본 뒤 바로 북한 라선시를 방문해 홍석형 함경북도 책임비서와 박수길 도인민위원장, 김영철 라선시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나 북-중 합작 프로젝트를 추진하자고 요구하면서 경제무역 협력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한 의견을 중점적으로 교환했습니다.

류 대사는 또 라진항과 라선신흥연초회사를 시찰했는데요, 라선신흥연초회사는 지난 2001년 중국 연길담배공장이 해외에 설립한 첫 공장입니다. 현재 북한 라선시에는 100개가 넘는 중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 (끝으로), 이번 ‘훈춘-라선 일체화’ 계획을 경제협력 의제로 상정한 ‘북-중 경제무역과학기술협조위원회’는 어떤 협의체인가요?

답: 지난해 9월까지 세 차례 열린 ‘북-중 경제무역과학기술협조위원회’는 한국과 북한간 경제협력을 위해 창설된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 견줄 수 있는 협의체로, 북한과 중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초 베이징에서 열린 3차 회의에는 리용남 북한 무역성 부상과 천젠 중국 상무부 부장조리가 참석해 북-중 두 나라 사이의 경제협력 현안을 논의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