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를 둘러싼 현재의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북 핵 6자회담의 의장국인 중국이 북한에 대한 지렛대를 활용하고, 미국, 한국, 일본 등 3국은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밝혔습니다. 어제 이 곳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헤리티지재단에서는 북 핵 2.13 합의 1주년을 기념하는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지연으로 교착상태에 있는 북 핵  6자회담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중국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지적했습니다.

11일 오후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헤리티지재단이 ‘북한 비핵화 합의 1주년 기념: 6자회담 평가’라는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빅터 차 조지타운 대학 교수는 “현재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북한에 대해 완전한 핵 프로그램 신고서를 제출하도록 압력을 넣는 과정에서 가장 약한 연결고리(weakest link)는 중국이다”고 말했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중국은 2006년 북한 핵실험 직후와 같이 결정적인 순간에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곤 했으나, 현재는 그렇지 않다”며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는 만큼 중국은 더욱 열심히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 소재 맨스필드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소장도 중국이 현재 북한에 대한 지렛대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데 동의하면서, “그러나 중국이 이런 태도를 취하게 된 데는 미국과 한국이 지난 1년 간 북한에 대해 유화적인 모습을 보이며 북 핵 문제와 관련해 여러 가지 상반된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플레이크 소장은 중국이 북 핵 해결에 있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취하도록 요구하려면 미국, 한국, 일본이 통일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플레이크 소장은 한국에 이명박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과거 한-미-일 3국이 결성했던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 TCOG 과 같은 협의체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같은 삼각연대 강화가 중국에 긍정적인 자극이 될 것임을 내비쳤습니다.

1999년 4월 “한-미-일 어느 나라가 북한과 협상을 하던 3자는 협의된 가이드 라인을 따른다”는 원칙 아래 출범한 TCOG은 2003년 1월 마지막으로 공식 회의를 연 이후 비공식적 역할을 하다 중단됐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TCOG이 부활하면 미국, 한국, 일본이 북 핵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는 점이 중국에 보다 확실하게 각인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린 연구원은 중국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끌어내기 위해 TCOG 부활 이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1718호를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후속 논의도 올해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린 연구원은 “국제사회에서 안보리 제재 관련 논의가 다시 시작되는 조짐만으로도, 북한을 안보리에 회부하고 싶어하지 않는 중국은 독자적인 북 핵 해결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론에 대해 헨리 스팀슨센터의 앨런 롬버그 수석연구원은 “중국은 북한에 대해 압력을 가할 의지는 있지만, 단지 정확한 계획없이 되는대로(willy-nilly) 북한을 압박하는 것을 꺼린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북 핵 교착상태가 장기화될 경우 북한의 득실 여부에 대해서는 엇갈린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고든 플레이크 소장은 “북한은 핵 협상을 결렬되지 않을 정도로만 질질 끌다가 파키스탄처럼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빅터 차 교수는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의 핵 보유를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으며, 교착상태가 장기화 되면 언젠가 약속된 에너지 공급이 끊어질 것이니 북한은 얻을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