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3일은 북 핵 6자회담 참가국들이 2.13 합의를 이룬 지 1주년을 맞는 날입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2005년의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초기조치들을 담은 2.13 합의는 미국과 북한이 과거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대화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2.13 합의에 뒤이은 10.3 합의를 통해, 핵 시설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신고 등 북한 비핵화 2단계 조치 이행의 구체적인 시한 등을 설정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해 12월31일로 정해졌던 이행 마감시한을 넘긴 상황에서 2.13 합의 1주년을 맞게 됐습니다. 이연철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 보겠습니다.

엠씨: 이연철 기자, 먼저 1년 전에 6자회담 참가국들이 서명했던 2.13 합의 내용부터 다시 한 번 살펴볼까요?

답= 6자회담 참가국들은 2.13 합의에서 초기단계와 다음 단계로 나누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먼저, 합의 후 30일 이내에 한반도 비핵화와 미-북 관계정상화, 북-일 관계정상화, 경제 에너지협력,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등 5개 실무그룹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이어 60일 이내에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을 폐쇄 봉인하고 이를 국제원자력기구 IAEA 사찰단이 감시 검증하도록 하는 대신 북한에 대한 긴급 에너지 지원으로 중유 5만t 상당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이 기간 동안 미-북 양자회담과 북-일 양자회담을 개시하기로 했습니다.

이어 다음 단계에서는 북한이 모든 핵 시설을 불능화하고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게 신고하는 대신 나머지 6자회담 참가국들은 중유 95만t 상당의 에너지를 지원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또한 이 단계에서 동북아 안보협력을 위한 장관급 회담 개최와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 개최 등도 합의됐습니다.

엠씨 = 지난 2005년에 나온 9.19 공동성명이 '말 대 말' 차원의 합의였다면, 2.13 합의는 '행동 대 행동' 차원의 합의라는 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데요, 합의 이행이 순조롭지만은 않았죠?

답= 그렇습니다.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 BDA 은행에 동결된 북한 자금 송금 문제라는 뜻밖의 걸림돌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BDA 자금 2천5백만 달러가 전면 해제돼야만 2.13 합의에 따른 핵 시설 가동 중단에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때문에 3월19일부터 22일까지 열린 6자회담은 아무 결론없이 끝났습니다. 결국 미국은 지난 4월10일, BDA 내 북한 자금을 아무 조건없이 계좌 주인들에게 돌려줄 수 있도록 하는 해법에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북한 자금 송금 문제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북한은 제재 해제가 현실로 증명됐을 때 행동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합의 이행시한인 4월14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6자회담 당사국들은 송금 문제 때문에 6자회담과 2.13 합의가 더 이상 지연돼서는 안된다는 인식 아래 문제 해결을 위한 활발한 접촉을 벌였고, 마침내 북한 자금을 미국과 러시아의 중앙은행을 통해 러시아 극동상업은행의 북한계좌에 송금하는 방법으로 송금 문제를 둘러싼 장기간의 논란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습니다. 

엠씨 = 그 후 북한이 영변 핵 시설 가동 중단에 들어간 것이 7월 14일 이니까 당초 합의했던 60일보다 3개월이나 더 걸린 셈이군요.... 그런데 이 기간 중에는 또한 북한과 미국의 양자 접촉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았습니까?

답= 네, 3월 초에는 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미-북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회의를 위해 6박 7일 동안 뉴욕을 방문했습니다.

김계관: " 의견을 나누는 분위기가 아주 좋았고 진지했습니다"

4월에는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와 빅터 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이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6월에는 BDA 문제가 해결된 직후,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전격적으로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공항에서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을 만난 후 6자회담의 진전을 촉구했습니다. 그리고 9월 초에는 제네바에서 미-북 관계정상화 실무그룹 2차회의가 열렸고, 여기서 10.3 합의의 발판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엠씨 = 10.3 합의는 2.13 합의를 보다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고 있죠?

답 = 그렇습니다. 앞서 설명했습니다만, 2.13 합의의 다음 단계에서는 북한이 핵 시설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도록 돼 있는데, 그 시한을 2007년 연말까지로 못박은 것이 바로 10.3 합의의 핵심입니다. 대신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을 종료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는 한편, 5자가 북한에 중유 95만t 상당의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약속했습니다.

10월 말에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이 베이징에서 만나 연말까지 영변 3개 핵 시설의 불능화를 이행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11월 초에는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 핵 불능화 미국 실무팀이 북한을 방문해 3개 핵 시설에 대한 불능화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이어 11월 말에는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개 6자회담 참가국 실사단이 북한을 방문해 불능화 현장을 참관했습니다.

또 12월 초에는 힐 차관보가 다시 북한을 방문해 완전한 핵 신고를 강조한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박의춘 외무상에게 전달했습니다.

엠씨 = 그런데, 2007년 연말 시한이 가까워지면서 핵 불능화와 신고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고, 결국 시한을 넘기고 말았죠?

답 = 그렇습니다. 미국과 북한이 가장 큰 이견을 보이는 부문은 핵 신고 문제입니다. 북한은 올해 1월 초에 발표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이미 핵 신고서를 작성해 미국에 통보했다면서, 자신들은 의무사항을 다 이행했는데 미국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해 11월에 우라늄 농축과 관련된 알루미늄 관 표본을 제공하고 이에 대한 설명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공식 신고서를 제출한 적은 없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핵 신고는 단순히 시한을 지키는 것 보다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가 더 중요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양측은 현재 그동안 북한이 생산한 플루토늄 양과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그리고 북한과 시리아 간 핵 협력설 등을 둘러싸고 팽팽한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이 다시 북한을 방문했지만, 이렇다 할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엠씨 =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힐 차관보가 최근 상원 청문회에서 북 핵 신고에 별다른 진전이 없다면서, 외교관 생활 30년 동안 북한 처럼 다루기 어려운 나라는 없었다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앞으로 전망은 어떻습니까?

답 = 6자회담이 신고 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미국 내에서 강경론이 다시 대두되기도 했지만, 당분간은 협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힐 차관보는 북 핵 협상이 잘 될 것이라고 기대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힐 차관보의 말을 종합해 보면, 두 가지 정도를 그 근거로 삼을 수 있는데, 첫째는 북 핵 문제 해결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관심과 열정이 대단하다는 점이고, 둘째는 교착상태에도 불구하고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힐 차관보는 미국은 완전한 신고라는 맥락 속에서 국교 정상화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에 받을 수 있는 혜택들을 계속 제시하면 결국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임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아울러, 북한 지도자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최근 핵 협상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연말 시한이 지난 이후 아직 핵 신고와 관련해 또다른 마감시한을 정해놓지 않은 채 북한의 정확하고 완전한 신고를 기다린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미국이 무한정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