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핵 문제를 둘러싸고 북한 정권 내부에 견해차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북 협상 대표가 북한 내부의 시각차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과연 북한에 강온파가 존재하는지, 북한 군부는 핵 신고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최원기 기자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6일 미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흥미로운 발언을 했습니다. 의원들이 핵 신고를 둘러싸고 북한에 내부갈등이 있느냐고 묻자, 힐 차관보는 이를 시인하는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자신이 보기에는 북한 당국자들은 모두 강경파지만, 막상 외무성과 원자력총국 관리들을 만나보면 다소 다른 시각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또 북한 군부가 핵 폐기에 부정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북한 군부는 기존의 재래식 무기가 낡고 노후화됨에 따라 대체수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따라서 핵 폐기에 관심이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힐 차관보가 북한 군부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힐 차관보는 지난해 11월 북한 방문을 앞두고 서울에서 “북한 군부와 만나 핵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북측이 힐 차관보의 군부 인사 면담 요청을 거부해 이 회동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또 미국의 유력지인 ‘월스트리트저널’신문도 지난 연말 미국 정부가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 인민군 수뇌부와 직접 접촉하고 싶어한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힐 차관보가 북한 내부의 강온 갈등에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핵 문제를 둘러싼 북한 내부의 갈등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핵 신고를 포함한 핵 문제의 향배가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 전문가들은 핵 문제를 둘러싼 평양 내부의 강온 갈등 가능성을 대체로 평가절하하고 있습니다. 지난 1997년에 서울로 망명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평양에 강온파 갈등이 있다는 얘기에 대해  “그걸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바보”라고 지적해왔습니다.

황장엽 씨는 한 강연에서  “외무성에서 복잡한 문제가 일어나면 김정일에게 물어보는데, (김정일이) ‘그거 군부가 반대한다고 그래라’ 이렇게 말 한마디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같은 1인 독재체제에서는 강온 갈등이 아예 존재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북한 정부 부처가 시각차를 보이는 것은 의도적인 연출이라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서울의 안보 문제 전문가인 경기대학교의 남주홍 교수는 강온 갈등과는 별도로 북한 군부가 핵 폐기에 반대할 가능성은 있다고 지적합니다. 남 교수는 북한 군부는 핵무기를 체제를 수호하는 정치적 수단으로 보기 때문에 핵 신고와 폐기에 찬성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한국 국민대학교의 정창현  교수는 각도가 조금 다른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핵을 폐기하기로 이미 결정을 내렸는데, 실무자들이 핵 신고의 범위를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핵 문제를 둘러싸고 군부와 외무성이 갈등을 벌이고 있는지, 아니면 이것이 협상전술의 일환인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 신고를 하지 않고 시간을 허비할 경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2000년 이래 8년만에 찾아온 미-북 관계 개선이라는 전략적 기회를 또다시 놓칠 것이 분명하다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