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미국의 현 해외원조 체계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개선 방안은 무엇인지 등을 3회에 걸쳐 다각도로 분석해 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마지막 순서로 국제기구, 시민단체 등 전문가들의 의견과 미국 국제개발처, USAID 가 추진 중인 개혁방안을 살펴봅니다. 서지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의 해외원조 체계가 망가졌다'는 내용의 미 의회 산하 특별위원회, HELP 위원회의 보고서가 발표된 가운데, 미국의 해외원조 업무를 관장하는 국무부 산하 미국 국제개발처, USAID 관계자들은 요즘 심사가 편치 않습니다.

국무부가 지난해부터 5개년 계획으로 USAID의 활동 확대와 역량 강화를 골자로 한 해외원조 개혁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일각에서는 USAID폐지를 주장하는 등 각계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헨리에타 포어 USAID 처장은 지난 1일 워싱턴 소재 비정부기구 '국제개발센터'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HELP 위원회의 보고서를 언급하며 미국 정부는 지난 2001년 이후 대외개발 원조, ODA 규모를 3배나 늘렸다고 강조했습니다.

포어 처장은 USAID의 현 상황에 대해 '개혁'이라는 말을 쓰는데 개혁은 무언가가 망가졌을 때 쓰는 단어라며, USAID가 지난 수십년 간 이룬 상당한 성과를 감안할 때 현 상황은 '개혁'이 아니라 현재의 해외원조 체계를 현대화하고, 재형성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포어 처장은 특히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자신은 USAID의 역할 강화론을 믿고 있으며, 라이스 장관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의 지지에 따라 '통합 개발정책위원회'가 구성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미국 내 여러 비정부기구들은 국무부 산하기관이 해외원조를 담당하면 안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잇따라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최대의 NGO 연합체인 '미국 국제자원봉사 행동위원회' (American Council for Voluntary International Action)는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 국무부와 USAID, 또1백50여개 해외원조 기금을 받는 연방정부 기관을 모두 총괄하는 장관급 부처 신설을 촉구했습니다.

'국제개발센터' 역시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새로운 국제개발 부처가 신설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스티브 랜들럿 '국제개발센터'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의 해외원조 정책이 정치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무부와 별도로 해외원조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랜들럿 연구원은 외교정책과 해외원조 정책은 별도로 다뤄져야 한다며, 국무부는 국익을 위한 전략적 입장에서 급박하고 단기적인 정책을 취해야 할 때가 많은 반면 해외원조 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별도의 부처를 설립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설명했습니다.

랜들럿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국익을 위한 관점에서 전략적 원조를 제공하는 데 대해 완전히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같은 전략적 원조가 과도해 균형이 깨졌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해외원조의 절반 정도가 이라크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주요 전략국가에 집중돼 있는 것을 볼 때,  해외원조를 담당하는 USAID가 계속 국무부 산하에 있으면 장기적인 해외원조 사업에 쓰여야 할 예산이 전략적, 단기적인 목적으로 유용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미국의 해외원조 업무 담당 체계와 부처 신설 문제는 결국 미국의 해외원조 정책과 밀접히 연관돼 있어 지속적인 논란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메리 부시 HELP 위원회 위원장은 위원들의 대다수는 현재처럼 USAID가 미국 국무부 산하에 있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개발도상국에 대한 다른 정책들도 해외원조와 연계돼 있는 게 많기 때문에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 현재의 체계가 낫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랜들럿 '국제개발센터' 연구원은 HELP 위원회의 이같은 결론과 국무부의 개혁 추진은 좀 늦은 감이 있다며, 특히 국무부가 다른 부처나 의회와의 긴밀한 협력 없이 개혁 업무를 진행하는 것은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미국 해외원조 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이 그동안 전 세계 각지에 제공해온 절대적인 원조 규모와 성과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세계식량계획, WFP는 미국 정부가 올 들어 1억 4천만 달러 상당의 식량을 WFP측에 지원했다며, 미국의 해외원조 정책에 큰 신뢰를 나타냈습니다. 

조던 데이 세계식량계획, WFP 대미관계국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의 '정치적 원조'에 대한 질문을 일축했습니다. 미국의 기부 흐름을 보면, 미국은 매년 40여 국가들에 식량을 지원해왔는데, 짐바브웨, 차드, 소말리아, 콜롬비아, 방글라데시 등의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정치적 고려와 지리적 국경을 뛰어 넘은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데이 국장은 특히 미국 정부의 기부로 WFP 전체 연간 예산의 42%가 충당될 정도로, '너무나 관대한' 해외원조 정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데이 국장은 미국의 기부 결정은 가장 필요한 곳이 어디냐에 따른 것이며, WFP는 이를 환영한다고 옹호했습니다. 미국의 해외원조 체계에 대해서도, USAID와 농업부는 WFP 와 적절한 협조체계를 맺어왔다고, 데이 국장은 전했습니다.

한편, 현재 국무부가 해외원조 정책의 획기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부시 행정부의 임기가 올해 말 끝나는 상황에서 이같은 개혁 방안이 계속 추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오는 12일 백악관을 방문할 예정인 HELP 위원회의 부시 위원장도 자신들이 제안하는 개혁안은 너무나 방대하고 큰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이 가운데 일부는 현 부시 행정부에서 입법이 이뤄질 수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다음 정권에서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부시 위원장은 이같은 이유에서 공화당 뿐만 아니라 민주당 측과도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해외원조 개혁 방안이 현실화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이상으로 '미국의 소리' 방송이 3회에 걸쳐 전해드린 미국의 해외원조 체계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기획 시리즈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