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부의 핵 협상이나 남북대화와 관련한 정책결정 과정에서 북한 군부가 발휘하는 영향력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다양한 분석과 주장이 제기돼 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의 한 안보전문가가 발표한 북한 군부의 정책 영향력에 대한 평가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서울의 VOA 김환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국방연구원 박영택 연구위원은 최근 발간된 ‘국방정책연구 겨울호’에 게재한 ‘북한 군부의 위상강화와 정책결정 영향력’이라는 논문을 통해, “군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체제 또는 군사 관련 사안과 관련해 측근으로서 의견 제시를 요구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타 분야의 업무 관여가 사실상 곤란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군부의 역할이 기본적으로 군 전문 분야에서의 핵심정책에 국한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 위원장의 선군정치 강조와 국방위원회의 최고 국가지도기관으로의 격상 등과 맞물려 북한 군부 위상 강화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도 지난해 말 평양방문에 앞서 북한의 핵 포기를 설득하기 위해 북한 군부 인사를 직접 만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었습니다.

박 연구위원은 논문을 통해 “군부가 기존의 당 우위 체제에서 탈피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거나 마치 군 강경집단이 체제의 생사가 달린 주요정책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처럼 보는 시각은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연구위원은 이에 대한 논거로 북한의 4단계 정책결정 과정론을 제시했습니다. 북한의 밑으로부터의 정책결정 과정이 정책작성과 합의단계, 보고단계, 비준단계, 집행단계로 이뤄져 있으며 이 과정을 거치면서 군부보다는 당이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4단계 정책결정론이라는 것은 밑에서 올라가는 방식이거든요. 또 다른 것은 김정일이 직접 발의하는 것인데요, 그것에 대한 반대 개념의 일반적인 절찹니다. 그 절차 중에서 중간 조율단계 또는 최상위단계에서 김정일 내지는 당의 의사가 상당히 결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군부가 그 단계에서 상당히 견제를 받고 조율을 당하는 그런 걸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또 북한의 정책결정에서 “상부구조에서는 김정일이 핵심 권력엘리트와 개별적으로 업무를 조율하는 직보체계를 중심으로 정책을 결정하는데 모든 정책 결정의 중심과 최종 결재선상에 김 위원장이 위치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의 통치스타일 모델을 분석해 권력엘리트나 측근 등의 비선라인을 활용한 정책결정과정도 설명했습니다. 각 부서를 맡고 있는 참모와 관료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자극하면서도 각 부서 최고 책임자 밑에 측근을 심어 자신에 대한 도전이나 정책결정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단합해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분석입니다.

김 연구위원은 특히 “남북대화에서 북측이 군부 반대를 운운하는 것은 일종의 협상 시나리오에 의한 행동으로 군부 즉 총정치국에서 독자적으로 대남사업을 반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군부가 어떤 판을 딱 짜 가지고 그렇게 나와서 너희들은 좀 강경하게 해라 악역을 해라 그러면 그대로 하는 겁니다. 그게 어떤 정세라든지 협상에서 이롭다면 군부는 시키는 대로 그렇게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김 연구위원은 군부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할 경우 북핵문제나 남북대화에서 자칫 대북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 모든 협상이나 회담시에 어느 일개 부서 혹은 어느 제한적 입장에서 이해하기 보단 국가 차원에서의 실익계산이 이뤄지고 실질적인 협상대상이 눈엔 보이지 않지만 김정일 내지 수뇌부라는 인식을 갖고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논문을 전개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그러나 “김 위원장은 유일체제 확립과 유지에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군부에 대한 보상으로 일정 범위 내에서 군부의 정책결정 영향력을 보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군부는 정책결정 조율과정에서 전문적 의견을 개진하고 군 중시 환경 하에서 권력엘리트층 중간 지도층, 하층부에서 김정일 체제를 옹호하는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수행하는 선에서 정책결정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나 타 분야에서의 역할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김 위원장은 군부 친정체제를 강화함으로써 체제유지에 가장 위협이 될 수 있는 군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능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