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부시 행정부의 거듭된 부인에도 불구하고, 북 핵 6자회담을 진척시키기 위해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핵 신고와 관련한 요구조건을 낮추는 방안을 계속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 전문가는 핵 시설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신고를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 교역금지법 해제와 연계하는 단계적 해법을 내놓았습니다. 손지흔 기자가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북 핵 합의에 따른 완전한 핵 프로그램 신고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부시 행정부가 핵 신고를 단계별로 나눠 추진하고 있다는 보도가 최근 잇따라 나왔습니다. 미국과 한국 언론들은 외교소식통들을 인용해 미국은 핵 신고의 핵심쟁점인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과 시리아와의 핵 협력 의혹 등을 따로 논의하는 방안을 북한 측에 제안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6자회담의 주무부서인 국무부는 이같은 보도를 부인하면서, 북한의 완전하고 정확한 핵 신고를 거듭 촉구하고 있습니다.

미 의회 산하 연구기관인 의회조사국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의 래리 닉시 (Larry Niksch) 선임연구원은 30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부시 행정부는 “북 핵 합의에 너무 전념하고 있는 나머지 북한의 핵 신고와 관련한 요구조건을 낮출 의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닉시 연구원은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핵 신고서에 포함시켜야 할 정보의 범위를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그 근거로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관련한 국무부의 최근 발언을 지적했습니다.

미 국무부의 델 데일리 대테러 조정관은 지난 22일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되기 위한 미국 국내법의 조건을 이미 충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기 위한 조건 중의 하나는 지난 6개월 간 테러활동을 지원한 적이 없어야 하는데 북한은 그런 지원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닉시 연구원은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를 위한 이같은 최소한의 기준 (bare minimum standard)을 테러지원국에 적용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지금까지는 항상 기준이 더 높았다고 말했습니다. 닉시 연구원은 미국이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기준을 현재 낮추는 과정을 진행 중이라면 핵 신고 문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닉시 연구원은 “북 핵 합의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핵 신고의 요구조건을 낮추는 것이 가장 실행가능한 조치 (feasible option)”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닉시 연구원은 최근 공개한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에서 6자회담의 현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한  3가지 정책대안을 제시했습니다.

닉시 연구원은 “북 핵 불능화 작업에 상당한 진전이 있는 만큼 미국은 북한이 불능화 작업을 완료하면 기존에 약속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나 적성국 교역금지법 해제 중 하나를 실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이 완전한 핵 신고를 마치면 나머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또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완전히 삭제하지 않고 불완전 테러협력국이나 테러우려 대상국으로 하향조정해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위한 새로운 협상국면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이밖에 북한에 대해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과 국제 테러조직에 대한 군사적 지원 중단 등 핵 문제가 아닌 테러 관련 조건을 제시하고 이를 이행할 경우 북한에 다른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닉시 연구원은 이같은 정책대안들은 의회조사국의 독립적인 견해들이며, 국무부나 부시 행정부 내 기류를 반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닉시 연구원은 미 의회의 경우, 새 회기가 시작된 이래 상.하 양원에서 북 핵 문제에 대한 언급이 적었다고 말했습니다.

닉시 연구원은 “미 의회는 전반적으로 부시 행정부의 현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하거나 적어도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