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4강 특사 외교가 거의 마무리되는 가운데,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을 단장으로 한 러시아 특사단이 4박6일 간의 일정을 마치고 오늘 귀국했습니다. 이재오 의원은 동부시베리아에서 연해주 일대를 공동개발하자는 이명박 당선인의 구상에 러시아 정부도 공감을 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한국이 자본을 대고 북한이 인력을 공급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동북아 경제협력체 구상’이 탄력을 받게 될지 주목됩니다. 자세한 소식 서울 VOA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로 러시아를 방문한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엿새 간의 방러 일정을 마치고 오늘 귀국했습니다.

이 의원은 방러 기간 동안 이명박 당선인의 ‘동북아 경제협력체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외교 행보를 가속화했습니다.

이 의원은 세르게이 프리호드코 외교보좌관과, 알렉산드르 주코프 경제 부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을 잇따라 만나, 이 당선인의 ‘동북아 경제협력체 구상’을 설명하고, 북핵 문제 해결과 에너지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동북아경제협력체 구상’이란 북핵 폐기를 전제로, 러시아가 추진중인 극동 지역 개발사업에, 남한의 기술과 자본, 그리고 북한의 노동력을 공동 참여시킨다는 내용입니다.

이 구상을 실현할 경우, 남북한과 러시아 3국 모두 경제적 실익을 얻는 동시에, 한반도와 역내 평화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이 당선인의 판단입니다.

이재오 의원은 어제 세르게이 다르킨 연해주 주지사를 만난 자리에서도 “이명박 정부는 극동 지역을, 평화와 경제가 공존하는 지역으로 만드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다르킨 주지사는 “그러한 뜻을 북한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화답했습니다.
이어 다르킨 주지사는 연해주에서 추진 중인, 철도와 도로, 항만 등 인프라 구축사업에 한국의 참여를 제안했습니다.

특히 조선업의 경우, 러시아가 국가 차원에서 새롭게 기획하고 있는 대규모 프로젝트라며, 한국의 조선기술을 전수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앞선 지난 21일, 이재오 의원은 세르게이 프리호드코 대통령 외교보좌관과 만나, 이 당선인의 친서를 전달했습니다.

이 친서에도 이 당선인의 ‘동북아 경제협력체 구상’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프리호드코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도 동시베리아 개발을, 한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추진하자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한국의 참여를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의원은 귀국 직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남한의 자본과 기술을 동부시베리아 개발에 투자했을 경우 손익을 따져봐야 하지만, 반드시 진출해야 한다는 데는 한러 양국간의 이견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재오 러시아 특사단장: “우리나라로선 동부시베리아와 극동지역의 경제발전이 한국이 북방으로 진출하려는 경제적 전략과 일치한다는 점을 여기에 와서 다시금 느꼈습니다.”

대북정책과 관련해 이 의원은 “동북아 평화경제 지대를 건설함으로써 북한이 핵을 갖고 있는 것이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을, 러시아를 통해 북측에 전달했다”며 "이번에 면담한 열세명의 러시아 장관급 인사들도 이 점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재오 의원은 또 조속한 시일 내에, 한러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로 러시아와 합의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명박 당선인과 푸틴 대통령의 한러 정상회담 시기는, 3월 2일 러시아 대통령 선거와, 4월 9일 국내 총선 등의 일정을 마친 뒤, 5월 초 푸틴 대통령이 퇴임하기 전이 될 것 같다고 이 특사는 전했습니다.

다른 4강 특사들이 워싱턴과 베이징 등 정치권 인사들에게 한국 새 정부의 정책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면, 이 의원은 이명박 당선인의 ‘경제 외교’ 코드에 맞춰 남북과 러시아간 자원 개발 사업 등을 ‘세일즈’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 의원이 이처럼 경제 외교에 주력한 것은, 러시아를 북한 개방의 중요한 지렛대로 여기는 이 당선인의 구상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이 당선인측 자문위원인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팀장은 “한국의 차기정부는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을 강화해,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게, 6자 회담과 북한 개방을 위해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대선 당시, 이명박 당선인은 구 소련 지역의 야쿠츠크 부근 유전에 북한 지역을 직접 관통해 한국까지 이어지는 송유관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었습니다.

대북 관계를 개선하고,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함으로써, 동북아 중심국으로 부상하겠다는 다목적 카드인 셈입니다.

무엇보다 북한 땅을 통과하는 송유관에 대해 일정한 ‘통과비’를 주더라도 ‘퍼주기’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어, 실질적인 대북지원도 가능하다는 판단입니다.

이와 관련, 동용승 팀장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동시베리아와 중국, 북한. 한국으로 연결되는 ‘에너지 공동체’를 구성하게 돼, 궁극적으로 동북아 번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국방연구원 차두현 박사는 “러시아와의 경제 외교를 비롯한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은, 비단 남북관계만이 아닌,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시키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국방연구원 차두현 박사: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주요 외교안보 기조가 7대 독트린입니다. 이 7대 독트린 중 하나가 주변국과의 관계발전을 통한 아시아 외교의 전개라는 것이 있구요. 나머지 하나는 에너지 외교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보다 실용적인 측면에선 한미동맹의 강화를 위해선 주변국들의 한미동맹 이해가 필요합니다. 주변국과의 관계에 잇어서 계속 호혜적인 관계가 많아질수록 한미동맹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반면, 국민대학교 정창현 교수는 “러시아와 중국의 현 대북 정책이나 영향력으로 볼 때, 차기 정부의 동북아 경제 공동체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습니다.

국민대학교 정창현 교수: “중국이나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것은 지금 현재 대북 정책으로 봤을 때 실현성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화여대 통일연구소 김병로 교수는 “북한의 개혁 움직임이 가시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한과 러시아 간 경제협력 논의는 아직 이르다”며 “또한 러시아의 에너지 자원만으로 북한의 개혁을 이끌어 낸다는 것이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화여대 김병로 교수: “현단계에서는 러시아의 자원이라 것이 북한이 기업개방을 전제할 경우에는 사용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크게 도움이 안되거든요. 북한체제가 지금 개혁개방을 하길 꺼리기 때문에 지금 현재 단계는 시범적인 단계라고 볼 수 있구요. 북한이 일종의 개혁개방을 시도할 경우에 그 때는 북한의 개혁개방과 러시아의 자원개발을 인접시켜서 시베리아철도라든지 혹은 북한의 개발을 러시아의 자원과 연관시켜야 하겠지만 현 단계에선 러시아가 북한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한계가 뚜렷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