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개발계획 UNDP는 24일 열린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북한이 UNDP계좌를 이용해 2백70만 달러를 불법 송금했다는 미 상원 보고서를 인정하면서도, 이 자금은 유엔 자금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현금은 대체 가능하기 때문에 그 출처를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손지흔 기자가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미 의회 상원 국토안보.정무위원회는 24일 청문회를 열고 위원회 산하 상설 조사 소위원회가 전날 발표한 UNDP의 대북사업 관련 보고서 내용을 조목조목 따졌습니다.

보고서의 핵심 내용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북한이 지난 2002년 UNDP의 전용 계좌를 이용해 2백 70만 달러를

해외로 송금했다는 것과, UNDP가 북한 내 현지 직원들의 임금 명목으로 5만 달러를 ‘장록 무역’이라는 회사에 지급했다는 것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미국 법률에 의해 무기와 탄도미사일 등을 판매하기 위해 북측 기관과 연계돼 있는 회사로 지정돼 있습니다.

공화당 소속 노엄 콜먼 의원은 청문회에서 상원 조사 소위는 북한 정부가 UNDP 계좌를 이용해 서방국 은행들로 9 차례에 걸쳐 2백70만 달러를 송금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들을 확보했다고 말했습니다.

콜먼 의원은 그러면서, 북한은 국제사회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UNDP의 계좌를 이용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UNDP는 상원 조사 소위의 보고서 발표가 있은 뒤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의 사기성 금융거래에 UNDP가 부적절하게 연루됐다는 점을 불쾌하게 생각하며, 이에 대해 북한 측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성명은 그러나 북한이 불법 송금한 자금은 유엔의 자금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UNDP의 프레데릭 팁슨 (Frederick Tipson) 워싱턴 사무소장은 UNDP가 성명에서 발표한 것처럼 북한이 UNDP 계좌를 통해 송금한 자금이 유엔의 자금이었을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팁슨 소장은 UNDP의 계좌 입출금 내역 기록은 분명하고 신뢰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나 마크 월러스 (Mark Wallace) 유엔주재 미국 차석대사는 2백 70만 달러의 출처는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월러스 차석대사는 “현금은 특히 대체 가능(fungible)한 재화이기 때문에 어디서 왔는지 그 출처를 알 수 없다”며, 북한이 해외로 송금한 자금이 유엔 자금이었는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월러스 차석대사는 또 UNDP가 “북한 정부에 현금을 직접 지급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을 계속 입수하고 있다”며 그러나 

북한에 지급된 자금의 규모는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잘메이 칼릴자드 (Zalmay Khalilzad)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청문회에서, UNDP관계자들이 북한에서 부정행위에 연루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칼릴자드 대사는 UNDP의 대북사업에 대한 “감시체계가 없었고 구체적인 관리와 책임, 투명성이 부족했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지만 UNDP 측이 부패하거나 부당한 이득을 챙겼다는 증거를 본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1년 전 북한이 UNDP의 대북 사업자금 수백만 달러를 전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유엔 자금으로 지원되는 모든 사업에 대한 외부 회계감사를 지시했습니다. 감사 결과, UNDP 등의 유엔 기구들이 유엔의 자체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UNDP는 북한 정부를 통해 현지 직원들을 채용하고 월금과 수당, 임대로 등을 현금으로 지불했습니다. 아울러 유엔 요원들의 현지 사업장 방문은 항상 북한 정부 관리들이 동행해야만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팁슨 UNDP 워싱턴 사무소장은 이같은 위반사항들은 북한이 대북활동 조건으로 내세우는 사항들이라며 반박했습니다.

팁슨 소장은 이같은 “관행들은 잘 알려져 있고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 정부들에 의해 지난 30여년 간 허용돼 왔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런 관행들은 여전히 국제기구와, 재외공관, 비정부기구들이 북한에서 활동하기 위한 조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팁슨 소장은 또 `UNDP가 북한 정부에 수천만 달러를 전달하고, 북한에서 전용가능한 상당 규모의 현금을 다뤘다'는 상원 조사 소위의 보고서에 대해, "보고서는 관련 혐의들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청문회에서 공화당 소속 톰 코번 의원은 UNDP의 관리상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UNDP가 북한 정권에 의해 계속 이용당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코번 의원은 미국은 UNDP에 대한 현재의 지원을 계속할 수 없으며,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며, "미국 정부는 지금 북한 당국의 미사일 판매를 돕기 위해 기금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 하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일리아나 로스-레티넨 (Ileana Ros-Lehtinen) 의원은 24일 성명을 통해, 미국은 UNDP에 대한 연간 자금지원을 UNDP의 예산과 감사개혁 노력과 연계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