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나진에서 지난 10여년 간 의료봉사 활동을 벌여온 한국계 캐나다인 한 명이 북한 당국에 의해 억류 중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한국주재 캐나다대사관은 `미국의 소리' 방송에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현재 북한 당국과 캐나다 정부 간에 석방을 위한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지난 1997년 북한 나진에 치과병원을 세운 후 이 지역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펴온 한국계 캐나다인 목사 김재열 씨가  북한 당국에 의해 2개월 반 넘게 억류돼 있습니다. 김재열 씨가  소속된 캐나다 ‘에드몬톤 제일 장로교회’의 전대성 목사는 현재 김 선교사 구명운동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대성 목사: “지난 12월 초 쯤 억류된 지가 한달째 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저희 교회가 우리 선교회하고 같이 협의해서, 가족들하고 협의해서, 대사들 영사들한테 이메일도 보내고 서명운동도 하고 이렇게 한달 전부터 해왔구요…”

이와 관련, 한국주재 캐나다대사관의 제스 더튼(Jess Dutton) 참사관은 24일 ‘미국의 소리’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에 억류 중인 김재열 씨를 “캐나다 영사가 두 차례 방문했으며, 주한 캐나다대사관은 그의 가족과 정기적으로 연락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캐나다 내 한인 기독교계 소식통들은 김재열 씨가 지난해 11월 3일께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 끌려간 이후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북한 정권을 비판하고 인민들을 선동해서 교회를 세우려 했다는 내용의 자술서를 작성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들은 현재 김재열 씨와 직접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이며, 캐나다 영사가 지난 12월 20일께 처음 북한의 나진을 방문해 김재열 씨를 만났을 당시 이같은 자술서가 작성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캐나다 영사는 1월 둘째 주에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을 다시 방문했으며, 김 목사는 40분에 걸친 면담 중 입회한 북한인 3명을 의식해 발언을 삼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에드몬톤 제일 장로교회’의 전대성 목사입니다.

전대성 목사: “지금 들은 소식으로는 영사는 북한 당국에 두번 들어갔다가 뭔가 얘기를 했나 봅니다. 그리고 지금 대사가 다시 들어가기 위해서 신청해 놓은 상태라고요..”

캐나다 외무부의 베르나르드 엔구옌 (Bernard Nguyen)대변인은 ‘미국의 소리’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테드 리프만 남북한 겸임 캐나다 대사가 23일부터 25일까지 평양을 방문 중이라고 확인했습니다. 엔구옌 대변인은 그러나 리프만 대사가 이번 방북 중 6자회담과 인권 상황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김재열 씨 문제를 논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했습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재열 씨는 현재 북한체제 비판에 대한 북한 당국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체제 비판은 ‘유일 사상 10대 원칙’에 어긋나는 중범죄로 꼽힙니다.

김재열 씨가 북한 당국에 억류되게 된 단초는 지난해 7월 하순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 씨는  이때 북한 출국을 위해 두만강 하류 ‘원정’ 지역의 출입국 사무소에서 검색을 받던 중 휴대용 컴퓨터를 압수당했습니다. 이 때는 무사히 출국한 김 씨는 캐나다 등을 방문한 이후 8월 말에 다시 북한으로 들어갔고, 몇 달 후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에드몬톤 제일 장로교회’의 전대성 목사입니다.

전대성 목사 “지난번에 나오실 때 노트북을 억류 당했다고 얘기들었습니다. 그래서 거기 있는 정보들이 다 북한에 넘어간 것 같구요, 근데 선교사님은 거기 한두번이 아니니까 이번에도 별 문제 없을 것 같고 다시 들어가셨는데, 그것 때문인지 아니면 얘기 들으셨겠지만 북한에서 미국, 캐나다 대사관 세우기 위해서 볼모로 잡고 있는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전 목사는 김재열 씨의 컴퓨터에는 북한에서의 활동내용과 사진들이 전부 다 담겨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소식통들도 김 씨의 컴퓨터에 북한 당국에 유리한 증거가 담겨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김재열 씨는 지난 1997년 나진에 치과병원인 나진구강예방원을 개설한 이래, 이 지역에 고려 한방병원, 산부인과, 창평유치원 등을 설립하며 북한주민들을 위한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습니다. 각 병원은 2천3백평 이상의 대규모 시설들이며 김 씨와 함께 일하는 북한인 의사, 간호사의 수도 1백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김재열 씨의 가족들은 언론과의 접촉을 꺼리고 있는 가운데 현재 구명을 위해 캐나다 내 한인들이 나서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 12월 말 캐나다 전역의 26개 이상의 한인 단체 대표들이 서명한 진정서를 캐나다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