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지난 2006년 3월부터30명이 넘는 탈북자들이 난민 자격으로 이주해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미국 각지에 흩어져서 이민자로서의 새 삶을 살고 있는데요, 지난 주말 이 곳 워싱턴 DC에서 미국 정착 탈북자들의 첫 전국모임이 열렸습니다. 탈북자 지원단체인 `두리하나 USA’가 주최한 사흘 간의 모임에 참석했던 김근삼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김근삼 기자, (답: 네). 미국에 망명한 탈북자들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죠?

답: 그렇습니다. 이번 모임은 그동안 탈북자들의 미국 정착을 지원해온 ‘두리하나 USA’가 주최했는데요, 미국 전역에서15명의 탈북자들이 모였습니다. 뉴욕, 시카고, 워싱턴, 리치몬드, 댈러스, 덴버, 시라큐스, 루이빌, 샬롯빌 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정말 사는 곳이 다양했습니다. 미국 의회에서 탈북자 인권 관련 청문회가  열렸을 때 탈북자 몇 명이 함께 참석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죠.

문: 북한에서 살 때나 또 중국이나 동남아를 거쳐 미국에 올 때까지 참 많은 어려움을 나눴던 분들일 텐데.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여서 감회가 컸을 것 같습니다.

답: 네. 2박3일이라는 일정이 너무 짧아 보일 정도였습니다. 이 분들은 미국 내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워싱턴 인근 호텔에 함께 묵었는데요. 원래 편하게 쉬라는 배려 차원에서 2인1실로 방을 잡았는데, 삼삼오오 모여서 새벽 5시까지 그동안 묵은 이야기들을 나누는 모습이었습니다. 각자의 미국생활이 어땠는지 비교도 해보구요.

문: 북한인권법에 따라 미국 정부가 북한주민에게도 난민 지위를 인정하면서 미국에 처음 온 분들이 2006년 5월에 왔죠? (답: 네). 이 분들은 벌써 미국에 온 지 스무달이 다 돼 가는데 미국 생활에 어떻게 정착하고 계신가요?

답: 네, 사실 이 분들은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이나 친지들을 걱정해서 신상정보나 목소리가 방송되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간단한 설문조사를 했는데요. 미국에 온 것을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단 한 사람을 빼고 모두 ‘대단히 만족한다’고 답했습니다. 나머지 한 사람의 답변도 ‘만족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낯선 미국 땅에 정착하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새 직업을 갖거나 아니면 공부를 하면서 열심히 새 삶을 개척해 나가는 모습이었습니다.

문: 반가운 소식이네요.

답: 네. 이번 모임을 주관한 ‘두리하나 USA’의 조영진 이사장도 이들이 실제 미국에서 사는 모습을 보고 흐뭇했다고 하는데요, 한 번 들어보시죠.

“모든 사람들이 ‘참 오길 잘했다’ 또, 미국이라는 나라가 노력한만큼 대우를 받을 수 있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있어서 만족하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어려움이 많죠. 하지만 그 어려움이 극복할 가치가 있는 것이 그 만큼 삶의 질이 달라지고 자유를 누릴 수 있으니까요. 지켜보면서 저로서는 대단히 감사하고 흐뭇했습니다.”

문: 어려운 고난을 뚫고 미국에 왔을텐데, 잘 산다는 얘기를 들으니 저도 흐뭇해지는군요.

답: 네, 그 중에는 정말 본받아야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억척스럽게 사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문: 좀 소개해주시죠.

답: 네. 버지니아 주 리치몬드에서 딸과 함께 사는 분인데요. 미국에 온 지 아직 1년이 안됐지만 오전에는 공장에 나가고 오후에는 양로원에서 노인들을 돕고, 저녁에는 일주일에 두번씩 건물청소를 하는 등 직장이 4곳 이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일해서 한 달에 버는 돈이 3천 달러가 넘었구요. 그래서 지금은 돈을 조금 더 모아서 미국에서 집을 살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문: 직업이 4개라니 정말 대단하네요.

답: 네, 또 시카고에 사는 한 분은 3군데에서 일을 하고 영어학원도 다니면서 하루에 잠을 서너시간 밖에 자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육체적으로는 태국 수용소에 있을 때보다 더 힘들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자유롭게 삶을 개척한다는 생각에 항상 감사하면서 산다고 했습니다. 물론 아직도 대다수의 탈북 정착민들은 영어나 직업교육을 받으면서 정규직업을 갖지 않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문: 그렇군요.

답: 흥미로운 사연도 많았습니다. 미국에서 신랑감을 만나서 한 달 전에 결혼한 분도 있구요, 또 20대의 나이에 다시 미국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동생뻘의 미국 청소년들과 공부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이 분은 나중에 신학교에 가서 목사가 된다는 꿈을 갖고 있었구요.

문: 그렇게 좋은 일들도 있지만, 미국에서 살면서 어려움도 클 것 같은데요.

답: 이번 모임에 참석한 분들은 가장 힘든 점으로 ‘외로움’을 꼽았습니다. 이역만리에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가족이 얼마나 그립겠습니다? 또 언어가 다르다는 것도 큰 장벽이었구요. 북한과는 전혀 다른 미국의 사회체제도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한 탈북자는 눈을 떠도 눈 앞이 깜깜한 심정이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분들이 이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데는 주위에 있는 한인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특히 미국 각지의 한인 교회를 중심으로 정착에 필요한 실질적인 도움들을 받고 있었습니다.

문: 사실 저희 방송 청취자 중에는, ‘나도 미국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있을텐제. 이번 모임에 오신 분들이 선배 이민자로서 어떤 조언을 했을지도 궁금합니다.

답: 네. 제가 마침 그 점에 대한 질문도 해봤는데요. 미국은 북한 사람이라고 특별히 더 도와주는 것이 아니니까 미국에 대해 지나친 환상은 버리라고 했구요. 하지만 열심히 일하면 그만큼 꿈과 희망을 이룰 수 있는 나라니까, 큰 각오를 갖고 미국에 왔으면 좋겠다는 충고가 많았습니다. 한 분은 앞으로 더 많은 탈북자들이 미국에 와서, 서로 힘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조영진 이사장이 탈북자들에게 주는 충고도 한 번 들어보시죠.

“미국에 입국을 희망하는 분들이 계시다고 하면, 사실은 여러가지 여건을 고려해야 하는데요. 한국에 들어가면 그만큼 빨리 적응할 수 있고, 언어의 차이도 없고, 문화적인 차이도 미국보다는 적죠. 그런 의미에서는 한국이 미국과 비교해서 적응이 쉽다고 할 수 있겠죠. 또 한국으로 가는 것이 시간이 훨씬 적게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미국은 그만큼 시간도 많이 걸리고 와서 도전도 크고, 하지만 큰 결심을 하고 마음껏 뻗어나갈 미래를 위해서 희망도 갖고, 견딜 수 있는 각오가 돼 있다면 미국은 여전히 좋은 가능성의 나라라고 생각됩니다.”

문: 미국에 오신 탈북자들이 서로 정보도 교환하고, 오랜만에 정도 나누는 좋은 시간이 됐을 것 같은데요. 앞으로도 이런 모임이 계속될 예정인가요?

답: 네. ‘두리하나 USA’는 이번 모임의 성과도 좋고, 또 탈북자들의 반응도 좋아서 앞으로 매 년 정기적으로 개최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제 막 미국에 오신 탈북자들이 어떻게 정착하느냐가, 앞으로 들어오는 분들을 위해서도 좋은 기틀이 될텐데요. 아무쪼록 각자 미국에서 갖고 있는 꿈들을 잘 이뤄나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