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워싱턴의 한 민간 연구기관에서 있었던 제이  레프코위츠 대북인권특사의 북 핵 6자회담 비판 발언은 부시 행정부 내 일부의 불만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라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밝혔습니다. 이들 전문가들은 그러나 레프코위츠 특사의 발언이 현 단계에서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라고 내다봤습니다.  손지흔 기자가 좀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제이 레프코위츠 (Jay Lefkowitz) 미국 대북인권특사는 지난 주 워싱턴 소재 미국기업연구소 AEI 연설에서 북한은 부시 행정부 임기 중 핵무기를 포기할 것 같지 않다며, 핵 협상과 북한의 인권, 대북 경협 문제 등을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같은 발언은 그동안 핵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온 부시 행정부의 공식 입장과는 다른 것이어서 관심을 모았습니다.

미국의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레프코위츠 특사가 교착상태에 빠진 북 핵 6자회담에 대한 부시 행정부 내 일부의 불만을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 소재 ‘맨스필드재단’ (The Mansfield Foundation)의 고든 플레이크 (Gordon Flake) 소장은 지난 18일 ‘미국의 소리’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이 지난 달 말 핵 프로그램 신고 마감시한을 넘긴 데 대해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대북 접근법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북 핵 협상이 진전을 보임에 따라 내부의 이견을 해소하고 대북 협상 쪽으로 방향을 잡았었는데, 핵 신고를 둘러싼 교착상태 와중에 반대파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워싱턴 소재 정책연구소의 존 페퍼 (John Feffer) 외교정책 담당 국장도 레프코위츠 특사가 지난 1년여 간 이뤄진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에 불만을 갖고 있는 행정부 내 일부 인사들을 대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페퍼 국장은 “레프코위츠 특사는 연설에서 개인적인 불만 (frustration)도 나타내고, 아울러 북한에 대한 정책을 다시 뒤집으려 시도하는 부시 행정부 내 일부 인사들의 의중을 대변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시 행정부는 집권 1기 때만 해도 북한과의 협상을 거부했지만 2기에 들어서서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북한과 적극적인 양자접촉을 벌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했습니다. 그 결과 북 핵 2.13 합의와 10.3 합의가 도출됐고, 이에 따라 북한은 지난 달 말까지 핵 시설을 불능화하고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기로 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까지 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 국무부는 레프코위츠 특사의 발언이 나오자 곧바로, 그의 발언은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지 않으며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국무부의 숀 맥코맥 대변인은 지난 18일 정례브리핑에서 레프코위츠는 대북인권특사로서 “6자회담에 대해 권위있게 말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레프코위츠 특사는 연설 당시 자신의 발언이 부시 행정부를 대신한 것이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행정부의 정책은 어떤 것도 영구적 (set in stone)이지 않다고 대답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레프코위츠 특사의 발언이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조정 가능성을 시사하지는 않는 것이라면서도, 정책이 한번 바뀌었다고 해서 다시 바뀌지 않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시아 재단’ (The Asia Foundation)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북한에 주어지는 기회는 제한적이며, 비핵화와 관련해 추가적인 진전이 요구된다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 북한은 “부시 행정부의 정책이 다시 바뀔 수 있는지, 그리고 북 핵 문제 해결과 미-북 간 관계정상화의 기회가 사라질 수도 있는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이어 북한이 부시 행정부의 남은 임기 1년 안에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레프코위츠 특사의 발언은 시기상조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 핵 협상을 진척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초점을 다른 데로 돌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은 이번 발언을 문제삼아 부시 행정부 조차 자신들이 합의사항을 이행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정책연구소의 존 페퍼 (John Feffer) 국장은 레프코위츠 특사는 행정부 내에서 대북정책 관련 핵심 인사가 아니기 때문에 행정부 내 대북정책 기류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맨스필드재단’의 플레이크 소장도 행정부 내 대북 강경파는 6자회담 당사국들이 약속한 바를 성취하지 못할 경우에만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다며, 레프코위츠 특사 연설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