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오늘 신년기자회견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북한이 핵을 포기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언제든지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참여정부가 합의한 남북 경협사업의 추진에 대해서는 사업 타당성과 재정 부담 등을 고려하겠다며 속도 조절을 시사했습니다. 당선 이후 대북 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던 이 당선자가, 향후 남북관계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자세한 소식 서울 VOA의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차기 정부에서의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북한이 핵을 포기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지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당선인은 오늘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 관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호 신뢰”라며 “6자회담에서 합의된 사안을 북한이 성실히 이행한다면, 남북 협력의 시대는 앞당겨질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 당선인은 “남북 정상회담의 경우, 형식적인 틀에 매이지 않고,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개최할 용의가 있다”며 “다음 회담은 남한에서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매 임기 중에 한 번씩 하는 정상회담은 극히 형식적이라고 봅니다. 한일정상회담이나 한미정상회담 등 여러 나라 정상들은 1년에 한 두 번씩 만납니다. 마찬가지로 만일 남북정상이 북핵을 포기시키는 데 도움된다면, 남북에 다 도움이 되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격식을 차려 임기 중에 한번 만난다는 것 보다는 언제나 만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다음에 만난다면 장소는 우리 쪽에서 만나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참여정부가 합의한 남북 경협사업의 추진에 대해서는, 사업 타당성과 재정 부담 등을 고려하겠다며 속도 조절을 시사했습니다.

이 당선인은 “지난해 10월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이 원론적인 수준이며 구체적이지 않은 만큼, 사업의 타당성과 국민적 합의 등을 고려해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대북정책에서 일방적인 유화책 대신, 북핵 폐기와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유도하는 ‘전략적 개방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입니다.

이 당선인은 또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실용외교를 통한 4강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차기 정부의 외교의 축은 한미 동맹임을 재확인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변환의 질서 속에서 한미동맹을 미래지향적으로 정립하기 위한 노력도 지속되어야 합니다. 일본 중국 러시아는 모두 우리나라의 미래에 매우 중요한 관건이 되는 나라들입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남북관계도 이제 실질적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호 신뢰입니다. 6자 회담에서 합의된 것을 성실히 행동으로 지켜나간다면 남북협력의 시대는 앞당겨질 수 있습니다. 남북관계를 순조롭게 풀기 위해서도 주변국들과 남북한의 관계는 더욱 긴밀해져야 합니다. 특히 한미관계가 돈독해지는 것이 북한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

 

한미 동맹의 강화가 남북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한미 관계가 돈독해지는 것이 북한에도 도움이 된다”며 "한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서로 발전하면 북미관계도 함께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한국과)미국과의 관계가 긴밀해진다고 해서 남북관계가 소원해질 것이라는 등식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제까지는 남북관계를 위해서 한미관계가 소홀히 된 점도 있었지만, 한미관계가 돈독해지는 게 오히려 남북관계를 더 좋게 만들 것이고, 그렇게 한미관계가 좋아지면 북미관계도 좋아질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와 관련, 인수위원회의 박형준 기획조정분과위원은 “북핵 문제만 풀리면 다른 것은 다 잘될 것이라는 이 당선인의 생각을 북측에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박 위원은 또, “한미관계가 돈독해지는 것이 북미 관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 당선인의 발언은 본격적인 다자간 질서가 구축된 만큼, 더 이상 북한이 한미 관계 변화에 대해 날카롭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위원은 특히 남북 관계를 풀기 위해서 주변 국가들이 완충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당선인의 생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은 남북 문제와 북한의 핵 문제는 한반도 생존과 민족의 존폐가 달린 현안인데도 주요 강대국에 의존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 당선인의 태도는 우려스럽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측은 이 당선인의 기자회견에 대해 별다른 논평을 하지 않는 채,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 당선인은 미국에게 북한 군부와의 대화를 통해 체제 붕괴에 대한, 북한의 우려를 불식시켜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10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를 만난 자리에서 이 당선인은, 북한에서 가장 개방에 반대하는 세력이 북한 군부이므로 북한을 평화적으로 개방시키기 위해선, 미국측이 이들과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당선인은 또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도 “‘비핵 개방 3천구상’만으로는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북한을 개방으로 이끌려면 미국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관련, 이 당선인의 한 측근은 “이 당선인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북한을 평화적으로 개방시키기 위해선 정상회담과 같은 형식적인 방법이 아닌 실질적인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 같은 맥락에서 북한의 관료와 군부 등을 남측 이나 해외로 초청하는 ‘신사유람단’ 같은 형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체제 개방과 관련된 이 같은 방안은, 3월 혹은 4월로 예정된 미 부시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논의를 거쳐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