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말 서방 작가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 추리소설 ‘고려의 주검 (A Corpse in the Koryo)’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던 제임스 처치 씨가 최근 두 번째 소설인 ‘비밀의 달(The Hidden Moon)’을 출간했습니다.  ‘비밀의 달’은 ‘고려의 주검’과 마찬가지로 주인공 오 수사관이 북한에서 일어난 범죄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전직 정보요원 출신인 작가 제임스 처치 씨를 이메일로 인터뷰했습니다. 처치 씨는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 전화인터뷰를 거부했습니다.

엠씨:  유미정 기자, 제임스 처치 씨가 ‘고려의 주검’의 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비밀의 달’을 출간했는데요, 먼저 책의 내용부터 소개해 주시죠.

기자:  네, ‘비밀의 달’은 오 수사관이 평양 최초로 발생한  은행강도 사건을 수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합니다. 오 수사관은 외국인들이 이용하는 평양의 금성은행에서 발생한 3인조 복면 강도사건을 수사하라는 지시를 받게되는데요,  그는 강도들이 복면에 사용한 여성용 실크 스타킹에 수놓아진 영문 알파벳이 평양의 한 고급 술집 이름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이를 단서로 수사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상부의 누군가가 이 사건의 해결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수사를 지시했던 오 수사관의 직속 상관은 그에게 모든 정보를 알려주지 않고, 중간에 다른 정부 기관이 수사에 개입하고, 또 오 수사관이 사건해결에 점점 더 가까워지면서 정체불명의 집단에 끌려가 여러 차례 구타와 고문을 당하기도 합니다. 

소설은 마지막까지 이들 은행 강도가 누구가 소행인지는 밝히지 않고 끝을 맺습니다. 다만 북한에 일고 있는 변화의 움직임을 반대하는 어떤 이해세력이 사건을 배후조종했다는 강력한 암시만이 전해집니다.

엠씨:  내용이 흥미로운데요, 그런데 왜 제목이 ‘비밀의 달’인지 궁금한데요?

기자:  네, 처치 씨는 이메일 답변에서  ‘고려의 주검’이라는 제목은 책을 쓰기 이전에 이미 정해 놓았었는데,  속편의 경우는 책을 상당히 써내려간  뒤에  ‘비밀의 달’이라는 제목을 붙이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처치 씨는 이 제목이 소설의 내용과 배경, 또 오 수사관의 시적인 정신세계를 잘 나타내 준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나름대로는 이 제목이 참 통찰력 있다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왜냐하면 자연에서도 구름에 가려진 달이 밀물과 썰물 등  조수의 움직임을 좌우하는 것처럼, 북한에서도 보이지 않는 세력이 북한의 내부를 조정한다는 소설의 설정에 아주 잘 들어맞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엠씨:  평양에서 발생한 은행강도 사건이라는 구성이 아주 흥미로운데요, 처치 씨는 어떻게 해서 이런 구성을 생각해냈다고 합니까?

기자:  네, 처치 씨는 한국에서 은행강도 사건에 관한 아주 작은 신문기사를 하나 읽었는데, 그때 북한에 은행강도 사건이 있든 없든 이 구성이 소설의 훌륭한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엠씨:  책 전체에는 북한에서 움트고 있는 자본주의의 모습이 잘 기술돼 있는데요, 이것이 단지 소설적 허구인지 아니면 실제로 저자가 북한을 드나들면서 직접 목격한 현상에 기초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기자:  네, 말씀하신 것처럼 소설 속에는 평양의 고급술집과 가라오케 (노래방), 거리에서 좌판을 벌이는 행상들,  그리고 외국인들이 예금을 유치하는 은행 등 자본주의의  모습이 물씬 풍겨납니다.

이 질문과 관련해 처치 씨는 사람들은  2002년까지만 해도 북한의 신 경제정책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졌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북한주민들의 경제 생활과  먹고 사는 방식, 그리고 물건 구매 방식과 이유 등에 변화가 생겼다는 데  아무도 의구심을 갖지 않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처치 씨는 북한에서 일어나는 이런 변화는 정치적 결단에 의한 실질적인 변화로 소설 상의 허구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북한주민들이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소설에서도 참작해야 했을 정도로 그  변화의 정도가 컸다고 설명했습니다.

처치 씨는 북한주민 개개인이 당의 지시가 아니라,  이제 스스로 경제 결정을 내리게 되면서 새로운 가능성과 함께 불확실성도 생겼났다고 말하고,  어떤 면에서 북한주민의 삶은 훨씬 더 복잡해졌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엠씨:  이 소설에는 북한의 개방과 이를 반대하는 이해세력의 저항이라는 테마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물론  소설에서 그 세력이 누군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했는데요,  처치 씨가  이에 대해 어떤 언급을 하던가요?  

기자: 처치 씨는 문명이 시작된 이래 변화는 우주의 자연질서를 파괴한다면서 ‘현 상태 그대로가 좋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항상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처치 씨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변화 반대세력이 언제나  지배세력인 것만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농부들도 자신들의 이해에 대해서는 완고한 현실주의자들이만  보수적인 경향이 강하고,  또 반대로 정보 관리들은 보수적이지만 변화하는 세상을 현실적으로 볼 만큼 현명하다는 것입니다.  또 군도 강한 전통을 갖고 있지만 일부 장교들은 구습을 고집하는 것은 바로 실패와 패배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잘 안다는 것입니다.

처치 씨는 따라서 북한에도 다른 나라에서처럼 변화를 반대하는 세력과  지지하는 세력이 복잡하게 얽혀져 있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습니다. 

엠씨:  그렇군요, 그런데 처치 씨가 제 3편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어떤 내용인지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기자: 네, 처치 씨는 올 11월 출간을 목표로 벌써 3편 작업에 들어갔다고 하는데요,  이번에는 배경이 1990년대 후반의 북한이라고 합니다. 처치 씨는 특히 전직 정보요원이라는 이유 때문에 지금까지 서면 인터뷰에만 응했지만, 3편이 출간되면 직접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하니 기대를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엠씨: 네 오늘은 서방 작가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배경으로 한 추리 소설을 쓴 전직 정보요원 출신의 제임스 처치 씨로부터  최근 출간한  ‘비밀의 달’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