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행보가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이 당선인은 어제 미국과 일본 정부 특사를 만난 데 이어 오늘은 다음 주부터 파견할 4개국 특사단을 만나 친서를 전달했습니다. 대미관계 강화와 아시아 외교 확대를 기본 축으로 하는 차기 정부의 외교정책이 시동을 걸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자세한 소식 서울 VOA의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오늘 오후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서, 다음 주 출국하는 4강 외교 특사단을 면담했습니다.
정몽준 의원이 이끄는 미국 특사단에게는 ‘한미 관계 강화’를 당부하고 이상득 국회 부의장을 단장으로 한 일본 특사단에게는 ‘새로운 한일 관계 정립’을 주문했습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끄는 중국 특사단에는 ‘한중 협력 강화’를, 이재오 의원이 단장을 맡은 러시아 특사단에는 ‘에너지 외교’를 당부했습니다.

4강 특사단은 모레, 러시아를 시작으로, 오는 15일 일본, 16일은 중국, 19일에는 미국을 방문해 외교 활동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이들 특사단은 상대국 정부의 고위급 인사와 외교 장관, 의회 지도자들과 만나, 이 당선인의 친서와 의중을 전달하고 대외 정책을 설명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 특사단은 한승주 고려대 총장서리와 황진하 의원, 김우상 연세대 교수로 구성됐습니다.

특히 최근 인수위원회에서 전작권 전환 시기와 조건을 재검토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해, 한미 양국의 의견 교환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교착 상태에 빠진 북 핵 문제의 해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 한미 동맹 강화 방안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입니다.

일본 특사단에는 권철현, 전여옥 의원과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가 포함됐습니다.
노무현 정부 들어 악화일로를 걸은, 한일 관계 복원이 주로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유정복, 유기준 의원과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로 꾸려진 중국 특사단은, 경제협력 강화와 함께, 북 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러시아 특사단은 안경률 의원과, 정태근 한나라당 당협 위원장, 그리고 정태익 전 러시아 대사 등으로 구성됐으며, 이명박 당선인이 각별한 관심을 보였던 에너지 협력과 동부 시베리아 개발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남측 외교가에선 이명박 당선인이 표방해온 ‘실용외교’가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자주 또는 이념보다는 대미관계 강화와 아시아 외교 확대를 기본축으로, ‘효율성’을 중시하는 정책을 보일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의견입니다.

또 대외적으로 국제 공조 강화를 공식화하는 이 같은 행보가 북핵 문제 해결과도 연관돼 이뤄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외교안보연구원 전봉근 교수는 “차기 정부는 4강 외교를 토대로 한 6자회담이 북 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외교안보연구원 전봉근 교수: “과거의 우리는 북한과 핵 협상을 하면서 6자 회담의 과정을 거쳐 어려운 난관을 헤쳐왔습니다. 그리고 6자가 같이 문제를 찾기 위해 노력을 하기 때문에 현재 북한의 부정적인 주저하는 태도를 우리가 공동의 설득 노력을 통해 바꿀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인수위원회가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동 정례화를 추진하는 등 새로운 3각 동맹을 구축하려는 시도에 대해, 냉전시대의 안보 정책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전문가는 과거 중국과 러시아, 북한을 견제하기 위한 방편인 삼각동맹이 부활함으로써,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하고 북한을 고립시킬 위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북 핵 문제 해결에 있어 자칫 한미일 삼각동맹이 강공책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냉전 시대의 삼각 동맹이 북한에게 불안 요인으로 작용해, 미국과는 대화하되, 한국과는 대화하지 않는 통미봉남의 불씨가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올해 들어서 북한은 ‘외세배척과 민족공조'를 강조하며 남북 간 교류 협력을 촉구하는 보도물을 많이 편성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하루 한 두건에 그치던 이 같은 내용은, 새해 들어서 네건에서 다섯건으로 늘어났습니다.

최근 ‘조선중앙통신’은 남북간 민족공조를 강조하며, 차기 정부의 한미일 3각 동맹에 대한 완곡한 거부감을 표시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 ”북남 협력사업은 통일을 일으켜나가는 숭고한 애국사업이다. 북남 사이에 협력과 교류를 조국 통일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게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

한편 어제 이 당선인은 미 국무부의 힐 차관보를 만난 데 이어, 모리 전 일본 총리를 만나 후쿠다 총리의 친서를 받았습니다.

이 자리에서 모리 전 총리는 후쿠다 총리가 가급적 빠른 시일 내 만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이명박(한국 대통령 당선인) “후쿠다 수상께서 전화도 주시고, 이렇게 평소 존경하는 모리 총리께서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특히, 다음달 25일 열리는 대통령 취임식에 후쿠다 총리가 참석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취임식 당일 한일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당선인은 오는 14일엔 중국측 특사인 왕이 외교부 부부장을 만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