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8일 “북한은 미국이 이미 파악하고 있는 핵 프로그램조차 신고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현재까지 파악하고 있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인지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현재 미국이 파악하고 있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핵시설, 핵물질,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핵 확산, 그리고 핵무기 등 5가지 분야입니다. 특히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핵 신고 문제와 관련해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파키스탄으로부터 반입한 것으로 알려진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와 50 킬로그램 정도로 추정되는 플루토늄입니다.

우선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과 관련해 미국은 북한이 파키스탄으로부터 원심분리기 20기를 들여와 우라늄 농축을 시도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북한의 우라늄 농축을 의심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의 동맹국인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은 지난해 파키스탄의 핵 과학자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북한에 원심분리기 20여기를 제공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또 별도의 정보채널을 통해 북한이 유럽 등지에서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물자를 반입했다는 정보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북한은 원심분리기 반입은 물론 그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4일 담화를 통해 “미국의 요청대로 수입 알루미늄 관이 이용된 일부 군사시설까지 특례적으로 참관시키고, 문제의 알루미늄 관이 우라늄 농축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을 성의 있게 다 해명했다”고 밝혔습니다. 한 마디로 북한은 우라늄 농축용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이미 해명했으며, 원심분리기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1990년대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에서 비확산 담당 차관보를 지낸 로버트 아인혼 씨는 파키스탄의 설명이 북한측 주장보다 신빙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핵 확산을 했다는 것은 파키스탄의 체면을 손상시키는 발언인데 파키스탄의 최고 지도자인 무샤라프 대통령이 그렇게 말했다면 믿을만하다는 얘기입니다.

로버트 아인혼 전 차관보는 원심분리기를 북한에 넘겨줬다는 것은 파키스탄으로서는 상당히 수치스런 일이라며, 파키스탄이 이 문제에 대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또 북한이 50 킬로그램 상당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 1986년부터 영변의 5MW 원자로를 가동해 플루토늄을 50 킬로그램 정도  추출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미국은 이런 추정을 토대로 북한에 대해 그동안 플루토늄을 얼마나 생산했으며, 이 중 얼마를 핵실험에 사용했고, 나머지는 어느 정도인지를 신고하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플루토늄의 세부 내역을 신고하는 데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지난달 15일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을 상세히 신고하는 것을 꺼리고 있으며 단지 플루토늄의 생산량만을 공개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영변에서 생산한 플루토늄의 총량을 신고할 의도는 있지만 그 중 얼마를 핵실험에 썼는지, 나머지 플루토늄을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미국은 이밖에 영변 이외의 북한 내 20여 곳 이상의 핵 시설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