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다음 주부터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당사국들을 차례로 방문합니다. 힐 차관보는 이번 순방 중 북한의 핵 신고 문제를 둘러싼 교착상태를 타결하고, 6자회담을 진전시키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미국 국무부가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이날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오랜 침묵을 깨고 핵 신고 문제와 관련한 논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윤국한 기자가 자세한 내용 전해드립니다.

북 핵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오는 7일 일본을 시작으로 다시 6자회담 참가국 순방 길에 나섭니다.

미국 국무부의 션 맥코맥 대변인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힐 차관보가 7일부터 12일까지 일본과 한국, 중국, 러시아 4개국을 차례로 방문한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힐 차관보의 이번 방문국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맥코맥 대변인은 덧붙였습니다.

맥코맥 대변인은 "힐 차관보는 평양을 방문할 계획은 없으며, 현재로서는 북한 관리들과 만날 계획도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일부에서는 힐 차관보가 북한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중국에서 북한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만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힐 차관보의 이번 동아시아 방문은 북한이 당초 핵 신고 시한으로 합의했던 지난 연말을 넘긴 상태에서 앞으로의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4일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핵 신고에 대한 미국 측과의 논란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입장을 밝히면서, 10.3 합의가 원만히 이행되기를 바란다고 거듭 확인했습니다.

북한은 이날 발표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지난해 11월 핵 신고서를 작성해 미국 측에 통보했으며, 미국 측에 수입 알루미늄 관을 이용한 군사시설까지 참관시켰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핵심쟁점인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에 대해 "미국의 요청대로 수입 알루미늄 관이 이용된 일부 군사시설까지 특례적으로 참관시키고 시료도 제공하면서 문제의 알루미늄 관이 우라늄 농축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을 성의있게 다 해명해 주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담화는 그러면서 "우리는 사실상 자기 할 바를 다한 상태"라면서 "10.3 합의가 원만히 이행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시리아와의 핵 협조설과 관련해서도 "이미 10.3 합의 문건에 핵무기와 기술, 지식을 이전하지 않는다는 공약을 명문화한 것이 우리의 대답"이라며 " 이 것 역시 미국 측과의 사전협의에 따라 취해진 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북한으로부터 핵 신고서를 제출받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채, 북한이 완전하고 정확한 핵 프로그램 신고를 해야 한다는 합의상의 원칙만을 되풀이 강조해 왔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발표한 핵 신고와 관련한 입장은, 미국이 그동안 제기해 온 요구를 더이상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미로 비칠 수 있어 앞으로의 협상은 계속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북한은 담화에서 또 `행동 대 행동' 합의를 거듭 강조하면서,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우리나라를 삭제하고 우리 나라에 대한 적성국 교역법 적용을 종식하기로 한 미국의 의무사항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6자 중에서 북한의 의무 이행이 제일 앞서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한편 북한은 이날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논평을 통해 핵 억제력을 앞으로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핵 군축의 막 뒤에서 새로운 핵무기 개발과 생산을 다그치면서 세계에 핵 전쟁 위험을 몰아오고 있는 미국 내 핵 전쟁 광신자들의 범죄적 흉계는 달라진 것이 없다"면서 북한은 "미국의 핵 전쟁 책동이 강화되고 있는 데 대처해 전쟁억제력을 더욱 튼튼히 다져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노동신문의 논평은 대외적인 선전을 위한 것으로, 북한 당국이 실제로 취하는 입장과 반드시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해외언론들은 북한이 핵 폐기 협상이 진행 중인 와중에 핵 폐기와는 반대 개념인 억제력 강화를 주장한 데 대해 주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