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 가운데 상당수가 북한 정부의 핵폐기 의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한 일간지가 미국 내 각계 한반도 전문가 5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란 응답은 14%에 그쳤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인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은 북 핵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 전까지 대북 경제협력과 지원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세계일보’ 는 최근 미국 정부의 한반도 담당 전.현직 관리와 학자 등 50명을 상대로 안보와 미-북 관계 등 한반도 주요 현안에 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미국 내 최고의 동아시아 전문가로 꼽히는 로버트 스칼라피노 UC 버클리대학 교수와 진보학자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학 교수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한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중 42% 는 북한이 핵 시설은 포기하되 핵무기는 계속 보유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핵무기와 핵 시설 모두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응답도 14% 에 달해 과반수가 북한 정부의 완전한 핵 폐기 전망에 회의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북한 정부가 핵무기와 핵 시설을 모두 포기할 것이라고 응답한 전문가는 7명(14%)에 그쳤습니다.  또 응답자의 2 % 만이 부시 대통령의 임기 중에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과반수인 52% 는 부시 행정부 내 핵 시설 불능화가 가능하지만 완전한 핵 폐기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으며, 24%는 모두 불가능, 4%는 6자회담이 답보상태에 빠지며 미-북 간 대결양상이 다시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버클리대학의 로버트 스칼라피노 교수는 북한의 앞으로의 행동을 예측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검증을 비롯해 6자회담 참가국들의 10.3 합의 이행의 시기를 맞추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 핵 협상과 평화협정을 동시에 병행해야 한다는 한국 노무현 정부의 입장에는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습니다. 응답자 가운데 52% 가 북 핵 협상과 평화협정의 동시 추진을 지지했으며, 북한 정부의 핵 폐기 단계 또는 이후에 평화협정이 추진돼야 한다는 부시 행정부의 정책을 지지한 응답자는 28%에 그쳤습니다 . 하지만 미국 내 대표적인 진보학자인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는 북한의 핵 폐기 이후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또 북 핵 문제 해결의 최대 걸림돌로 ‘검증’ (50%)을 꼽았고 이어 경수로 제공 (8%)과 농축 우라늄 문제(6%)가 뒤를 이었습니다.

미국 내 많은 한반도 전문가들은 그동안 북한 관련 각종 토론회에서 북한 정부가 핵무기나 핵물질을 감춘 채 핵 폐기 과정에 들어갈 경우 이를 검증할 수단과 방법에 한계가 있고, 북한 정부 역시 국내 안보시설을 모두 공개한 채 핵 폐기 검증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말해왔습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이같은 핵무기 은닉과 검증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은 정부가 북 핵 협상 진전을 전제로 한 대북 경제협력과 지원,  상호주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일간지 ‘한국일보’는 최근 한국 성인 1천 명을 상대로 여론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2.8 %가 대북 포용정책을 유지하되 북 핵 문제를 전제로 대북 경협과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엄격한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해 대북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도 20.5 %에 달해 모두 83%가 속도조절론에 손을 들었습니다. 반면 현 노무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13.3 %에 그쳤습니다.

특히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등 2007 남북 정상선언을 전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응답은 18.9 %에 불과한 반면, 부분 수정과 연기,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응답은 72%에 달해 이번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한국 국민들의 보수화 경향이 더욱 짙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