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비핵화 2단계 의무사항인 핵 프로그램 신고가 결국 당초 시한인 올해를 넘기게 되면서 북 핵 6자회담이 또 다시 중대 고비를 맞고 있습니다. 북한의 영변 핵 시설 불능화 작업 역시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북 핵 6자회담 당사국인 한국과 미국, 일본 정부는 북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핵 목록 전면 신고를 거듭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미국 의회는 특히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관련 예산 집행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률안을 통과시켜 내년도 북한의 비핵화 진척 상황이 보다 불투명해졌습니다.

서지현 기자가 각국 정부의 반응을 전해드립니다.

북 핵 6자회담 합의에 따른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가 시한인 오늘까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한국과 미국, 일본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은 일제히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북한은 6자회담 합의에 따라 12월31일까지 모든 핵 시설과 프로그램, 핵 물질과 확산 활동을 신고하도록 돼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31일 외교통상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유감을 표명하며 북한이 조속한 시일 내에 모든 핵 프로그램을 성실히 신고하고 불능화 조치를 지체 없이 완료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정부 역시 외무성 명의의 성명에서 북한이 아직 핵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며, 북한은 가능한 한 빨리 모든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신고하고, 안전성을 고려하면서 영변 3개 핵 시설 불능화 작업을 빠른 시일 내에 수행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앞서 30일 북한의 신고 불이행에 유감을 표명하며, 특히 영변 핵 시설의 불능화 조치 역시 지연되고 있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톰 케이시 국무부 부대변인은 성명에서 북한이 아직 핵 프로그램에 대한 철저하고 정확한 신고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핵 시설 불능화 절차를 늦추고 있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

케이시 부대변인은 미국은 북한이 모든 핵 프로그램과 핵무기, 확산 활동을 정확하게 전면 신고하고, 합의에 따른 불능화 조치를 완료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본의 '교도통신'은 31일 이와 관련해 북한 당국이 영변 핵 시설 불능화 작업 속도를 늦추기 위해 불능화 조치를 수행 중인 근로자들의 교대조를 줄였으며, 이를 미국에 통보했다고 익명의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앞서 북한 현학봉 외무성 미주국 부국장은 지난 26일 6자회담 참가국들이 맡은 경제적 보상의무의 이행이 늦어지고 있어 북한은 불능화 속도를 조정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의회 하원은 북 핵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북한 관련 예산의 집행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률을 통과시켜 앞으로 북 핵 문제 해결에 더욱 장애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 하원이 지난 13일 가결한 '2008년도 정보수권법'은 미국 정부가 북한과 시리아 간 핵 협력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북한의 핵 활동에 대한 정보 당국의 상세한 보고가 없을 경우, 승인된 관련 예산의 30% 이상을 지출할 수 없다고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빠른 시일 내에 우라늄 농축과 시리아와의 핵 협력 의혹 등 전면적인 핵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미국의 예산 집행이 제한돼 앞으로 북 핵 6자회담의 진전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