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은 오늘 새벽 끝난 경제협력공동위원회 산하 조선·해운협력 분과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조선협력단지에 대한 투자환경 개선 방안 등을 협의했지만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로써 지난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주요 경협 프로젝트 중 하나인 조선협력단지 조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로 미뤄질 전망입니다. 서울의 VOA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북은 지난 25일부터 사흘 간 열린 ‘조선해운 협력분과위원회 1차 회의’에서 북한 안변과 남포 조선협력단지의 측량과 지질 조사를 내년 1분기에 실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통신, 통행, 통관을 포함한 조선협력단지의 투자 환경 개선 방안에 대해선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남측이 투자 환경 개선 문제를 집중 제기한 데 반해, 북측에선 남측의 투자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3통을 합의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양측은 또 해주 직항로 통과를 위한 항로 설정 문제도 논의했지만, 서해북방한계선에 대한 서로의 입장차를 넘어서지 못해, 합의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남북은 내년 3월 개성에서, 2차 회의를 열기로 하고, 실무 접촉을 통해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이로써 지난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주요 경협 프로젝트 중 하나인, 조선협력 단지 조성과 관련한 본격적인 논의는 차기 정부 이후로 미뤄지게 됐습니다.

현재 정부는 안변 조선단지 기반 공사에 필요한 1500억에서 2천 억원을 북한에 차관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당선자 측은 조선협력단지의 기반 공사나 전력 문제 등에 수 천억원의 돈이 소요되는 만큼 사업성 여부를 꼼꼼히 따지겠다는 입장이어서 사업 진척에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앞서 지난 총리회담에서 남북은 내년 상반기 중에 안변에 선반 블록공장 건설에 착수하고, 가까운 시일 내에, 남포의 영남 배수리 공장 설비의 현대화와 기술 협력 사업 등을 추진하기로 합의했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남측의 대형 조선업체들은 안변에 조선소 건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남포와 달리 안변은, 수심이 깊고 조수간만의 차가 적어 선박블록을 완성한 뒤 거제 조선소로 옮기기에 안성맞춤이기 때문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의 남상태 사장은 최근 밀려드는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서 1억 5천만 달러를 투자해 연간 20만톤 규모의 선박블록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북한에 대해서도 관심은 갖고 있습니다. 여건만 허락한다면 북한에 가서도 같이 조선블록이나 수리 조선이라든지 해보고 싶습니다. (북한의 경우) 한국과 가까울뿐만 아니라 조선산업하기에 기후적으로나 지리적으로 아주 좋은 위치에 있습니다.”

반면 북한의 다목적 방조제인 서해갑문으로 입항 규모가 제한된 남포항엔, 중소형 조선업체들이 블록공장을 짓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한국조선협회에 따르면 조선협력단지가 건설되면, 남측 조선업계에 1톤당 약 18만원의 원가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국조선협회 유병세 본부장은 “남한 조선업체들의 선진 기술에다 북한의 값싸고 우수한 인력을 합치면 상승효과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병세 한국조선협회 기술지원본부장: "지금 중국에서 처리하고 있는 조정물량의 일부가 북한에서 처리할 수 있다면 우리 업계 입장에서는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산업자원부는 현재 경공업 위주로 돼 있는 남북 경제 협력이 중공업 분야까지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김창규 산업자원부 자동차조선팀장의 말입니다.

김창규 산업자원부 자동차조선팀장: "지금 현재도 중국에서 하고 있는 공정을 북한으로 돌림에 따라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구요. 북한으로 봐서는 대규모 인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용창출효과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3통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유병세 본부장은 “북한의 숙련된 인력과 기반 시설의 부족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설명합니다.

유병세 본부장: "(북한의 노동력이) 우선은 가장 값싼 노동력이라고 하겠지만, 그 노동력이 검증된 게 아닙니다. 둘째는 조선업을 하기 위한 시설들이 과연 현대화가 돼 있는지도 상당히 의문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또 조선소 건설에 필요한 핵심 기자재가 대북 전략물자 통제 협정에 묶여 있는 실정이어서, 북미 관계의 진전 여부에 따라 협력의 속도도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