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북한이 연내 핵 시설 불능화와 신고를 완료하지 않아도 계속 인내심을 보일 것으로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손지흔 기자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예상대로 핵 불능화와 신고 시한을 넘겨도 크게 문제될 건 없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미국 국제관계센터 (Institute for Policy Studies)의 존 페퍼 (John Feffer) 국제문제 담당 국장은 26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달성하는 데 몇 가지 걸림돌이 있지만 그 누구도 이 과정이 쉬울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페퍼 국장은 “시한은 과정을 진전시켜 나가는 데 유용하다”며 그러나 “미-북 양측은 타협점을 찾기 위한 시한을 반드시  못박아 두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 국무부 비확산 담당 차관보를 지낸 로버트 아인혼 (Robert Einhorn) 전략국제연구소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상임고문도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현재 “영변 핵 시설의 불능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시한을 놓쳐도 미국 정부는 크게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인혼 고문은 영변 핵 시설의 핵 연료봉 인출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불능화 작업은 어차피 예상보다 한 두달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불능화가 아니라 북한이 완전하고 정확한 핵 계획 신고를 거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계획에 대해 알고 싶어하지만 북한은 계속 그같은 계획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최근 미국에 넘긴 알루미늄 관에서 농축 우라늄 흔적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와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아인혼 고문은 북한이 그동안 특히 우라늄 농축 계획에 관한 정보 공개를 꺼려온 점을 지적하면서, 협상 과정이 이로 인해 위태로워질 수 (jeopardized)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제관계센터의 페퍼 국장은 북한은 핵 계획을 억지책 (deterrent)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핵 계획 자체보다는 핵 계획이 비밀에 가려져 있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페퍼 국장은 “북한은 핵 신고에 어느 정도의 애매함 (ambiguity)을 포함시키려 할 것이지만, 미국이 이를 어느 정도나 수용할 용의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페퍼 국장은 지난 1994년 미-북 제네바 합의 때도 미국은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북한이 이미 재처리한 핵 물질을 둘러싼 애매함을 받아들였다고 설명했습니다.

페퍼 국장은 부시 행정부는 내년에도 북한에 인내심을 보이고 협상의 구도를 깰 수 있는 강경입장은 피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의 외교정책 실패를 북 핵 문제로 만회하려는 계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페퍼 국장은 부시 행정부는 현재 외교정책 면에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보여주고 싶어할 것이라며,  "북한은 분명 외교기록에서 하나의 긍정적인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부시 행정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북 핵 문제에 돌파구를 찾거나 북한과의 관계정상화가 아니라 적어도 비핵화를 향한 첫 발걸음을 내디딘 행정부로 기억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페퍼 국장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하면 협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미 행정부 고위 관리들의 방북을 중시하면서, 이를  미국이 협상에 얼마나 열의를 갖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 (indicator)로 여긴다는 것입니다.

반면 아인혼 고문은 북한이 핵 시설 불능화와 정확한 핵 신고를 완료할 때까지 라이스 장관은 북한을 방문해서도 안되고 6자회담 외무장관 회의에도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핵 활동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 확실시 되면 북 핵 합의에 따른 중유 등의 유인책 제공도 늦춰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