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 합의에 따른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시한이 임박한 상황에서도 미국 정부는 여전히 북한에 호의와 인내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반면, 최근 북한의 테러단체 지원설이 제기되고, 북한이 미국에 공개한 알루미늄 관에서 농축 우라늄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의회 등 일각에서는 북한에 대한 의구심이 점차 높아가고 있습니다. 미국 내 강온 양 기류에 대해 손지흔 기자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이달 들어 부시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친서도 보내고 미국 고위 관리들의 방북이 이뤄지지 않았습니까?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접근방식이 상당히 유화적이지 않습니까?

답: 네 그렇습니다. 미국은 특히 북한이 부실한 핵 신고서를 시한 안에 내는 것보다는 좀 늦더라도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를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달 초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완전한 핵 신고를 촉구하는 친서를 보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자신은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냄으로써 그의 주목을 받았다”며, “김 위원장 또한 추출된 플루토늄과 개발한 무기, 핵 확산 활동 등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 함으로써 자신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미국은 이달 들어서만 국무부의 고위 관리  2명이 북한을 잇따라 방문했죠?

답: 네, 북 핵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평양을 방문했고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북측에 전달했습니다. 힐 차관보의 방북은 지난 6월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였습니다.

이어 북 핵 불능화 팀을 이끌고 있는 성 김 미 국무부 한국과장이 평양을 다녀왔습니다. 성 김 과장은 지난 19일 부터 21일까지 평양을 방문해 핵 신고 문제를 북측과 집중 협의했습니다.

또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방북 가능성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요. 라이스 국무장관은 최근 방북 가능성에 대해 “미국에 영원한 적은 없다”, “생각 못할 것은 없다”라고 말하는 등,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문: 그런데 부시 행정부가 이렇게 협상을 강조하고 인내심을 보이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의회 등 일각에서는 북한의 합의 이행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가고 있다죠? 그 이유는 뭡니까?

답: 네, 최근 북한의 테러지원설이 제기되면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면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핵 시설 불능화와 핵 신고를 완료하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런 가운데 미 의회조사국은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이 레바논 내 무장세력인 헤즈볼라와 스리랑카의 타밀 엘람 해방 호랑이 반군에 무기와 훈련을 지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이들 두 단체를 테러단체로 각각 지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척 그래슬리 의원 등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3명은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에게 서한을 보내 행정부가 보고서 내용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설명해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래슬리 의원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앞으로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반대하는 의원들을 규합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래슬리 의원은 “미국이 알카에다 테러조직이 개입된 테러행위에는 반대하면서, 헤즈볼라와 타밀 반군을 지원하는 북한의 행위에는 대응하지 않으면 동맹국들에게 엇갈린 신호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슬리 의원은 앞서 다른 상원의원 3명과 북한의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에 제동을 거는 결의안을 의회에 제출했습니다. 의원들은 결의안에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기 전에 충족돼야 할 특정 조건들을 제시했습니다.

문: 그런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테러지원설에 이어 이번에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 계획을 운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죠?

답: 네, 그렇습니다. 북한이 최근 미국에 넘긴 알루미늄 관에서 농축 우라늄 흔적이 발견돼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미 과학자들이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북한이 제공한 알루미늄 관에서 마이크로 그램 단위의 농축 우라늄을 발견했다고 지난 21일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 신문은 농축 우라늄 흔적은 북한이 직접 우라늄을 농축한 것일 수도 있지만 다른 방사능 장비에서 묻어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라이스 국무장관은 언급을 피하면서 북한의 정확한 핵 신고를 촉구했습니다. 북한은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온 우라늄 농축 계획 의혹을 계속 부인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이 이번에 방북했을 때도 우라늄 농축 계획과 무관하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서의 합의와는 달리 연말까지 핵 신고 초안 조차 제출하지 않으면 앞으로 미국 내 기류가 강경 쪽으로 크게 바뀔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손지흔 기자와 함께 북 핵 신고 시한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미국 내 기류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