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2007년을 마감하면서 올 한해 북한 관련 뉴스를 미-북 관계, 남북 관계, 경제, 인권, 사회, 핵과 정치안보 등 분야별로 돌아보는 연말 특집기획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다섯번째 순서로 북한의 큰물 피해와 악화된 식량난, 이어진 국제사회의 지원 등 북한의 식량 문제를 둘러싼 상황을 서지현 기자와 함께 정리해보겠습니다.

문 1: 서지현 기자. 해마다 반복됐던 북한의 수해 피해,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는데요. 특히 올해는 수백 명의 사망자가 속출했는데요, 어느 정도 비가 왔고 피해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답 1: 네, 지난 8월5일부터 14일까지 열흘 간 북한에는 그야말로 '물폭탄'이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평양에는 8월10일부터 11일 하루 동안 2백50 mm의 폭우가 쏟아졌을 정도였습니다. 또 강원도 이천군 8백40 mm, 대동강 중상류 5백24 mm 등 기록적인 강수량이 이어졌습니다. 

당시 '조선중앙방송'의 방송 내용, 들어보시죠.

조선중앙방송: "여러 곳의 철길 노반이 파이고 철 다리 기둥이 못 쓰게 되서 이 구간의 열차 운행을 보장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 평천 구역과 보통강 구역을 비롯한 평양시 안에 여러 구역들에서 살림집과 공공건물들, 도로들이 물에 잠겼습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 OCHA에 따르면, 사망자는 최소 4백54명, 실종자 1백56명, 부상자는 4천3백51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또 주택 24만여 가구, 공공건물 8천여 채가 파괴되거나 침수됐습니다. 

게다가 수해 이후 한달도 채 지나지 않아 지난 9월18일부터 사흘 간 내린 폭우로 농경지 10만9천여 정보가 침수되고, 1만4천여 세대의 가옥이 파괴되는 등 또다시 극심한 피해를 입었는데요. 복구가 진행 중이던 교량 등 기반시설과 건물 붕괴 등 2차 피해가 매우 심각했습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선임 연구위원에 따르면, 북한의 올해 큰물 피해로 인한 재산 손실과 농작물 피해, 농경지와 농업구조물 복구비는 북한 전체 국내생산, GDP의 1%에 달하는 2억7천5백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문 2: 그런데 올해는 북한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특히 돋보였던 것 같습니다. 북한은 이번 수해 직후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피해상황을 알리고, 신속하게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습니까.

답 2: 그렇죠. 북한은 수해 사흘만에 세계식량계획, WFP 측에 예비지원을 요청한 데 이어 열흘 만인 8월21일 공식 지원을 요청했고, 또 WFP의 식량 배분 감시지역 확대 요청을 수락하기도 했습니다.

WFP를 비롯한 국제기구 관계자들은 북한 당국이 올해 수해 이후 과거 어느 때보다 열린 대응을 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스테파니 번커 OCHA 대변인은 수해 발생 직후 북한 당국은 이전보다 즉각적으로 긴급 상황조사를 위한 국제기구 요원들의 현장접근을 허용했고, 이는 모니터링과 구호물자 전달 확인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통일연구원의 정영태 북한연구실장은 북한 당국이 올해 수해 이후 보여준 국제사회에 대한 유연한 대응은 북 핵 문제 등 정치적 상황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습니다.

“통일연구원 정영태 북한연구실장: 북미 간 협상이 진전돼 여러 대북제재 완화 움직임이 보여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군사력 자신감을 갖고 있으면서 식량난 해결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소위 경제력 건설의 일환이라고 볼 수가 있는데...”

정 실장은 국제기구의 '모니터링'에 대한 북한 당국의 대응을 놓고 북한체제의 개방을 예단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올해와 같은 국제사회에 대한 열린 대응이 내년에는 보다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문 3: 북한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 때문이었을까요. 올해 특히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은 그 어느 때보다 순조롭게 진행된 것 같은데요.

답 3: 그렇습니다. 유엔은 큰물 피해를 입은 북한에 대해 지난 8월27일 1천4백만 달러 규모의 긴급구호 모금을 요청했었는데요. 12월25일 현재 1천2백69만여 달러가 모금돼 목표액의 87.4%를 달성했습니다.

북한은 유엔이 올들어 긴급 구호를 요청한 15개 자연재해 지역 가운데 목표 대비 모금액 비율이 2위에 달할 정도로 국제사회의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요.

북한의 핵 시설 불능화 조치가 진행되고 미국이 북한과 식량 지원에 대해 심도있는 협의를 하는 등 최근 북 핵 6자회담을 둘러싼 달라진 상황도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대북 지원에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입니다. 

문 4: 이렇게 국제사회가 많은 지원을 했지만 북한의 식량난 해소를 위해서는 충분치 않지 않습니까. 특히 수해로 인해 올 해 북한의 자체 곡물 수확량이 많이 줄어든 것이 내년도 식량 사정에 미칠 타격이 상당히 클 것 같은데요.

답 4: 네. 한국의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북한의 올해 곡물 수확량은 지난해보다 11% 감소한 4백1만 t 으로, 북한의 곡물 수요량을 6백50만 t으로 볼 때 2백49만 t이 부족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올해 수확량을 3백80만 t으로 추정한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 역시 북한의 식량상황은 최근 몇 개월 간 국제사회의 지원으로 개선됐지만 장기적인 경제난과 지난 여름의 극심한 큰물 피해로 자체 곡물 공급량과 필요량에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문 5: 특히 요즘 전세계적으로 곡물가격 폭등이 우려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줄지 않을까, 상당히 걱정이 됩니다.

답 5: 네. 콩과 옥수수 가격이 각각 34년, 1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쌀을 비롯한 곡물과 필수식품 가격이 세계적으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상황인데요. 북한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분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나라들로서는 매우 치명적입니다.   

압둘레자 아바시안 FAO 곡물 담당 처장은 북한의 식량난은 아프리카의 짐바브웨처럼 정치상황 등에 기인한 만성적인 요인이 크다며 기아현상이 앞으로 보다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문 6: 네. 이처럼 북한의 식량상황이 악화되는 데 대한 타개책은 뭘까요.

답 6: 국제사회의 대규모 지원 밖에는 별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 여부가 올해 가장 큰 관심사였는데요.

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큰물 피해 직후 수재민 지원을 위해 미국에 본부를 둔 구호단체 '머시 코어'와 '사마리탄스 퍼스'를 통해 모두 10만 달러를 지원한 데 이어 지난 10월 말에는 국무부와 미국 국제개발처, USAID 는 물론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고위급 당국자들이 함께 북한을 방문, 식량 지원과 관련한 회의를 열었습니다. 

지난 7월, 북 핵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한 말을 들어보시죠.

힐 차관보는 미국 정부는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고려할 준비가 돼 있다며, 그러나 실제 지원은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필요 정도와 모니터링 가능 여부, 식량이 적절한 곳에 분배되는지 등을 확인한 뒤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 반 년 간 식량 지원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은 이처럼 단호했는데요, 북 핵 문제 해결과 함께 미국의 대북 식량 지원 역시 내년에도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될 것 같습니다.

문: 결국 튼튼한 농업 기반을 조성해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일 것 같은데, 당장 배를 굶주리는 북한주민들의 해마다 반복되는  어려움을 생각하니 참 가슴이 아프네요.

답: 네. 북한 농업학자들과 한국 농업학자들 간의 대규모 교류 학회가 지속적으로 열리는 등 그래도 희망적인 움직임이 물밑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작은 노력들이 결실을 이룰 날이, 언젠가는 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이 2007년을 마감하면서 보내드리는 연말 특집기획, 내일은 그 마지막 순서로 2.13 합의 이후 북한의 핵과 정치 안보와 관련된 주요 뉴스를 재조명합니다. 청취자 여러분의 애청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