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제17대 대통령을 뽑는 대통령 선거가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지지율 1위를 차지해온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선거전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한국 국회는 동영상이 공개된 뒤 하룻만인 오늘 이른바 ‘이명박 특별검사법안’을 의결했고, 이명박 후보의 경쟁후보들은 설사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당선 직후 사임해야 할 것이라고 일제히 비난하고 있어 대통령 선거 이후에 닥칠 파장 역시 크게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서울의 VOA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어제 이른바 BBK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한국의 정치판이 참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우선 BBK 동영상에 대해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BBK란 재미 금융전문가인 김경준 씨가 설립한 투자전문회사로, 김 씨가 이 회사를 이용, 대규모 주가조작과 횡령을 한 사실에 이 후보가 사실상 이 회사 소유주로서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었습니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계속 불거진 이 의혹에 대해 이 후보는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일이 일절 없다고 부인했지만 어제 이 후보의 경쟁후보인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측이 공개한 동영상에서 이 후보 스스로 지난 2000년 1월 이 회사를 설립했다고 발언한 모 대학에서의 강연 내용이 폭로된 것입니다.

불과 하루 동안 상황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습니다. 동영상 관련 보고를 받은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이 후보에 대해 무혐의 판정을 내린 검찰에 대해 법무부 장관에게 어제 재수사 지휘를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노 대통령의 지시 직후인 어제 밤 이 후보는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비리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법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명박: “저는 특검이 두려워서 반대해 온 것은 결코 아닙니다. 정략적 특검이었기 때문에 반대해왔습니다. 저는 특검 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수용하겠습니다. 단 국회에서 여야가 논의하여 법과 절차에 따라 처리해주기 바랍니다. 정권 연장을 위해 청와대가 개입하는 것도 결코 용납될 수 없습니다.”

기자: 이어 오늘 오후에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국회가 신당 측이 발의한 이른바 ‘이명박 특검법’을 20분만에 원안대로 통과시켰습니다.

앵커: 투표일을 불과 이틀 앞두고 있는 터라 막판 뒤집기를노린 경쟁후보들의 이 후보에 대한 공세가 대단하겠군요, 어떻습니까?

기자: 여론조사 2, 3위를 달리고 있는 정 후보나 무소속 이회창 후보 측은 이 사안을 선거 막판 역전의 호재로 삼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정 후보는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반부패세력 그 누구와도 연대할 수 있다며 ‘반부패 공동정부’를 다른 정파들에게 제안했습니다. 심지어 개혁세력의 계승자로 자임하는 정 후보는 이 후보보다 더 보수색채가 강한 이회창 후보와도 공동정부 구성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회창 후보도 오늘 TV 방송연설을 통해 “만의 하나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 해도 되자마자 물러나는 사상 초유의 불행한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도 대선 주요후보 다섯 명의 이명박 후보 사퇴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제안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명박 후보는 오늘 수원 유세에서 “표현이부적절했던 것을 트집잡아 마지막 순간까지 공갈협박범과 짜고 흑색선전을 해보겠다는 모략일 뿐”이라고 반발하며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로 음모를 막아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앵커: 이번 동영상 파문이 대선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까?

기자: 네 여론조사를 통한 결과는 공식적으로 나온 건 없습니다. 다만 동영상 파문 전까진 이 후보 지지율은 45% 안팎으로, 15% 안팎인 정동영 후보나 이회창 후보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대선이 이틀 밖에 남지 않은데다 대기업 최고경영자 출신인 이 후보의 ‘경제대통령론’이 유권자들에게 먹히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동영상 공개 파문이 얼마나 파괴력을 가질지는 미지수 입니다.

하지만 대선 이후 더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미 이명박 특검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한나라당을 제외한 다른 정파들의 반 이명박 공동전선 구축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명박 특검법의 수사 일정도 관심이 가는 부분인데요.

기자: 네, 이번에 통과된 특검법안에 따르면 30일 조사 후 10일 간 수사를 연장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특별검사 임명과 법안 공표 등 필요한 절차를 모두 포함해도 길어야 72일 걸리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의 취임일인 내년 2월25일 이전에 특검 수사결과 발표가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다시 말해서 이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특검 수사결과에 따라 당선의 합법성과 정통성 여부를 놓고 한국정치가 엄청난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