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12일 6자회담 합의에 따른 북한의 비핵화를 거듭 강조하면서,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북한 측과 폭넓은 관계개선을 이룰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라이스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북 핵 6자회담의 진전으로 미국과 북한 사이에 일부 관계개선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입니다. 유미정 기자가 좀 더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최근 미국과 북한 간에 일고 있는 관계개선의 조짐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한과 폭넓은 관계개선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밝혔습니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12일 미국 ‘AP통신'과의 회견에서 북한과 이란은 최근에 이뤄진 진전에도 불구하고 ‘ 악의 축’이라는 이름표를 떼기 위해서는 갈길이 멀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 지도부가 모든 핵 프로그램을 중단할 때까지 미국은 북한 정권과 폭넓은 관계개선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이어 북한과의 관계개선 확대는 북한의 비핵화 이후 그것이 어떻게 진행될지 미국이 그동안 설명해온 프로그램에 분명하게 제시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북 핵 6자회담의 2.13 합의에 따라 이달 말까지 영변의 핵 시설들을 불능화하고 모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미국은 이에 대한 상응 조치로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제외하고 대적성국 교역법 적용에서도 해제하는 등 폭넓은 관계개선을 약속했습니다.

현재 북한의 핵 시설 불능화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반면, 핵 신고는 미-북 양측의 견해차로 지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라이스 장관은 미-북 관계 개선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이라며, 북한은 아직도 위협적인 군사력을 가진 나라로, 전세계적인 핵 확산과 자체 핵무기 프로그램 등의 측면에서 큰 위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최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북한이 연말까지 핵 신고를 완료할 경우 양측의 관계가 크게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가고 있습니다. 또 미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적인 교향악단인 뉴욕 필하모닉의 내년 2월 평양 공연도 양측의 관계개선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라이스 장관은 부시 대통령의 친서나 뉴욕 필의 평양 공연이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정책 기조가 완화됐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라이스 장관은 김 위원장을 포함해 북 핵 6자회담 당사국 대표들 모두에게 전달된 부시 대통령의 친서는 북 핵 문제를 풀기 위한 '적극적인 외교(active diplomacy)'의 일환일 뿐이라며, 친서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또한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라이스 장관은 북한주민 일부가 미국 음악인들의 공연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외부세계를 볼 수 있게 돼 기쁘다며 뉴욕 필 하모닉의 평양 공연 성사를 환영했지만, 이를 통해 미-북 관계개선이 놀랄만큼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는 일부의 기대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을 세계에 개방하려는 노력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 세계에서 북한주민들보다 더 고립된 사람들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따라서 그런 고립된 세계에 약간의 햇볕이 비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라이스 장관은 최근 국가정보평가보고서(NIE)가 이란이 지난 2003년 핵 프로그램을 중단했다는 평가를 내놓았지만 미국은 이란을 여전히 위험한 국가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라이스 장관은 북한과 이란은 분명히 큰 핵 확산 우려국가들이라며 이런 위험에 대처하지 않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일이 될 것 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