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오늘로 한자릿수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습니다. 19일 실시되는 제17대 대통령 선거는 그 결과에 따라 북한을 둘러싸고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됩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오늘부터 세 차례에 걸쳐 정동영, 이명박, 이회창 등 유력 후보 3인의 대북한, 대미국 정책 공약을 상세하게 분석,평가하는 특집기획을 보내드립니다. 오늘은 그 첫번째 순서로 세 후보의 대북정책 편입니다. 서울의 VOA 김환용 기자입니다.

대북정책에 있어서 세 후보 간 극명한 견해차이는 우선 지난 10년 간 한국 정부의 정책기조였던 햇볕정책의 계승여부입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햇볕정책의 계승자임을 자임하고 있습니다. 정 후보에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협상 가능한 파트너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남북간 협력을 핵 폐기를 포함한 북한의 변화를 이끌 유효한 수단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북핵 완전 폐기를 선행조건으로 달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대화는 필요하다는 다소 실용적인 입장입니다.

반면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햇볕정책 폐기를 공언하고있습니다. 북핵 폐기는 물론 북한의 개방, 인권문제 까지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북한의 현 정권이 받아들이기 힘든 전제조건이어서 사실상 대화보다는 대결적 태도라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세 후보의 이런 입장차이는 북핵 해법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습니다.

정 후보는 현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력에 걸맞게 10.4 남북정상선언의 성실한 이행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취하고 있는 북핵 폐기와 남북협력 나아가 한반도 평화협정의 동시진행이라는 병행론적 입장에 함께 서 있습니다. 또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미북, 미일 관계 개선을 위한 한국의 독자적인 외교 노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동영 후보: 병행론입니다. 한미공조 민족공조 남북공조를 병행하는 겁니다. 왜냐하면 북미관계 신뢰가 없습니다. 남북관계 신뢰가 약합니다. 한국이 구경꾼이나 방관자가 돼선 안됩니다. 한국이, 새 대통령이 역할을 하기 위해선 한미공조와 남북공조 두바퀴가 굴러가야만 우리 목소리가 실릴 수 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의 연례화 추진 공약도 북핵해결에 한국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는 그의 정책기조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명박 후보는 한반도 비핵화를 최우선의 선결과제로 못박고 있습니다. 따라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도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입장입니다. 함께 보수파로 분류되는 이회창 후보와 공통된 인식인 반면 병행론을 주장하는 정 후보와는 각을 세우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대기업 최고경영자 출신답게 실용적 해법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핵 폐기나 국군포로문제 등을 의제로 삼을 것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북핵폐기 전이라도 남북 정상간 대화와 인도적 교류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후보: 핵폐기 되기 전에 거래를 끊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인도적 지원은 하겠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인도적 협력도 필요합니다. 이산가족,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에 대한 북측의 반응도 있어야 합니다. 저는 김정일 위원장을 강력히 설득해 핵을 포기하는 게 북한과 북한주민을 위해 유익하다는 것을 설득하겠습니다.

이명박 후보가 대북정책 공약에서 제시한 ‘정략적 접근 배제’, ‘철저하고 유연한 접근’이라는 정책방향에서 보듯 국익을 잣대로 한 실용주의가 이 후보의 원칙으로 보입니다.

이명박 후보의 대북정책 공약이 실용적 자세와 선 핵폐기라는 상호주의적 입장이 섞여있는 탓에 이 후보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도 다소 엇갈립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남북한 관계 연구실장은 이명박 후보의 실용적 관점에 무게를 두는 입장입니다.

정성장 실장: 북핵폐기 과정에서도 대북경제협력을 할 수 있다 이런 입장을 보이고 있고 그리고 이명박 후보 입장이 선 북핵 폐기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실용적이고 경제중심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북핵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돼 간다면 이명박 후보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남북관계 발전에 나설 가능성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의 상호주의적 태도가 화해협력 무드가 고조돼 있는 남북관계에 일정 정도의 냉각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동국대학교 국제관계학과 이철기 교숩니다.

이철기 교수: 만약 이명박 후보가 집권할 경우 북한으로선 한나라당의 대북 적대정책이 변했다는 증거, 6.15 공동선언, 10.4 공동선언의 이행의지를 보여달라는 전제조건을 남북관계 재개의 조건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가 상당기간 교착상태에 빠질 우려도 있다고 봅니다.

세 후보 중 가장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회창 후보는 북핵의 완전한 폐기가 전제되지 않으면 대화와 협력은 없다는 이른바 ‘상호주의’원칙을 견고하게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회창 후보: 햇볕정책이 10년 동안 이렇게 해 왔으니까 남북관계는 이 길 밖에 없다 이런 착각들을 하고 있습니다. 첫 단추를 김대중 정부때 제대로 끼웠더라면 아마 건전한 남북관계가 지금까지 이어 왔을 것이다. 북에 대한 지원협력 반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크게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핵을 폐기하고 북한을 개혁 개방으로 이끄는 그런 것이 돼야지, 진정 핵을 갖고 우리를 계속 위협하는 존재로 남는다면 그게 무슨 진정한 평홥니까

공약에서 드러난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없지만 이런 상호주의 원칙을 내세워 북한 정권을 압박하는 것을 북핵폐기에 실효성 있는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게 이회창 후보의 북핵 해법의 요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대북정책이 다른 만큼 세 후보가 그리고 있는 한반도미래구상 또한 차이가 분명합니다.

한반도 미래 구상과 관련한 정 후보의 캐치프레이즈는 ‘위대한 한반도 시대’입니다. 이 구상은 ‘평화경제’와 ‘정예강군’을 두 축으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핵문제 해결과 평화협정 체결이 이뤄진 뒤의 일입니다.

평화경제의 밑그림은 정 후보 자신이 통일부 장관 시절 첫 삽을 뜬 개성공단 모델의 대폭적인 확대입니다. 남포, 해주, 신의주, 원산, 청진,나진, 선봉 등 북한 내 추가로 특구를 조성해 남북한이 상생하는 평화경제공동체를 구축하겠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평화협정시대가 본격화되면 단계적 감군과 모병제 도입, 예비군제 폐지 등을 단행, 정예강군 체제로 나가겠다고 공약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후보는 북한 경제의 획기적 발전 방안을 다른 두 후보보다 상세히 담고 있습니다. 이른바 ‘비핵 개방 3천구상’으로 요약되는 이 방안은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문호를 개방할 경우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지원에 나서 1인당 국민소득을 10년내 3천달러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입니다. 또 이른바 ‘5대 분야 패키지 지원방안’을 제시해 수출기업 100개 육성, 산업인력 30만명 양성지원, 400억달러 상당의 국제협력자금 조성 등에 한국측이 적극 지원할 것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정 후보의 ‘개성공단 등 특구 모델’과 대비되는 이명박식 남북협력단지 모델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한강하구에 900만평 규모의 일명 나들섬 건설 공약이 그것입니다. 북한 영토가 아닌 중립지대를 상정한 협력단지모델이라는 점에서 정 후보와 차이점이 있습니다.

두 후보의 한반도 미래 구상이 장밋빛에 젖어 있는 만큼 비현실적인 부분이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 후보의 모병제 도입에 대한 세종연구소 정실장의 비판입니다.

정 실장: 남북한이 통일되면 모병제로 갈 수 있을 것 입니다. 주변에 북한만 있는 것이 아니고 중국 일본 등이 군비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일정한 자위력을 가지려면 적정 규모의 군대가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남북한이 통일되기 전에 모병제로 간다는 것은 현실성 이 없습니다.

동국대 이 교수는 이명박 후보의 북한에 대한 대대적 경제 지원 구상이 남한 중심적인 것이어서 실행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철기 교수: 이명박 후보의 공약 자체가 남북의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두고 있지만 북한 경제 체제를 남한식으로 흡수, 자본주의식 개혁개방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고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문제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회창 후보는 남북관계를 기초로 한 한반도 구상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이회창 후보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국군포로,납북자 송환 등 인도적 문제와 북한 인권문제 해결, 북한의 개혁 개방을 우선시 하는 입장이어서 사실상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론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 체제의 포괄적 변화를 선행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 이명박 후보의 선 북핵 폐기 후 대북 지원 입장과의 차이점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유력 대선후보들이 3인 3색의 대북공약을 제시함에 따라 이번 대선은 햇볕정책의 폐기냐 계승이냐의 싸움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오는 19일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긴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가 요동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내일은 대미관계에 대한 세 후보의 견해를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