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다시 신분을 속이고 영국에 난민 신청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영국에 재정착한 탈북자들은 그러나 언어와  경제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영국 당국은 뒤늦게 이런 실태를 파악하고 탈북자들에 대한 신원조회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영국 내 탈북자 실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먼저, 영국 내 탈북자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됩니까?

답: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지만 영국에서 탈북자들을 돕는 한인들은 적어도 수 백명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90% 이상이 한국에서 국적을 취득하고 정착한 뒤 다시 영국으로 건너간 경우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는 올들어 급격히 늘어났다고 현지에서 탈북자들을 돕는 한인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국주재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중국 조선족이 탈북자로 위장해 난민 지위를 받는 사례도 많아 얼마나 많은 한국 국적 탈북자가 영국에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문제가 뭐냐하면 중국 연변에서 온 조선족들이 많기 때문에, 그 분들이 영국에 와서 북한 사람들이라고 망명신청을 많이합니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숫자가 많다고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문: 한국 국적 탈북자들이 왜 신분을 속이며 영국으로 가는 겁니까?

답: 한국의 북한전문 인터넷 신문인 ‘데일리 NK’ 가 최근 이 소식을 집중보도했는데요. 이 신문은 탈북자들의 구직 문제와 탈북자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차별, 젊은 탈북자들의 영어 배우기, 자녀 교육 등을 주요 이유로 지적했습니다. 탈북자 30 여 명이 출석하는 영국 맨체스터 시티 사랑의 교회의 설기석 목사는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영어를 배우려고 입국하는 탈북 대학생들이 최근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 특례입학을 통해 대학에 입학했던 친구들이 적응을 잘 못했던 것 같아요. 영어 때문에! 그래서 영어에 한이 맺혀서 온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기초들이 안돼 있어서 굉장히 어렵습니다.”

설 목사는 최근에는 자녀 교육 때문에 입국하는 탈북자 수가 늘고 있다며, 맨체스터 시티 일원에만 1백 명이 넘는  탈북자가 거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미국도 그렇지만 영국 정부 역시 한국에서 국적을 취득한 탈북자들에게는 난민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이렇게 많은 한국 국적 탈북자들이 난민심사를 통과하고 있는 겁니까?

답: 영국 당국의 난민 심사 절차가 미국처럼 까다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 살았다는 확실한 증거들을 제시하면 어렵지 않게 난민증을 발급받아 합법적으로 거주권을 받을 수 있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영국 당국은 미국처럼 신원조회 때 지문확인 절차를 취하지 않아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탈북자들의 난민 신청 사례가 급증하자 공항 입국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한국 정부에 지문 확인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주재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공항에서 입국을 거부하는 사례가 조금씩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입국 목적이 뚜렷하지 않거나 영국 내 거처가 확실하지 않거나 여행경비가 충분하지 않거나..”

맨체스터 시티의 경우 지난달 말부터 갑자기 탈북자에 대한 난민 심사를 전면 중단한 채 오는 19일부터 재개한다고 밝혔습니다. 

문: 앞서 올해들어 영국 내 탈북자가 급격히 늘었다고 하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답: 한국 내 탈북자들에게 영국행을 권유하는 신종 브로커들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영국에서 난민증을 발급받은 일부 탈북자들이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들은 탈북자들이 자주 찾는 웹사이트에 접속해 영국 정부의 난민지원제도를 과대포장하는 방법으로 탈북자들의 영국행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설기석 목사의 말입니다.

“그 분들이 여기에 올 때 브로커들의 농간에 의해서 잘못된 정보를 갖고 왔어요. 처음부터 정보를 잘못 갖고 와서 영국에 오면 지상낙원이란 생각을 하고 있었죠. 그런데 와 보니까 자기네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져 있는거죠.”

문: 브로커들은 대개 얼마나 많은 돈을 받고 난민 수속을 도와주는 건가요?

답: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1인당 한국돈 2백만원에서 4백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으로 가는 비행기표까지 더하면 적어도 5백만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브로커들은 입국심사와 난민신청 절차를 대행해 주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이 일단 난민 지위를 받으면 임시주택과 함께 일주일에 41.41 파운드, 미화 3백90달러 정도를 받습니다. 그러나 이런 지원은 단기적이고 직장을 구하면 보조금은 끊깁니다.

문: 탈북자들의 영국 내 생활은 어떻습니까?

답: 매우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언어장벽 때문에 취업이 잘 안되고 사회주의체제에서 살아왔던 습관을 벗어버리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웨일스의 카디프 지역에서 탈북자들에게 통역 봉사를 하고 있는 한인 박종배 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굉장히 힘든 상황에 있죠. 다들요. 언어 문제가 굉장히 심각해요. 언어장벽 때문에 생활하는데 영어를 전혀 못하니까요. 하다못해 문 밖으로 나가서 어디를 가려고 해도 영어를 못하니까 굉장히 애로가 많아요.”

박 씨는 일부 탈북자들은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이를 악물고 노력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며, 가능하다면 한국으로 돌아가도록 조언한다고 말합니다.

일부 탈북자들은 언어 문제 때문에 런던의 한인밀집 지역인 뉴 몰든 등으로 거처를 옮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일단 옮기면 지방 정부 간의 행정적 절차 때문에 정부의 지원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없어 생활은 더욱 어려워지다고 박 씨는 지적합니다.  

일부 탈북자들은 이런 고충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영국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여권을 브로커에게 줬던 일부 탈북자들이 한국에 돌아갈 길을 문의하는 사례가 최근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영국 내 탈북자들의 실태를 자세히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