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의 유권자들은  9.11 테러와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크게 흔들렸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공화당 지지자들은 미국이 당면한 과제로 테러에 이어 이란과 북한 등 적대국과의 관계를 두 번째로 꼽았습니다. 미국 유권자 1천2백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서지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유권자 10명 중 8명이 과거에 비해 미국이 다른 나라들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하는 등 위상이 저하됐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의 비정부기구인 '유엔 재단'이 지지 정당이 있는 유권자 8백 명과 부동층 유권자 4백 명 등 모두 1천2백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조사 대상자의 78% 가 미국이 이전보다 다른 국가들의 존경을 덜 받고 있다고 답했다고, '유엔 재단'이 지난 28일 밝혔습니다.

'유엔 재단'은 테드 터너 전 `CNN 방송' 회장이 지난 1998년 10억 달러를 출연해 설립한 단체로, 이번 조사는 지난 9월 말에  '여론 전략연구소'와 '피터 하트 연구소' 등 두 여론조사 기관에 의해 실시됐습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상자의 70%는 국제사회의 반미 감정과 미국에 대한 불신을 없애기 위해 다른 국가들과 건설적으로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하는 대통령 후보자에게 투표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번 여론조사를 주관한 피터 하트 연구소의 재프 개린 회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인들 대부분은  미국이 덜 존경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개린 회장은 또 유권자들은 미국이 덜 존경받는다는 것이 현재 당면한 가장 큰 문제일 뿐아니라  미국의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개린 회장은 유권자들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미국의 대외 정책에 대한 시각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직면한 과제에 대해 공화당 지지자의 64%가 테러를 첫 번째로 꼽았으며, 이란과 북한 등 적대국과의 관계를 꼽은 응답자는 34%로 뒤를 이었습니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들은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개선을 39%로 가장 많이 꼽았고, 환경 문제를 답한 응답자도 35%에 달했습니다.   

특히 최근의 유가 급등세를 반영하듯 양 당 지지자의 31%가 각각 미국의 해외 석유 의존 문제를 세 번째 중요한 대외 사안으로 꼽았습니다.

개린 회장은 또 조사대상자들은 정치성향을 불문하고 테러 뿐 아니라 국제 환경 문제나 미국의 해외 석유 의존 문제 등이 주요 관심사인 것으로 밝혔다면서, 이는 9.11과 이라크 전쟁 이후 미국 유권자들의 관심 분야가 테러 등 정치적 사안을 넘어 다변화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 달 11일부터 14일까지 미국의 18살 이상 남녀 1천14 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역대 최저인 32%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민주당원의 경우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7%에 불과하며,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파 역시 부시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27%, 지지하지 않는다가 67%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의회에 대해 지지를 표명한 조사 대상자도 역대 최저인 20%를 기록해, 미국 국민들의 전반적인 정치불신 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의 소리, 서지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