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다음 달 3일 북한을 방문해 불능화 작업이 진행 중인 영변 핵 시설을 직접 참관할 예정입니다. 힐 차관보의 이번 방북은 지난 6월 말에 이어 두번째로, 6자회담에서 연내 마무리하기로 합의된 북한의 핵 시설 불능화와 핵 목록 신고 시한이 임박한 시점에 이뤄지는 것이어서 주목됩니다. 서지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다음 달 3일부터 5일까지 북한을 방문해 불능화 작업이 진행 중인 영변 핵 시설을 참관하고,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 등과 만나 핵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힐 차관보는 앞서 지난 6월21일 북한의 영변 핵 시설 가동 중단 직후 평양을 방문했었으나, 영변 핵 시설을 직접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방북에 앞서 28일 일본을 방문한 힐 차관보는 도쿄 나리타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 방문 중 모든 불능화 조치가 예정대로 올해 말까지 마무리되는 것을 분명히 하고,  비핵화의 다음 단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자신이 영변 핵 시설에 대해 수 년 간 말만 해왔는데, 직접 영변 핵 시설을 보고 싶다며 불능화 작업이 일정대로 잘 진행되고 있음을 알고 있지만, 직접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낸시 벡 대변인은 힐 차관보의 방북 일정을 확인하면서, 힐 차관보가 6자회담의 북한 측 상대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다른 고위 관리들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또 영변 불능화 실사단의 일원으로 27일 평양에 도착한 성 김 국무부 한국과장과 함께 북한 측 관계자들을 만나 연말까지로 시한이 정해진 핵 프로그램 신고와 관련한 세부사항들을 협의할 예정입니다.

미국과 북한은 현재 불능화와 함께 연내 완료하기로 합의한 북한의 핵 목록 신고를 둘러싸고 심각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신고할 핵 목록에 핵무기와 핵 시설, 장비, 핵 확산 내용 등 외에 우라늄 농축 계획, 기존에 추출된 핵무기 제조용 플루토늄 등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기와 우라늄 농축에 사용되는 원심분리기를 아예 신고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으려 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은 원심분리기에 대해서는 아예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고, 기존에 추출된 플루토늄의 물량에 대해서도 미국 측의 추정과는 다른 수치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힐 차관보가 이번 방북 기간 중 김계관 부상과의 회담에서 북한이 플루토늄과 원심분리기 등 모든 핵 물질과 장비를 철저히 신고할 것을 촉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핵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신고 등 2.13 합의 2단계 조치가 6자회담 당사국들 모두에게 만족스런 형태로 마무리돼야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한편, 한국 외교통상부는 힐 차관보가 29일 서울에 도착해 천영우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6자회담 수석대표 협의를 가진다고 28일 공식 발표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도쿄, 서울과 평양, 영변 핵 시설 방문에 이어 다음 달 5일 중국 베이징으로 향할 계획입니다. 현재 6자회담 당사국들은 다음 주말께 베이징에서 수석대표 회의를 열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