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등 서방 언론들이 최근 북한에서 태동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움직임에 주목하면서 집중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들 언론들은 현지취재 등을 통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일반 북한주민부터 상류층에 이르기까지 시장경제 활동이 번지는 양상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북한에서는 최근 중국과의 국경 지역에서부터 평양 중심부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싹트고 있다고 미국과 영국 등 서방의 유력 언론매체들이 보도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4일자 최신호에서 평양에서 고급 아파트 건축과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며, 이는 북한이 지난 2002년 경제개혁 조치를 일부 도입한 후 돈이 평양의 특권층에 몰리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북한에서는 개인이 주택을 거래하거나 소유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1977년 통과된 북한 토지법은 정부나 협동조합만이 토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코노미스트 잡지는 중국에서 유학 중인 한 북한 학생의 말을 빌어, 북한의 사업가들이 늘어나는 고급 아파트 수요를 겨냥해 지역 당국으로부터 토지권을 사들이고, 건축비용은 고객들로부터 충당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실제로 북한 정부도 고급 아파트 거래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북한의 일부 정부 기관들이 직원들에게서 자금을 모금해 소유하고 있는 토지를 재개발하고 주택 담당 부처를 통해 신축 아파트를 판매했다고 전했습니다.

인기 주거지인 평양 모란봉 구역과 중심 구역의 신축 아파트는 규모가 1백50 제곱미터, 즉 45평 정도이며 가격은 4만 달러, 한국 돈으로 3천 7백만원 정도라고 북한 유학생은 말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 잡지는 북한 정부는 현금도 없고 주민을 위해 주택을 지을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민간자본으로 세워진 건물들을 묵인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아울러 현재 평양 주거지역 내 6~7 지역에서 아파트 건축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법에 저촉되는 활동이기 때문에 일부 신축 아파트들은 비용을 이미 지불했어도 건축 허가권을 잃거나 정부에 압수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영국의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신문은 생존을 위해 시장경제 활동에 뛰어든 북한주민들의 모습을 전했습니다. 이 신문은 중국 내 북한과의 접경지역에 거주하는 조선족과 탈북자 20명을 심층 인터뷰해 북한의 간이시장과 국경무역 실태를 소개했습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나진, 회령, 신의주와 같은 국경 지역에 특히 시장활동이 성행하고 간이시장이 북한 전역에 생겼다면서, 당국이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이러한 시장들이 이제는 북한 경제의 중심이 됐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주민들이 점점 경제적 자립을 추구할 경우 체제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허용하는 선을 넘으면 단속에 나선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밝혔습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신문도 북한 전역에서 매일 열리는 길거리 시장에서 중국산 텔레비전과 해적판 비디오 테이프 DVD 등이 거래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은 탈북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주민들이 한국 드라마와 미국 헐리우드의 영화들을 숨어서 보는 실태를 생생하게 전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런 외국 영상물이 북한시장에서 거래되면서 주민들은 외부세계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접할 수 있게 됐다며, 중국 상인들이 적극적으로 전자제품을 북한에서 판매함에 따라 정보에서 차단되는 주민의 수는 점점 적어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서방언론들의 보도는 이처럼 북한에서 자생적으로 시장경제 활동이 벌어지고 있고, 북한 정부도 이를 어느 선까지는 묵인하고 있다는 내용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피터 벡 사무총장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일련의 경제협력 계획들이 발표되면서 외신들이 북한의 경제 현실에 더욱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면서, 이러한 보도들이 북한 현실을 대체적으로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피터 벡 사무총장은 북한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본주의의 태동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이 됐다며, 다만 이미 통제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는 북한 정부가 어느 정도까지 시장경제 활동을 허용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서방 언론들은 급증하는 탈북자들을 중국이나 서울에서 취재해 북한의 현실을 전하는 보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 주요 언론도 북한에 대한 기획특집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으로 남북경협 사업이 확대되고 북한의 문호가 더욱 개방되면 서방언론들의 관련 보도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