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협정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한국전쟁의 4개 당사국 정상들이 종전 선언을 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종전 선언 당사국인 미국은 북한이 먼저 핵을 폐기해야만 정상 간의 만남과 평화협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종전 선언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 시점에서 미국 정부가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김근삼 기자가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노무현 한국 대통령은 지난 13일 연설을 통해 남북한과 미국, 중국 정상이 참여하는 종전 선언을 제안했습니다. 노 대통령은 조기에 종전 선언을 함으로써 당사국들 간에 신뢰를 구축하고, 궁극적으로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협정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달 초 미국을 방문했던 한국의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도 적절한 시점에서 정상 간의 만남을 제안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이런 제안은 미국 정부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은 북 핵 2.13 합의에 따라 철저하게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고, 정상회담과 평화협정은 북한이 완전히 핵을 포기한 후에야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습니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이려면 입장의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미국 정부가 노무현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래리 닉시(Larry Niksch) 박사는 “조지 부시 정부는 노 대통령이 제안한 상징적인 종전 선언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라면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닉시 박사는 “미국 정부는 북한이 올해 안에 핵 불능화 절차를 마치면 내년부터 평화협정을 위한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면서 “하지만 그 전에 종전 선언을 하면 북한 정부의 변화와 같은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워싱턴의 일반적인 시각”이라고 말했습니다.

닉시 박사는 또 “종전 선언이 의미를 가지려면 평화협정 후 미군의 한반도 주둔 문제 같은 실질적인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면서 “단지 상징적인 수준의 선언이 북한의 비핵화를 앞당길 것이라는 제안은 솔직히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워싱턴 소재 존스홉킨스대학의 돈 오버도퍼 한미연구소장은 “4자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협정의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 임기 안에 4자 정상이 만나고, 종전 선언을 하는 데는 많은 실질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버도퍼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남지 않았고, 특히 한국의 대통령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을 고려할 때, 부시 대통령을 포함하는 4자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시간적으로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버도퍼 교수는 또 “핵 불능화가 진전을 이루고 있기는 하지만, 핵 포기라는 훨씬 어려운 과제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부시 대통령을 정상회담에 참가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시 박사도 대선을 앞둔 한반도의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국의 정상회담 참가는 부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닉시 박사는 “워싱턴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의도로 종전 선언을 추진한다는 의혹도 많다”면서 “미국은 대선에서 중립적이기를 원하며, 종전 선언을 통해 자칫 어느 한 편을 지지한다는 인상을 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