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은 경의선 화물열차를 연내에 상시 운행하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제1차 남북 총리회담에 참가하고 있는 양측 대표단은 15일 열린 이틀째 회의에서 이같이 합의하고,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조성 문제를 전담할 별도의 추진기구 구성에도 상당한 의견접근을 이뤘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6월 12일 중단됐던 서울-개성 간 열차운행이 56년 여 만에 남북을 가로질러 다시 상시 운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수석대표로 하는 남한 측 대표단과 김영일 내각 총리를 수석대표로 하는 북한 측 대표단은 제1차 총리회담 이틀째인 15일, 경의선 문산-봉동 화물열차를 연내에 운행하기로 사실상 합의했다고, 한국 통일부의 김남식 대변인이 밝혔습니다.

" 양측은 문산-봉동 화물열차 수송이 개성공단 사업을 활성화하고, 남북철도 연결의 활용성을 높이는 아주 의미있는 사업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의 바탕 위에서 문산-봉동 간 화물열차 수송을 연내에 실시하자는 데 의견 접근이 이뤄졌습니다."

회담 소식통들은 이와 관련해, 남측이 남북관계의 제반사항을 고려해 12월11일을 개통일로 제안했고, 북측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습니다.

남북한은 또 경제부총리를 수석대표로 하는 남북경제협력 공동위원회를 다음 달 상순에 열기로 합의하는 한편,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 조성을 위한 별도의 추진기구 설립에도 의견 접근을 이뤘습니다.

" 양측이 이제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 사업의 중요성과 평화와 경제를 포괄하는 이 사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이 분야 추진기구를 구성 운영하는데 의견이 접근되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의 김남식 대변인은 양측이 이 추진기구 산하에 해주경제특구 개발과 공동어로수역 설정, 해주항 활용 등 3개에서 5개의 부문별 분과위원회를 두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남측은 추진기구 위원장을 장관급으로 할 것을 제안했고, 북측에 이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울러 남북은 해주특구를 건설하기 위한 실사단을 파견하기로 했고, 백두산 관광을 지원하기 위한 별도의 항공협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앞으로 실무협의를 갖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밖에도 남북한은 이틀째 회담에서, 사회문화 교류를 위한 남북 공동기구 구성 문제도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협의했고, 이 기구를 통해 남북 정상선언에서 합의된 역사와 언어, 교육, 과학기술, 문화예술 등 다양한 교류확대를 위한 당국 차원의 협력이 이뤄질 것이라고, 통일부의 김남식  대변인은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총리회담을 통해 남북이 새로운 회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 남북회담이 다분히 형식적이고 딱딱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회담은 수 차례 예비접촉을 통한 실무 차원의 사전조율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했고, 분야별로 광범위한 협의를 진행한 것도 이례적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의 김남식 대변인은 과거 회담에서는 공동보도문 초안을 언제 교환했느냐는 질문이 많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합의문 초안 교환 여부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 지금 논의 자체가 굉장히 실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제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의견이 합치되면 그것 자체가 쭉 모아지면 합의문 형태가 될 수도 있고... 이런 형태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이 이번 총리회담 대표단 43명에 조선과 해운, 철도 관련 경제 전문가와 대남 협상전문가들을 대거 포진시킨 것은 북한이 이번 회담을 매우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서울대 김병연 교수는 말했습니다.

" 현재 북한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경제 회생이므로 정치적인 회담이 아니라 한다면 경제 분야 전문가로 구성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것이 북한의 의도가 아니겠느냐..."

김 교수는 남북이 지난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범위 내에서 합의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구체적으로 조선단지 라든가 개성공단 확충 문제 같은 부분에서 가닥을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영일 총리는 15일 오전 한덕수 한국 총리와의 비공식 산책회담을 통해 우의를 다진 데 이어 오후에는 서울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했습니다. 이재정 한국 통일부 장관은 역사유적에 대한 발굴과 보존에 대한 상호협력을 강화하자는 의미에서 박물관을 선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덕수 총리와 함께 박물관을 둘러본 김 총리는 사신도와 금귀걸이 등 고구려 유물에 특별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김 총리는 또 디지털 카메라를 설치해 평양에 있는 고분벽화를 남측 사람들이 동시에 볼 수 있도록 관광자원화 하자는 김홍남 국립중앙박물관장의 제안에 좋은 의견이라고 화답했습니다. 김 총리는 참관을 마치면서 `민족의 유산'이라고 쓰여진 방명록에 서명한 후 박물관 측으로부터 종합도록과 모형 금잔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남북 대표단은 총리회담 마지막 날인 오늘 (16일) 오전까지 공식 비공식 접촉을 통해 이견을 좁힌 뒤, 종결회의를 열고 합의문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이어 북한 대표단은 노무현 대통령이 초청하는 청와대 환송 오찬에 참석한 뒤 서해 직항로를 통해 평양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