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후쿠다 야스오 총리는 오는 16일 백악관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습니다.

후쿠다 일본 총리가 지난 9월에 취임한 이후 처음 열리는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두 나라 사이의 현안들이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미국이 북한을 연내에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문제도 중요한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돼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 보겠습니다.

문: 이연철 기자, 최근들어 미일 관계가 예전같지 않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 배경은 무엇인가요?

답: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정부 당시에 최고조에 달했던 미일 관계는 아베 신조 총리 정부와 후쿠다 총리 정부를 거치면서 계속 틈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자민당의 참의원 선거 패배 이후 들어선 후쿠다 정부는

미국의 강력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해상자위대가 인도양에서 미국 주도 연합군에게 급유지원을 제공하는 근거가 되는 테러대책특별조치법의 연장안을 야당인 민주당의 반대로 통과시키지 못했습니다.  또한 지난 해 우여곡절 끝에 타결된 주일미군 재편작업도 일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입장차이로 교착상태에 빠진데다, 일본 정부는 최근 주일미군 주둔 경비 부담 감축을 요구하고 나서 미국의 불만을 초래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일본인 납치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같은 상황 때문에 후쿠다 총리가 취임 이후 첫번째 해외 방문국으로 미국을 선택한 것으로 보이는데, 따라서 이번 미일 정상회담의 성과 여부가 앞으로 미일 관계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문: 미일 간의 여러가지 현안들 가운데,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아무래도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인데요.... 공교롭게도 후쿠다 총리와 부시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갖는 16일은 미국 정부가 연내에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빼기 위해서 북한이 해제 요건을 충족했다는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해야 하는 마감시한과 겹쳐 주목되고 있습니다.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답: 일본은 납치문제를 테러행위의 하나라고 지적하면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면 미일 두나라 관계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후쿠다 총리도 부시 대통령에게 그같은 뜻을 강력하게 전달할 것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노부다카 마치무라 관방장관도 최근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에 해결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제외할 경우 미일 두나라 관계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은 분명하다는 말로 간접적인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일본인 북한납치 피해자 가족이 후쿠다 총리의 방미에 앞서 지난 11일 미국을 방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분의 2가 납치문제에 관련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지지한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문: 하지만, 미국의 입장을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북한의 핵 불능화 조치와 핵 프로그램 신고에 따라서는 연내에 테러지원국 문제를 해결해 줄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데, 어떻습니까?

답: 현재 북한의 핵 시설 불능화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핵 프로그램 신고 절차도 빠르면 이번 주 안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또한 6자회담 10.3 합의에 따른 테러지원국 해제를 위한 실무절차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당국자들은 일본의 반대 때문에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가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임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달 초 서울을 방문해, 북한이 앞으로 국제테러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하게 약속하는 조건 아래서 미국은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제외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이보다 앞서 미 국무부의 션 맥코맥 대변인도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는 일본에 민감한 문제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미국은 일본과 긴밀히 협력하겠지만 궁극적으로 결정은 미국이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문제는 일본의 반대보다는 북한이 얼마나 성실하게 핵 프로그램을 신고하냐는에 더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문: 부시 대통령과 후쿠다 총리가 정상회담을 통해 어떤 해결책을 내 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후쿠다 총리 정부가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다소 유화적인 접근방식을 취할 것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죠?

답: 네, 파이낸셜 타임스 신문은 후쿠다 총리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으로 부터 비핵화 2단계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될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는 전임 아베 총리의 대북 강경책에 비해 융통성 있는 모습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후쿠다 총리는 미국이 북한과의 핵 폐기 협상에 느슨한 태도로 임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북한 핵 무기는 일본에게도 중대한 위협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후쿠다 총리는 일본인 납치 문제도 일본과 북한 간 별도의 협상을 통해 거의 동시에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해, 미국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요사노 카오루 전 관방장관은 보다 직설적으로 일본의 유연한 입장을 취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아베 전 총리 정부 말기에 관방장관을 지낸 요사노 전 장관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는 것은 북미간 협상 과정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일이라면서, 미국이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 그같은 일을 필요로 한다면 일본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를 둘러싼 일본과의 이견을 가급적 외부로 표출하지 않고 조용히 대처하고 있는 미국도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테러지원국 해제문제는 북한의 핵 불능화 작업과 핵 프로그램 신고의 정확성과 진실성 등에 대한 평가가 나온 이후에야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워 일본의 이해를 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이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지지 같은 것을 제시하며 일본이 물러설 명분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연철 기자와 함께 오는 16일 열리는 미일정상회담의 핵심적인 의제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이는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에 관해 알아 봤습니다.